(이 글은 연합감리교뉴스가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와 협력하여 세계 각지에서 섬기고 있는 선교사들의 기도 제목과 소명을 포함해 현지에서 감당하는 사역들을 상세히 소개하는 <선교사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다. 이번에는 동남아시아 X국으로 파송받아 섬기고 있는 S.L. 선교사의 사역을 소개한다. 현지 사정상 이름과 섬기는 지역 이름을 익명 처리한다.)
선교사님의 성함과 사역지, 그리고 선교사를 지원하게 된 동기와 소명 등 선교사님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2024년 7월부터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에서 동남아시아 X국으로 파송받아 지역사회 개발 코디네이터로 섬기고 있는 S.L. 선교사입니다.
저의 소명은 “우리는 선교의 열매입니다”라는 고백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2002년 여름, 연합감리교 여선교회 선교대학(college of mission)에서 들은 이야기가 제 마음에 작은 씨앗으로 심어졌습니다.
1884년, 오하이오주 리벤나의 여선교회 회원 볼드윈이 당시 조선의 교육과 복음화를 위해 헌금한 ‘88달러’가 씨앗이 되어 오늘날 한국 교회의 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제가 누리고 있는 신앙이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140여 년 전 누군가의 헌신으로 맺어진 ‘선교의 열매’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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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명은 저의 30여 년간의 미국 생활을 통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저는 25년 동안 지역 교회를 섬긴 남편의 사역을 돕는 사모로 섬겨 왔으며, 동시에 정신건강 클리닉에서 사회복지사(MSW)로 15년간 일하며 소외된 이들을 돌보았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난민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치유의 과정을 돕는 경험은 하나님께서 오랜 시간 저를 이 사역을 위해 준비시키신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88달러의 기적’을 기억하며, 받은 사랑과 복음의 빚을 나누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이곳에서 공개적인 복음 전파가 쉽지 않은 체제적 한계가 있지만, 에베소서 2장 8-9절의 말씀처럼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선물임을 믿습니다.
15년 전 제가 만났던 난민들의 이웃과 가족이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때에 맺힐 ‘선교의 열매’를 소망하며 기꺼이 씨를 뿌리는 것, 그것이 저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믿습니다.
섬기고 있는 나라의 문화나 역사 또는 언어 등을 소개해 주세요.
동남아시아의 이 나라는 오랜 불교 전통과 순박한 미소를 지닌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1970년대의 소박한 풍경과 현대적 변화가 공존하며, 전통 치마를 입는 고유문화를 소중히 지켜가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그러나 사역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이 나라는 유엔이 지정한 최빈국 가운데 하나로,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달파졌습니다. 특히 수도 중심부를 벗어난 대부분 지역은 인프라가 매우 열악해 교통과 통신 인프라가 매우 열악해 전화조차 닿지 않는 오지 마을이 많아 현지 교회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전달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또한 언어의 장벽도 큽니다. 공용어가 있지만, 수십 개의 소수 민족이 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그나마 공용어조차 초등교육 수준으로만 습득한 경우가 많아 깊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신앙 전통과 배경을 살펴보면, 인구의 60% 이상이 불교를 믿고 있으며, 나머지 상당수는 애니미즘(정령 신앙)을 따르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약 2~3%에 불과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복음의 씨앗이 자라기 어려운 가시덤불이나 돌밭 같은 척박한 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거친 이면에는 복음의 단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갈급한 심령들이 있습니다.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하나님의 영광을 인정하는 일이 이 땅 가득히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Asian Pacific Community Counseling 센터에서 임상사회복지사(Clinical Social Worker)로 사역하던 시절의 모습. 사진 제공, S.L. 선교사. 선교사로 섬기면서 체험한 깨달음의 순간(aha moments)이나 은헤로운 순간들(sacred moments)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미국에서 15년 동안 난민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은 현지 사역에서 뜻밖의 다리가 되었습니다. 