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받은 상처들을 조금씩 십자가 앞에 내려 놓읍시다

(편집자 주: 이 기사는 2023년 8월 15일, 연합감리교회의 한인 감독과 감리사들 그리고 총회 기관과 연회를 섬기는 연대 사역자들과 각 한인선교구를 섬기는 선교감리사들이 화상으로 모임을 열고, 한인연합감리교회의 현 상황과 미래 그리고 다가오는 10월 특별한인총회에 대한 의견을 나눈 줌 미팅에서 정희수 감독이 설교한 내용입니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시옵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에베소서 3:17-19)

사랑하고 존경하는 동역자 여러분,

오늘 연합감리교회의 중심에서 섬기시는 여러분들과 만나게 하심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연회와 교단 총회 산하의 기관에서 수고하시는 여러분, 그리고 감독과 함께 섬기시는 감리사님과 한인선교구를 통해 한인교회를 지원하며, 지역 총회와 협력하시는 선교감리사님들께도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먼저, 교단 전체의 상황과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를 다시 새롭게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직면하는 수많은 도전과 갈등,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마주치는 비판과 변화의 현실 속에서도, 연합감리교회를 통해 일하시는 주님을 따라, 쉬지 않고 교회를 사랑하며 섬기겠다는 다짐의 고백을 거룩한 제단에 올려드립니다.

“밤에 주께서 환상 가운데 바울에게 말씀하시되 두려워하지 말며 잠잠하지 말고 말하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아무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 하시더라.” (행 18:9-10)

환상 가운데 바울에게 임하신 성령의 “두려워하지 말며 잠잠하지 말라”는 말씀을 붙잡고, 우리의 영성 자리와 소명에 대한 확신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요즘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교회를 향한 비판과 비난 그리고 분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바로 현대 사회의 반교회적인 문화와 무분별하고 거세게 다가오는 지나치게 경직된 근본주의적 신학에 기초한 공격들이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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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슬리 이후, 감리교회는 도전이 닥쳐올 때마다 우리는 자기 갱신을 실천해왔으며, 그러한 비판과 홀대의 자리에서도, 먼저 자기 스스로를 비판하고, 성찰을 통한 자기 겸허를 이루는 것을 신앙의 덕목으로 여기며, 끊임없이 우리가 어떤 제자도를 실천하고 있는지, 또 부족한 점은 없는지를 점검해 왔습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공교회가 비판과 홀대 그리고 폄하의 대상이 되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그 도전에 권위있게 대면하고, 생명력 있는 교회를 세워가며, 진정한 부흥을 달성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연합감리교회는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아무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 하시더라”라고 하신 성령의 권고를 다시 신중하게 청종해야 합니다.

저는 믿음은 두려움을 물리치고,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행동하는 힘을 새롭게 부여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저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함께 연합감리교회를 세우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여깁니다.

오늘 한인연합감리교회는 어디에 서있습니까? 

우리는 또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저는 우리 한인 교회가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며, 인내를 가지고, 어지러운 미국의 현실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고자 노력하는 교회라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소통하기 위해 저는 여러분을 이자리에 초대했습니다.

연합감리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Making disciple of Jesus Christ for the transformation of the world)입니다.

이는 예수의 사랑을 선교의 중심에 두고, 오늘 우리가 속한 자리에서 잃어버린 자들, 약한 자들, 그리고 주변인들을 신앙의 여정으로 불러내는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존 웨슬리의 신앙은 경계 없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바로 그 사랑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가진 은사 중 최고의 것이며, 감리교인 신앙 고백의 기초가 됩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논쟁과 이해 속에서 우리는 지금 교단이 당하고 있는 어려움을 인식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교회가 서 있는 세계의 현실이며, 한인연합감리교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신학적인 논쟁 가운데,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채 대립과 분리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되었고, 두 진영 간의 뚜렷한 이해 차이는 뜨거운 신학적인 논쟁을 낳았고, 급기야 교단 탈퇴와 분열이라는 아픈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믿음 생활을 하던 교우들과 동역자들이 나뉘어서 각자 서로 다른 길을 가는 현실은, 우리에게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아쉬움, 상실감과 슬픔 그 자체입니다.

