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와 오하이오를 잇는 은혜 이야기

2025년 4월 24일, 서울 꽃재교회에서 열린 서울 연회 본회의에서 정희수 감독이 윌리엄 스크린턴 선교사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2025년 4월 24일, 서울 꽃재교회에서 열린 서울 연회 본회의에서 정희수 감독이 윌리엄 스크린턴 선교사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역사가 단순한 기억 그 이상으로 살아 숨 쉬는 곳이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와 하나님의 자비가 만나 영혼을 울리는 그런 장소들 말입니다. 저에게 강화도는 바로 그런 곳입니다.

1907년 4월, 감리사(Presiding Elder)로 사역하던 윌리엄 B. 스크랜턴(William B. Scranton) 목사는 존스(Jones), 데밍(Deming) 선교사, 그리고 노병선 목사 등과 함께 대규모 사경회(Bible conference)를 인도하기 위해 강화도로 향했습니다. 그들의 목적지는 오늘날 강화중앙감리교회로 알려진 잠두교회였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320명의 성도가 선교사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갑곶 나루터까지 마중을 나왔다고 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예의를 갖춘 인사만 건넨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찬송으로 선교사들을 환영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리 사랑하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감리사를 보내셨네.
우리는 그를 기다리고 사모했는데,
오늘 마침내 만나게 되었네.

(후렴)

오셨네, 오셨네,
우리 감리사님 오셨네.
우리가 기다리고 바라던 분이
오늘 마침내 오셨네.

그들은 나루터에서부터 마을의 교회까지 걸어가며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기쁨으로 가득 찬 한국인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온 이들을 환영하는 모습은 참으로 거룩한 행진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지역 교회의 행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보여주는 은혜의 장면이었습니다.

이 거룩한 이야기의 시작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01년, 오하이오주 마리에타(Marietta)의 찰스 오토(Charles Otto)는 세상을 떠난 아내 리디아(Lydia)를 기리며 특별한 추모 헌금을 드렸습니다. 이 예물을 통해 강화에 25칸짜리 기와집과 16칸짜리 초가집이 마련되었고, 바로 그곳에 잠두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이렇게 오하이오에서 드려진 작은 추모 헌금은 강화에서 복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한 남편이 아내를 기리며 바친 사랑의 예물은 선교의 제단이 되었고, 한 가정의 사랑의 기억은 교회의 기초가 된 것입니다.

그 이후 강화의 감리교 운동은 놀라운 생명력으로 자라났습니다. 오늘날 강화에는 140개가 넘는 감리교회와 4개의 지방회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도적 성장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희생과 기도,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맺은 선교의 열매입니다.

특히 1907년의 사경회는 강화 전역에 영적 각성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몰려와 교회 건물 안에 모두 수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둘째 날에는 900명의 주일학교 어린이가 모였고, 강화 각지에서 1,500명이 넘는 성도들이 찾아왔습니다. 결국 자리가 부족해졌고, 당시 강화 진위대의 군사 훈련장이었던 연무당(Yeonmudang)을 빌려 야외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은혜 가운데 117명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벅찬 감동 속에서 스크랜턴 목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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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강화의 형제자매들이 과거에 처했던 상황을 생각할 때, 오늘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가 말한 “과거의 상황”이란 무엇이었을까요?

강화도는 깊은 아픔의 기억을 간직한 곳이었습니다. 1866년, 조선은 미국의 무장상선 제너럴셔먼호와 대치했고, 1871년에는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조선의 개항을 요구하며 침입해 강화도 근해에서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신미양요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 수비대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강화는 대립과 공포, 그리고 유혈의 기억이 남는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세대 뒤,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은 무기가 아닌 복음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 왔고,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증언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리고 강화의 주민들은 나루터까지 나와 찬송을 부르며 환영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화해의 신비이며, 얼마나 깊은 하나님의 은혜의 증거입니까.

