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4년 10월 7일에 열린 한인총회 개회 예배에서 ‘은혜의 첫 자리’를 기억하며, 올해 새롭게 파송 받았거나 안수받은 목회자와 새로 파송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순영 목사는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 캄보디아 선교사로 사역하다 샌디에고 한인연합감리교회로 파송 받았다.)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캄보디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현재는 샌디에고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이순영입니다. 제 삶에 있어 하나님의 부르심은 “젠틀한 초청”이었습니다. 목회의 길로 인도해 주신 분도 주님이셨고, 선교의 문을 열어 주신 것도 주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신 방식은 참으로 부드럽고 젠틀한 인도하심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그리고 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거쳐 하와이에서 목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와이에서 10년간의 목회 연수가 채워졌을 때,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선교의 문을 열어 주셨고, 저는 그 부르심에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Here I am, Lord)”라고 응답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여정 속에 하나님의 세심한 부르심과 그에 대한 응답, 그리고 파송이 있었습니다.
선교에 대한 저의 간증을 잠시 나누자면, 저는 총 2번의 선교사 파송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 시절, 청년선교사로 방글라데시에 1년간 단기 파송되었던 것이고, 두 번째는, 하와이에서 10년간 목회한 후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를 통해 장기 선교사로 파송된 것입니다.
저는 대학 시절 사실 해외선교에 대한 비전이라곤 하나도 없는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요. 한때는 돈을 많이 벌어 큰 부자가 되겠다는 꿈에 가득 차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와 같은 사람에게도 하나님의 부드럽고 따뜻한 초청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날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꾼 날이었고, 제 삶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날은 바로 “주일”이었고, 그 결정적 사건은 “한 예배” 중에 일어났습니다.
그날, 한 가녀린 여자 선교사님이 제가 다니던 하와이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 방문하셔서, 선교 보고를 하셨습니다. 그분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웠지만, 선교에 대한 깊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말씀이었습니다. 선교사님은 선교 보고를 마친 후, 한 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그 말은 이랬습니다.
“방글라데시에는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PC도 미국에서 많이 기부해 주셨는데, 문제는 가르쳐 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컴퓨터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선교사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고 나지막했지만, 약간 떨리는 듯한 그 음성은 계속 제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가슴이 조금 뛰는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제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이 제 마음을 두드리시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은 “젠틀”하지만, 분명히 저를 향한 “하나님은 음성”이었습니다. 그날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이고, 선교나 목회도 여전히 먼 나라의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일이 어렵지, 한번 결정이 서고 나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고, 담임목사님께 말씀드리고 기도를 받고, 선교지에 연락하고 준비를 시작했고, 예전엔 잘 읽지도 않던 성경도 읽고, 로마서를 통해 중생을 경험하며 선교를 준비해 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대학생 시절, 방글라데시라는 미지의 나라에서 12개월간 컴퓨터 사역자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비록 단기 선교사로서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하루하루가 제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현지에서의 일들은 정말 소중한 기억들로 남아 있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배구하며 넘어지고 구르면서 함께 웃고, 서로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던 일들. 주일마다 함께 예배드리며, 크게 찬양했던 일들, 그리고 심방을 가서 현지 음식을 나누며 교제하던 일들 등 모든 순간이 특별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하나님은 이 작은 시골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아시고 품으시는구나! 하나님의 은혜라는 게, 내 생각보다 참 크고 광대하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기간이 소중했던 게, 하나님께서 제 안에 한 영혼을 향한 마음을 품게 해주시고, 선교와 목회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열정은 이후 믿음 안에서 아내를 만나게 했고, 신학교를 가게 했으며, 안수를 받고 교회를 섬기는 일로 이어졌습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젠틀한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다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난 7년간, 저는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에서 장기 선교사로 선교 사역을 감당해 왔으며, 아내는 현재도 세계선교부에서 서부 지역총회 선교 홍보대사(Mission Advocate of Western Jurisdiction)로 섬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교에 관심 있는 여러분과 섬기는 교회에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캄보디아에서 캄보디아 감리교회(Methodist Church in Cambodia)을 설립하는 작업을 하며, 여러 다른 교단과 협력하는 사역을 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사역했고, 어떤 결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여기 세계선교부 관계자들이 계시니 잘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만약 선한 열매가 맺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하신 일임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지금은 선교 임무를 마치고, 다시 제가 속해 있는 캘리포니아-태평양 연회로 돌아와 너무도 귀한 샌디에고한인연합감리교회의 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제가 선교지에 있는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캄보디아 선교에 참여해 준, 단지 선교를 “하는” 교회가 아닌 선교적인 교회였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선교를 교회의 사역 중 하나로 취급하며, 별도로 수행하는 교회가 아니라, 교회의 모든 사역과 존재 자체가 선교적 목적에 초점을 맞춘 교회였고, 교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예수님께서 주신 사명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데 중심이 두는 교회였습니다. 이런 선교적 DNA가 있는 교회에 제가 파송된 것입니다. 선교사가 아닌 목사로 이 교회에 다시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목회지와 선교지에서 제가 경험하며 깨달은 것은 바로 하나님의 은혜가 “값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풍요로운 미국에 계신 분들만 이 은혜와 축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고, 선교지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가난한 현지인들에게도 이 은혜와 축복이 똑같이 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게 하였느니라.” (로마서 3:23-24)
소금은커녕 아무런 맛도 내지 못했던 제 무덤덤한 신앙생활에, 하나님께서 어느 날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젠틀한 초청”이었고, 저는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Here I am Lord.”라고 응답하며 그분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오늘 본문 고린도전서 15:10 말씀입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다.”
함께 해주신 동료 목사님들, 저를 이끌어주신 선배 목사님들과 선교사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성도님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은혜이기에, 우리는 늘 이 은혜를 되새겨야 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사역하든지 항상 기억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현재 사역하고 있는 그 자리, 그곳이 목회지이건 선교지이건, 바로 그 자리가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는 자리인 줄로 믿습니다. 또한 그 자리가 구원의 기쁨으로 충만해지는 곳이 될 줄로 믿습니다.
귀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섬기시는 사역지에 함께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 드립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