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73주년을 맞이하여 미 종교·시민단체 “정전에서 평화로”

연합감리교회의 교회와사회부(General Board of Church and Society)와 세계선교부(General Board of Global Ministries)를 비롯한 73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포함된 코리아평화네트워크(Korea Peace Network)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맞아 미국 정부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재개하고,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했다.

코리아평화네트워크는 7월 27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1953년 7월 27일 한반도에서 총성은 멈췄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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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은 정전협정이 처음부터 영구적인 평화조약이 아니라 무력 충돌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려는 조치였으며, 이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70년이 넘도록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인과 미국인 여러 세대가 해결되지 않은 전쟁의 그늘 아래 살아왔다며, 미국 정부가 북한과 선의로 대화하고 73년 동안 유지된 정전 체제를 영구적인 평화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전협정 체결 73년이 지난 지금도 한반도에는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종전 협정이나 평화 구축을 도모하는 평화협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성명은 이와 함께 “끝나지 않은 전쟁의 결과는 한반도의 지속적인 분단과 한국 가족들의 비극적인 이별, 극심한 군사화와 끊임없는 군비 경쟁에서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 가운데 하나이자 가장 위험한 핵 분쟁 가능 지역 중 하나로 남아 있다며,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는 한 오판이나 사고, 군사적 긴장 고조가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지속된다고 경고했다.

공동성명은 또 정전협정이 가져온 군사적 충돌의 중단을 인정하면서도, 휴전 상태 자체를 평화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이산가족의 일원인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의 캐시 최(Cathi Choi) 사무총장은 7월 27일은 “휴전이 곧 평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날”이라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한국전쟁이 지난 70여 년 동안 막대한 인적·환경적·경제적 비용을 초래했다며, 군사적 대결의 피해는 정부나 군대에만 국한되지 않고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고스란히 전가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주민들은 전투 재개의 상시적인 위협 속에서 피난과 이주, 사회경제적 불안, 지속적인 트라우마를 견뎌 왔다며 “우리에게는 외교와 화해, 항구적인 평화에 기반한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평화는 실현 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과제다.”

미국의 종교·시민단체들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 하루 전 날인 2026년 7월 26일 워싱턴 D.C. 링컨 메모리얼파크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 정부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 재개와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미국의 종교·시민단체들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3주년 하루 전 날인 2026년 7월 26일 워싱턴 D.C. 링컨 메모리얼파크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 정부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 재개와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

미국퀘이커봉사위원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의 아시아 지역 옹호 활동 코디네이터인 오스틴 헤드릭(Austin Headrick)도 미국 국민이 끝없는 전쟁보다 평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에 관해 자세히 알기

민간인을 포함해 남북한에서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약 50만 명의 중국군과 5만 여명의 미군 및 유엔군의 전사자를 남긴 1950년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또는 정전협정) 체결을 통해 중단된 상태다. 이 정전협정에는 중국군과 북한군, 그리고 유엔군 사령관만 서명했을 뿐, 한국군과 미국군은 서명하지 않았다. 국제법상 조약 체결에는 당사국 의회의 비준이 필요하지만, 당시에는 전시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군사령관의 서명만으로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과거 정전협정을 ‘Ceasefire’로 번역해 사용하면서 개념상의 혼선이 있었으나, 현재는 ‘Armistice’를 영어 공식 용어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정전협정의 정식 영문 이름은 Agreement between the Commander-in-Chief, United Nations Command, on the one hand, and the Supreme Commander of the Korean People’s Army and the Commander of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 on the other hand, concerning a military armistice in Korea이며, 중국어로는 "朝鮮人民軍最高司令官及中國人民志願軍司令員一方與聯合國軍總司令另一方關於朝鮮軍事停戰的協定"이다.

정전협정에는 체결 후 3개월 이내에 당사국인 북한군, 중국군, 유엔군이 평화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다. 또한 1954년 제네바 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다양한 정치적 이유로 지금까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헤드릭은 “미국은 70년 넘게 북한과 전쟁 상태를 지속해 왔다.”라며 “이제 미국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 ‘끝없는 전쟁’을 종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퀘이커봉사위원회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5% 이상이 평화협정을 통한 한국전쟁의 공식 종식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성명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미국 국민이 대결보다 대화와 인도주의 협력,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감리교회 사회부의 정의와평화(Peace with Justice) 디렉터인 콜린 무어(Colleen Moore)는 연합감리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치유,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남북한과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과 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어는 “연합감리교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치유, 화해를 위해 헌신하는 남북한 및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과 굳건히 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위험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기존의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리아평화네트워크와 미국 시민사회가 미국 정부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고 한국전쟁을 완전히 종식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연합감리교회는 이번 공동성명뿐 아니라 총회에서 채택한 여러 결의를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평화 체제 수립,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주의 교류를 지지해 왔다.

『2020/2024 연합감리교회 결의집(Book of Resolutions)』 제4112호 「한국의 평화, 정의 그리고 통일(Korea Peace, Justice, and Reunification)」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책임이 한국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모든 교회 구성원에게 있다고 선언한다.

결의문은 또 “그리스도의 몸 된 모든 구성원은 한국 국민이 민주주의를 세우고 긴장을 완화하며 한반도에 신뢰를 조성하고, 분단을 치유하며, 나라를 다시 하나 되게 하려는 노력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라고 밝힌다.

또한 이 결의문은 세계에서 5-6위 규모의 남북한 군대가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위협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코리아평화네트워크가 이날 발표한 성명은 제재와 군사적 위협, 외교적 고립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선제적인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강력한 제재와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방식으로는 상호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의 협상은 비핵화 문제만을 앞세우기보다 한반도 안보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미해결 전쟁 상태를 다루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전쟁을 끝내고 관계를 개선하며 단계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를 포함한 장기적인 합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명은 진정한 안보가 상대방을 파괴할 수 있다는 위협 위에 세워질 수 없으며, 대화와 상호 존중, 그리고 한국인과 미국인의 민간 안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인식 위에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기 위해 취해야 할 네 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첫째, 북한과 최고위급 직접 외교를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 압박보다는 평화를 우선하고, 실무급 소통 채널과 정상급 대화를 복원해 긴급 상황을 관리하고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상호적이고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군사훈련과 전략 자산 전개, 경제제재 등을 조정하고 관계 개선 의사를 밝히면 북한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동결 등으로 화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셋째, 한국전쟁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영구적인 평화 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지속적인 협상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넷째,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 활동과 민간 교류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량과 의약품 지원을 방해하는 제재를 해제하고, 미국인의 북한 여행과 민간 교류 제한을 완화하며, 이산가족 상봉과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을 위한 협력도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앞서 언급한 연합감리교회 사회부와 세계선교부 두 기관을 비롯해 미국교회협의회(National Council of Churches), 미국장로교회 공공증언실, 미국연합그리스도교회, 미국 퀘이커 봉사위원회,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 메리놀 국제문제사무소, 팍스 크리스티 USA, 재향군인평화회, 위민크로스디엠지 등 다양한 신앙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성명 참여 단체들은 전쟁을 끝내는 일은 어느 한쪽의 승리나 양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평화가 먼 미래의 이상이 아니라 대화와 외교, 신뢰 구축과 인간적 교류를 통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는 분단된 한국 가족들의 희망과 끝나지 않은 전쟁의 무게를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모든 사람의 염원을 품고 있다.”라며, “태평양 양쪽의 어린이들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밝혔다.

성명은 “이 전쟁을 끝낼 힘은 존재한다. 우리는 지도자들이 그 힘을 사용하도록 촉구한다.”라고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A Joint Statement Calling for an End to the Korean War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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