이로 인해 교단 지도자의 한 사람인 저는 서로에게, 그리고 주님께 송구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한인연합감리교회는 끈끈한 협력과 사랑의 공동 선교를 해온 터라 갈라섬이 더 어렵고 힘들게 느낍니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옵시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 그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에베소서 3:17-19)

여기서 저는 우리가 사랑의 실천을 성서적인 언약과 계명으로 받아드리고, 결손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와 화해를 구하면서 서로 하나의 지체가 되는 노력과 결단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로를 부족한 피조물로 여기고, 온전하게 이루시는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 속으로 들어가 하늘의 지혜를 구하면 좋겠습니다.  동역자 간의 격려와 교제가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고 여깁니다. 사랑이 가장 큰 은사 중의 은사요, 사랑하기 때문에 우린 지금 함께 하고 때로는 갈등하고, 그 속에서 인내하고 있다는 확신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제일이라는 가르침에 기대어 지금의 어려운 때를 이기고 갈 수 있으면 합니다.

 

한인연합감리교회가 어떻게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을 따르고, 함께 미래를 향해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이루어 갈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이해하면서, 섬기며 공동체를 세우고, 세상을 변혁하는 것이 한인연합감리교회 선교의 미래일 것입니다.  한인연합감리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더 적극적으로 성찰하여 보고, 구성원 전체에 대한 배려와 연대를 실천해야 합니다.

교차 문화와 타인종 목회 현장을 섬기고 있는 한인 목회자들이 연회를 망라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연합감리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한인 여성 교역자들의 역량과 공헌이 다른 인종 교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이번 교단의 현실을 겪으면서 한인연합감리교회의 정체성 역시, 단순한 동질성과 일원화로 이해할 수 없게, 다양해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세대 간의 폭도 넓어졌고, 차세대 넥서스의 리더십도 한인 공동체의 중심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봅니다.

한인연합감리교회의 사역도 전통적인 이민 교회의 틀을 넘어서서, 다른 인종 간의 연대와 사회 정의 실현, 그리고 다양한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욱 서로의 관심과 현장의 차이를 존중하고, 전 교회적으로 끼치는 리더십과 영향을 결집하여야 합니다.  이 다양성을 한인 공동체의 은사와 축복으로 여기고, 더욱 함께 연계하고 넥트웍을 이루는 일이 요구됩니다.

“너희가 부르심을 입은 부름에 합당하게 행하여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몸이 하나이요 성령이 하나이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입었느니라.  주도하나이요 믿음도 하나이요 세례도 하나이요 하나님도 하나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에베소서 4:1-6)

실제 2019년 교단 임시 총회 이후 지난 4년 간 여러 지역과 연회에서 쟁점이 된 한인교회들의 실태는 연합감리교회 안에서, 거룩한 동행과 한 몸인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신앙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난맥을 이루었습니다.

감독의 일원으로서 연회와 개체 교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과 논쟁을 바라보면서 저도 혼란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안타까움도 있었고, 불거지는 갈등과 불협화음이 한인 공동체들 안에서 첨예화되는 것을 속속 담지하면서 한인공동체의 열정과 반면 그 그림자를 동시에 바라봤습니다.

우리가 교회의 현실을 미리 예견하고 함께 일치된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없었나 하는 질문을 해 보기도 하였지만, 변화와 갈등은 시시각각으로 일어난 균열은 대화의 공론 조차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 사람의 감독으로서 이런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부족함과 무능한 현실을 고백하게 됩니다.

지난 50여 년 간 연합감리교회가 교단 선교 정책과 소수인종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인 교회 공동체를 향해 엄청난 사랑과 기도로 후원했고, 지금도 여전히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성령께 의존하여 우리가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한인연합감리교회 공동체를 세우고 부흥시켜 가기를 기도합니다.

“주도 하나이요 믿음도 하나이요 세례도 하나이요 하나님도 하나이니…”라는 바울의 에클레시아(ἐκκλησία) 선언을 다시 부여잡고, 우리는 함께 기도하고 함께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가는 복음의 증인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교단 탈퇴와 분리의 현실 속에서 서로 주고받은 상처들을 조금씩 십자가 앞에 내려 놓읍시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감정적인 자리에서 주고받은 상처와 짐을 주님께 맡기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세계인의 희망이 되도록 서로 용서하고 인내하는 영적인 성숙함을 실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요한 웨슬리의 후예로서 능력과 힘이 있는 연합감리교회를 세우고, 겸손히 섬기는 사명을 다시 새롭게하고, 부름 받은 자로서 겸허하게 천국 일꾼 삼으신 주님의 뜻을 따라 가기를 소원하여 봅니다. 

우리가 교단을 향한 비전(vision)과 충심(royalties)을 갖고 함께 헌신하여 가고자 합니다.

연합감리교회 중심에서 부름 받은 모든 지도자들과 함께 헌신하시는 여러분께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교회를 이름만의 교회가 아니고 영혼을 구원하고 작은 자를 세우고 이 시대를 빛으로 인도하는 능력 있는 성령의 교회로 만들어 주소서. 저희들에게 예수의 제자라는 권위있는 생명력을 다시 부어 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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