난민들과 함께했던 축제에서 입었던 전통 의상(라오, 몽, 야오) 사진과 그때 익혔던 짧은 몽족(Hmong) 인사말, 그리고 음식 이야기가 현지인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었을 때 저는 전율 같은 '아하 모멘트'를 경험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우리를 알고 있었군요!"라고 말하며 마음의 빗장을 여는 그들을 보며, 하나님께서 지난 세월의 모든 경험을 이곳 사역을 위해 준비시키셨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로서 지금 현장에서 겪는 도전과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체제적 제약입니다. 지역사회에 작은 도움을 제공하거나 모임을 하기 위해서도 마을 이장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며, 외국인에 대한 여러 제약으로 인해 직접적인 복음 전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선교사는 돈이 많으니 돕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장기적인 변화보다는 당장 눈앞의 필요에 집중하는 현실을 마주할 때 사역자로서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진정한 관계를 세우고 지속 가능한 도움을 나눌 수 있을지 늘 고민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열악한 교육 환경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관심이 매우 부족합니다. 중∙고등학교 진학률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어렵게 진학하더라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를 마쳐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많은 청소년이 미래를 꿈꾸기보다 일찍 결혼하거나 부모를 도와 농사일을 시작합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도 벅찬 이곳에서 '미래, 꿈, 소망'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멀고 생경하게만 느껴집니다.
사역 초기 지방을 방문했을 때, 한 청년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동·청소년 사역에 대한 당신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그때 저는 "우리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우리 어른들 모두의 꿈과 미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품었던 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현실을 더 깊이 알아갈수록 그때의 제 대답이 얼마나 쉽지 않은 길을 말한 것인지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그 비전은 여전히 제 마음에 있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힐 때마다 이 땅이 ‘미래’라는 단어를 품기에는 얼마나 척박한 환경인지 뼈아프게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선교지로 파송 받았을 당시와 현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파송 초기, 제 눈에 비친 이 땅은 그저 열악하고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라는 조급함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하며 시간이 흐르자, 하나님께서는 "내가 창조한 이 땅과 사람들은 이미 보기에 좋고 아름답다."라고 제게 속삭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비로소 선교는 일방적으로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나누며 함께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적응하는 과정에는 갈등도 있었습니다. 성도님들을 집에 초대해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가도, 혹여나 삶의 격차가 오히려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나치게 의식하기보다 그들의 삶의 자리 속으로 조금 더 깊이 스며들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전통 치마 '씬(Sinh)'을 입고 마주 앉아 멸치볶음과 김 한 장을 기쁘게 나누기도 합니다. 지도자 훈련을 위해 생전 처음 해외로 나가는 청년들에게는 공항이나 호텔에서의 기본적인 에티켓을 알려주고, 룸 팁으로 사용하라며 몇 장의 1달러 지폐를 손에 쥐여주기도 합니다. 내 자식이 혹시 밖에 나가 낯선 환경에서 당황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저의 사역을 돕는 현지인이 자기 밭에서 갓 따온 부추를 가져오면, 그것으로 부추김치와 부추전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습니다. 지방에서 아픈 부모를 따라 수도 병원까지 올라와 지친 아이들에게 장난감과 색칠공부 도구를 건네기도 합니다.
이처럼 일상의 작은 나눔으로 이어지는 소박한 ‘실천적 사랑’이야말로, 삶의 격차를 넘어 현지에 스며들어 가는 가장 빠르고 정직한 길임을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여성 자립 시범 프로젝트의 하나로, (왼쪽) 이 나라 소수 민족 여성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전통 코스터를 활용해 제작한 수제 카드. 투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자수에는 현지 여성들의 자립을 향한 희망이 담겨 있다. (오른쪽) 브루족(Bru) 전통 직조 기술로 만든 기하학적 패턴의 코스터 세트. 조상 대대로 이어온 직조 문화를 통해 현지 여성들의 자생적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제공, S.L. 선교사. 현재 집중하고 있는 사역은 무엇인가요?