한때 살육의 현장이었던 곳이 환대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적대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해안가는 복음이 상륙하는 자리가 되었고, 서양을 경계하던 사람들은 기쁨의 노래로 선교사들을 맞이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이루신 아름다운 역사입니다.

2025년 4월 23일, 정희수 감독이 이끄는 오하이오 감독구 지도자들이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찾아 윌리엄 스크랜턴과 메리 스크랜턴 선교사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뒤, 묘원에 안장된 미감리교 선교사들의 묘비를 둘러보고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2025년 4월 23일, 정희수 감독이 이끄는 오하이오 감독구 지도자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찾아 윌리엄 스크랜턴과 메리 스크랜턴 선교사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뒤, 묘원에 안장된 감리교 선교사들의 묘비를 방문해 현장 해설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오하이오 감리교인들에게 이 이야기는 결코 먼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매우 개인적이고도 깊은 연결이 담겨 있습니다. 오하이오의 선교를 향한 열정은 한국에 복음의 씨앗을 심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윌리엄과 메리 스크랜턴(Mary Scranton) 모자를 통해, 마리에타의 찰스 오토가 바친 추모 헌금 같은 예물들을 통해, 그리고 <세계는 나의 교구>라고 굳게 믿었던 교회와 사람들을 통해, 오하이오는 한국 복음의 역사 속에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저는 교회의 감독(Bishop)으로서 다시 이 오하이오 땅에 서 있습니다.

저는 강화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제가 처음 예수님을 믿게 된 곳도 강화였고, 제 삶에 복음의 씨앗이 뿌리 내린 곳도 그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감사와 감격으로 떨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하이오가 한국에 복음을 전한 지 140년이 지난 오늘, 강화의 아들이 이제 오하이오의 감독으로 섬기기 위해 이곳에 서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은혜 위에 은혜(grace layered upon grace)가 더해진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역사와 선교, 희생과 소명을 하나의 거룩한 이야기로 엮어 가고 계십니다.

제가 강화를 기억할 때, 저는 단지 저의 고향을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를 치유하는 복음의 능력을 기억합니다.

태평양을 건너와 복음을 전했던 선교사들의 용기를 기억합니다.

나루터에서 환영의 찬송을 불렀던 한국인 성도들의 신앙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토양에 씨앗처럼 심어진 오하이오의 사랑과 그 안에 담긴 복음의 능력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저는 하나님의 선교가 결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은혜는 온 지구를 여행합니다.
은혜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은혜는 우리로 하여금 기억하게 합니다.
은혜는 우리를 화해하게 합니다.
그리고 은혜는 우리를 다시 세상으로 보냅니다.

강화도와 오하이오의 이야기는 선교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사랑으로 드려진 하나의 예물은 교회가 될 수 있고, 그 교회는 다시 거룩한 운동(movement)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운동은 세대를 변화시키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감사의 눈물과 새로운 소명을 품고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들 윌리엄과 그의 어머니 메리 스크랜턴 모자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오하이오의 신실한 감리교인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노래로 복음을 맞이한 강화의 성도들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날 세례를 받은 117명과 그 뒤를 이어 믿음의 길을 걸어간 수많은 이들을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역사를 치유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오하이오의 감리교인으로 부름을 받은 우리 모두가 이 이야기를 단지 과거의 역사로만이 아니라 오늘의 부르심으로 받아들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다시 거룩한 불의 사람들이 되기를,
우리가 다시 선교적 용기를 품고 살아가기를,
우리가 기쁨으로 새로운 믿음의 공동체들을 세워가기를,
우리가 은혜의 노래로 낯선 이들을 환영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사랑의 모든 행위와 믿음의 모든 헌신, 선교를 위해 뿌려진 모든 씨앗이 하나님의 구속 이야기 속에 귀하게 사용된다는 사실을 믿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갈등을 환대로, 기억을 선교로, 슬픔을 찬송으로 바꾸신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가운데 살아 역사하고 계십니다. 강화에 상륙했던 그 복음은 오늘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감사드림이 참으로 마땅합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409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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