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동남아시아 및 몇몇 국가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이 기사에서는 일부 사역자들의 이름을 이니셜로 표기했음을 밝힙니다.)
뜨거운 캄보디아의 태양 아래, 신앙으로 헌신한 목회자들과 사역자들이 5일간 ‘깨끗한 물’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위한 시설을 직접 설치하며 경험을 쌓았다.
2025년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프놈펜에 소재한 희망직업학교(Hope Vocational School)에서 열린 워쉬아카데미(WASH Academy: Water AND Sanitation Hygiene Academy)에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지역의 교회와 사역자들이 함께 모였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각국이 직면한 물 부족 문제를 함께 극복하고, 식수로 사용할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나누었다. 이번 훈련은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General Board of Global Ministries)와 한국 NGO <희망의다리(Bridge of Hope)>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사역의 초창기에는 우물을 파는 데 집중했습니다.”라고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표인 폴 공(Paul Kong) 목사는 회상했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몇 년 사이에 우물이 마르거나 오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 목사는 이어 “이 깨달음이 서울대학교와의 협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빗물 저장 및 정수 시스템을 함께 연구하고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우물과 달리 이 시스템은 현지에서 손쉽게 유지·보수할 수 있고,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 맞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공 목사는 또 “이전에는 단순한 식수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지역사회를 세우는 선교로 발전했습니다. 워쉬아카데미는 참가자들이 설계와 유지관리, 그리고 지역 교육까지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아카데미는 각국 대표들의 보고로 시작되었으며, 이어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과 빗물 저장 탱크 설치 교육과 실습이 이어졌다.
캄보디아 대표 티 렝(Thy Leng)은 자국 농촌의 현실을 이렇게 전했다.
“많은 농촌 가정이 여전히 하수나 강물 같은 불안전한 수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골 주민 4명 중 1명만이 안정적으로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는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가난한 가정은 수도관 연결조차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물은 돈이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기본 자원입니다.”
이어 그는 “위생 교육은 이러한 상황을 변화 가능하게 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소도시와 마을에서는 위생 교육과 시설이 크게 향상되었고, 팬데믹 기간에 수인성 질병 발생률이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라오스 대표 C.C.는 발전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라오스의 식수 접근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도시와 농촌 간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약 84%의 인구가 기본적인 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나, 농촌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하천이나 보호되지 않은 우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는 “산악 지형과 흩어진 인구, 그리고 제한된 예산이 인프라 구축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농업 유출수와 무분별한 채굴, 비효율적인 폐기물 관리가 겹치면서 수질 오염이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빈번한 홍수와 가뭄 역시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고 우물을 오염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라오스 전역에 정부와 민간, 그리고 여러 사역 단체의 협력을 통해 희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라오스 정부의) 공공사업교통부와 보건부가 안정적인 식수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가 전략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니세프(UNICEF), SNV, 풍부한 물 세라믹 프로그램(Abundant Water Ceramics Program) 등이 학교 내의 식수 공급 사업과 기후 회복력 인프라 구축 및 저비용 정수 시스템 지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하며, “상황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지만, 그 지속적인 성공은 결국 지역사회의 주인의식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얀마에서 온 소 예 인 투(Saw Ye Yint Htoo)는 “우리나라는 연평균 2,000mm 이상의 비가 내리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이 안전한 식수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57%만이 안전하게 관리된 식수를 이용하고, 61%가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구의 40% 가까이는 불안전한 수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는 “건기에는 일부 농촌 지역 가정이 월 소득 80달러 중 60달러를 물값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농촌 지역 전체 가정의 약 4%만이 수도에 연결된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동시에 그는 해외 단체들과 교회가 농촌 지역의 고통을 덜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UNDP와 톰셰이드재단(Tom Shade Foundation)이 최대 200만 갤런의 물탱크를 설치했으며, 농촌 지역의 교회들은 건기 동안 긴급 식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 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필리핀 대표단은 필리핀의 물 부족 상황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이렇게 공유했다.
“필리핀은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지만, 여전히 900만 명 이상이 불안전한 수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각종 오염과 미비한 규제, 그리고 불균형한 서비스,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해 특히 농촌과 해안 지역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라고 콜린 이사벨 후안 아가피나이(Coleen Isabel Juan Agapinay)는 전했다.