저는 지역사회 개발 코디네이터(Coordinator for Community Development)로서 이 나라의 XX개 교회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며, ‘아동을 위한 건강한 환경 구축’, ‘여성 역량 강화(Empowerment)’, 그리고 현지 교회들의 ‘현지 자립형 시스템 체계화’를 목표로 단계별 사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입니다. 이곳에는 그동안 현지 언어로 된 체계적인 주일학교 교재가 없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5년 3월부터 준비해 온 52주 분량의 교사용·학생용 교재가 최근 완성되었습니다. 2026년 3월부터는 이 교재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교사들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훈련에 참여하는 XX개 교회에는 모든 학생이 각자 교재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크레용·연필·지우개 등 학용품과 이를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컨테이너도 함께 지원하여 지속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매년 1,300여 명의 학생에게 학용품을 지원해 왔으며, 2026년에는 1,200명의 학생에게 책가방∙도시락통∙물병을 나누는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의 학업 중단을 예방하고자 합니다.
둘째, 여성 리더십 양성과 자립 프로젝트입니다. 현지 여성 지도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자립적인 여선교회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일환으로 2026년 2월 첫 ‘역량 강화 모임(Women Gathering)’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또한 “여성 자립 시범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몽족과 브루족 여성이 만든 전통 코스터(컵 받침)를 활용해 수제 카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카드가 현지 여성들이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립을 향한 자신감과 희망의 빛을 키워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셋째, 보건/위생 및 영양 발달 사역입니다. 구강 위생 교육과 위생용품 보급을 비롯해 뎅기열 예방과 조혼 방지 등 실질적인 건강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 3월부터는 '아동영양발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 지역 교회를 거점으로 만성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아동과 임산부 30~40명에게 우유, 달걀, 과일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식단 관리 교육을 병행하여 생명의 소중함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나눌 계획입니다.
이 모든 사역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물적 지원을 넘어,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온전히 선포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그 복음의 능력을 힘입어 교회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통로가 되고, 이 나라 곳곳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25년 3월부터 X국 수도에 있는 세 교회를 중심으로 주일학교 교재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위 왼쪽) 2025년 2월부터 시작된 셀그룹 모임의 모습. (위 오른쪽) 한 교회의 주일학교로, 아이들에게 교회는 마음껏 색칠하고 가위를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아래 왼쪽) 아이들의 연령에 맞춰 서로 다른 크래프트 활동을 진행하는 모습. (아래 오른쪽) “과부의 헌금”(마가복음 12장)을 배우던 날, 아이들이 직접 자신만의 헌금 봉투를 만들어 보는 활동 장면. 사진 제공, S.L. 선교사. 부탁하고 싶은 말이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와 헌신으로 맺어진 '선교의 열매'입니다. X국이라는 척박해 보이는 땅에서 저희 부부의 생각이 아닌 하나님의 눈과 마음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기도로 연대해 주십시오.
요즘 X국 곳곳의 망고나무에는 열매가 하나 둘 맺히고 있습니다. 매일 그 나무를 바라보며 망고가 달콤하게 익기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처럼, 저 역시 이 땅에 복음의 열매가 맛있게 익어갈 날을 기대하며 묵묵히 이 길을 걷겠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완전히 익기 전의 '그린 망고'가 참 맛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역도 또 우리의 삶도 때로는 이 그린 망고처럼 아직 덜 익어 서툴고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연약함을 너무나 잘 아시기에, 그 부족함의 틈 사이로 당신의 놀라운 은혜를 채워주십니다. 완벽해서 쓰임 받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기에 더욱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되는 것임을 믿습니다. 그 '그린 망고'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의 삶에도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앞으로도 망고나무에 열매가 맺히고 노랗게 익어가는 기쁜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기도가 더해질 때 그 열매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저희와 함께 이 땅에 복음의 희망을 일구어 주십시오. 복음의 열매를 맺기 위한 귀한 밑거름이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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