카르미 에리카 카스필란 부만라그(Carmy Erika Caspillan Bumanlag)는 “마을위원회가 수도 설치 위치를 결정하고, 관리인을 훈련하며, 주민들이 직접 소액의 유지비를 책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때, 그들은 ‘이건 우리의 것이다.’라는 책임 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식이 삶과 행동을 변화시킵니다.”라고 말하며,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사회의 참여와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즈파 카르나테 아트레로(Mizpah Carnate Atrero)는 “빗물을 저장해 식수로 전환하는 시설은 농촌 지역은 물론 도시 빈민 지역에서도 저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또한 태양광 펌프는 연료 의존도를 낮출 뿐 아니라 오지의 물 접근성도 크게 향상시킵니다.”라고 설명했다.
케아 카일라 휴고 파데레스(Kea Kyla Hugo Paderes)는 “필리핀의 경험은 지속가능성이 결국 ‘자기 권한 부여와 주인의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라고 결론지었다.
베트남 대표 V.T.D.는 “베트남은 풍부한 강수량을 가지고 있지만, 홍수와 가뭄, 그리고 염수 침입이 특히 메콩델타 지역에서 심화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2020년 이후 교회와 인도주의 단체들이 28개의 우물과 4개의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좁고 깊은 관정(井)을 설치해, 500가구 이상이 깨끗한 물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는 발표를 마치며, “깨끗한 물은 생명 그 자체이며, 우리가 그것을 나눌 때 희망도 함께 나눕니다.”라고 말했다.
워쉬아카데미의 기조 강연은 웨이브스 투 오션(Waves to Oceans Co., Ltd.) 대표인 장명근(Myung Keun Chang) 박사가 줌(Zoom)을 통해 진행했다.
장 박사는 “물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형태만 바꿔 다시 돌아올 뿐입니다. 우리가 물을 돌보면, 물도 우리를 돌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빗물을 정수해 활용하기 위한 빗물 배수 장치, 필터, 물탱크 관리 등 유지∙보수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설계가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공동체의 꾸준한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때로 물탱크에서 물이 넘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지하수를 보충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라고 덧붙이며, 참가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과학은 우리에게 도구를 주지만, 지혜는 그 도구를 통해 사람을 섬기고 창조 세계를 지킬 수 있도록 이끕니다. 모든 나라가 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은 ‘모두를 위한 깨끗한 물’을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사명입니다.”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희망직업학교에서 이론 교육을 마친 후 캄볼 고등학교(Kambol High School)를 찾아, 서울대학교가 설치한 빗물 저장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강의를 통해 배운, 지붕 면적 측정, 여과기 점검, 배수로 확인, 유지관리 방법 등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어 참가자들은 톤레삽강(Tonlé Sap River)의 수상촌에 있는 아가페가든교회(Agape Garden Church)를 찾아갔다. 이곳은 사이공 함락 이후 탈출한 베트남 난민, 이른바 ‘보트피플’의 삶터이다. 국적도 교육도, 깨끗한 물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현실은 “식수는 정의의 문제이자 생명”임을 일깨웠다.
“이 교회는 60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라고 폴 공 목사는 말했다. “교회가 물탱크를 설치하고 보육과 식수 시설을 운영한 뒤로, 단 한 명의 익사한 아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아시아태평양사무소는 약 250가정(약 1,000명)이 사는 이 교회에 정수 필터를 지원하여 육체적·영적 생명력을 함께 회복하도록 도왔다.
“워쉬아카데미는 단순한 기술 훈련이 아닙니다. 디자인, 유지관리, 지역 교육을 통해 스스로 물을 확보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이 스스로의 건강과 존엄, 삶의 질을 지켜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라고 폴 공 목사는 전했다.
다음날 참가자들은 훈센상 고등학교(Hun Sen Sa’ng High School)와 뻬락뜨렝 초등학교(Perak Treng Primary School)에 새 빗물 저장탱크를 설치하고 운영과 관리 방법을 지도했다.

5일간의 여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수료증을 받고, 기술뿐 아니라 ‘깨끗한 물은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확신을 새롭게 품었다.
“설치와 유지관리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입니다.”라고 공 목사는 덧붙였다.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아시아·태평양사무소와 <희망의다리>는 앞으로도 워쉬아카데미 수료자들이 각국에서 식수 사역을 이어가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식수로 사용할 깨끗한 물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 빗물 저장 탱크를 설치하여 깨끗한 물로 전환하도록, 일정액의 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입니다.”라고 공 목사는 밝혔다.
“워쉬아카데미는 지속가능한 선교가 곧 ‘역량 강화’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역사회가 깨끗한 물을 스스로 책임질 때,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4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