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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미있게 목회했고, 감사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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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러려니 하던 일이 실제로 내 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은 머리로만 생각하고 입으로만 떠들어댔던 일이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몸으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나를 위한 은퇴 예배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섬기는 교회가 한인교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기대는 아예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많은 분이 나의 은퇴에 대해, 아니 은퇴 후의 생활에 관해 물어봐 주신다. 그저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이다.

난 머리만 하얗지, 몸과 마음은 아직도 40대 청춘이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내가 지금 우리 북일리노이연회안의 한인 목사 가운데 가장 먼저 안수받은, 소위 "최고참" 목사가 되어있는 것이다. 머리가 더 하얘지는 느낌이다.

은퇴(隱退)는, 단순히 일에서 물러난다는 퇴직(退職)이라는 말과 달리, 한자어로 물러나 숨는다는 의미가 있는 단어다.

나도 은퇴하면 정말 목회 활동에서 물러나 어디든 숨어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턱도 없는 소리다. 인터넷과 SNS가 살아 펄펄 뛰는 이 대명천지에, 내가 무슨 도포 입고 수염 기른 도사도 아닌데, 물러나기는 어디로 물러나며, 또 거기 간들 어찌 숨어 살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은 지금 100세 시대를 외쳐대고 있다.

나의 어머님은 99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으니, 확률로 따지자면, 모르긴 몰라도 나 역시 최소 90세까지는 살 수 있을 거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은 더 남지 않았는가.

하기야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기왕 인심 쓰는 거 5년만 더 보태주면, 앞으로 25년을 더 살 수 있다. 앞으로 남은 25년을 생각하니 갑자기 세상이 분홍빛으로 바뀌고, 해보고 싶은 많은 일이 눈앞에 파노라마같이 펼쳐진다.

사실 나는 젊었을 적부터 죽는 시기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상하게도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언제라도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아주 옛날부터 내 마음속에 자리 잡혀 있다.

난 이것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라 믿는다.

이것은 나의 군대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최전방 철책선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여전히 지뢰가 널려있는 DMZ 안에 제초 작업하러 가는 일이 있으면, 나는 소대원들과 함께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신나고 재미있게 일하다 나오는 소대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현실은 눈 깜짝할 사이의 사고로 먼저 갈 수 있는 그런 위험한 환경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철에 철책선을 잡고 순찰을 하다 보면, 조금 전 내 발로 밟고 지나온 길이, 산허리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거대한 흙탕물로 인해, 쓸려내러 가며 터지는 지뢰를 보며 등골이 오싹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발짝 차이로 생명을 건진 것이다.

돌아보니 그런 환경에서 내가 살아난 것이 내가 산 것이 아닌, 부족한 나를 장차 당신의 도구로 쓰시려던 하나님의 계획과 은혜이고, 훈련 과정의 하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미국에 온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자동차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하이웨이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종일 쏟아진 비와 진눈깨비로 인해 꽁꽁 얼어붙어 있었는데, 그 상황을 모르고 진입한 내 차는 그만 얼음 길에 미끄러져, 언덕배기를 달려 내려가 하이웨이를 밝혀주는 거대한 100피트짜리 가로등을 들이받은 것이다.

다행히 그 가로등은 하이웨이 쪽으로 넘어졌고, 자동차의 앞부분만 크게 망가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만약 그 무거운 쇳덩어리 가로등이 하이웨이 쪽이 아닌, 반대로 나의 차 위로 쓰러졌다면 아마 나의 처와 나는 지금 하나님 곁에 있을 것이다.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을 다시 한번 일깨우시며 훈련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며, 나는 늘 행복했다.

지난 35년 동안 난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과 그의 교회 그리고 그의 백성들을 성실하게 섬길 수 있었고, 아무런 두려움이나 미련, 걱정도 없이 목회에 전념할 수 있었다.

또한 나의 모든 허물과 실수를 비롯한 모든 죄를 다 덮어주시는 그분이 나의 아버지 하나님인 것을 알기에, 난 언제나 감사하며 정말 재미있게 목회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겪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않았었다면 하는, 아직도 내 마음을 씁쓸하게 만드는 "같잖은" 일들이 왜 없겠는가.

내가 섬기고 이끌어 주어야 할 대상인 평신도들이야 내 업으로, 그들에 대한 모든 목회의 책임은 나한테 있으며, 주님께서 내게 맡기신 주님의 양들이니까,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당연히 내가 더 참고 기도하며 감사함으로 모든 사명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교회의 지도자로 선택받거나 선출된 사람들의 염치없고, 오만하고, 도의적 양심마저 실종된 듯한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행과도 같았다.

교회 개척의 경험이나 지식이 거의 없음에도 교회 개척의 전문가인 척 행세했던 이나, 한인 교회의 경험이 전무함에도 한인 목회와 교회 사역의 책임자라는 미명하에, 비전문가들의 전문가인 척하는 행위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곤 했다.

겸손과 경건을 덕목으로 해야 할 지도자가 착각과 교만 속에 빠져 세상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소위 코드 놀음을 하려는 욕심에서 생겨난 일이다.

그런데도 난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금껏 목회할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고맙고 영광스러운 일인가.

목사로서 하나님을 정성껏 섬기며 나의 반평생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축복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했고 또 행복하다.

사실 나에게는 나보다 영성이 훨씬 더 깊고, 모든 면에서 나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두 형님과 누님이 계신다.

그중 작은 형님은 이미 하나님과 함께 있지만, 그 형님은 군대에서 "목사"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신앙심이 깊었다.

큰 형님은 지금도 어디를 가든지 성경을 자신의 손에서 놓지 않는 분인데, 내가 신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형님을 따라서 간 미국인 교회에서 그가 요한계시록을 영어로 가르치는 걸 보면서 주눅이 바짝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다.

나의 누님도 예외는 아닌데,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나보다 모든 면에서 훌륭했던 나의 두 형님이나 누님을 선택하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우리 집안에서 가장 어리고 놀기나 좋아했던 나를 목사로 부르신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부족한 나를 위해서 사랑하는 어머님이 당신의 막내아들을 위하여 밤낮으로 기도하게 하셨으며, 거기에 더해 영적으로 나보다 더 성숙하고 인내심이 깊은 여인을 "돕는 배필"로 내게 허락하사 나를 세워주셨다.

이렇게 사랑하는 두 여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이러한 "성공적인" 목회를 할 수 있었겠는가.

약한 자를 들어서 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나같이 어리석고 부족한 종이 온전히 깨닫고, 교회를 위하여 더욱 충성하게 하심이라고, 나는 믿는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는 나의 목회하는 현장에서도 늘 체험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두 번씩이나 한인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특권을 내게 허락하셨고, 그로 인하여 그때, 그 특별한 장소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하셨다.

부부간에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하여 기독교 방송과 한국 방송을 통해 10여년이나 가정 상담을 할 기회까지 주셨으니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에 있겠는가.

미국인 교회에서도 난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다.

물론 다는 아니다.

어느 한 교회에 있을 때의 일이다. 분위기가 하도 수상하기에 전문 기관을 고용하여 교회 전체가 조사를 받도록 하였는데, 결과는 심각한 인종주의가 교회 내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나는 연회로부터 어떠한 격려와 위로의 전화나 이메일조차도 받은 적이 없다.

다행히 파송 요청은 받아들여져 다른 교회로 옮기는데 다섯 가정이나 나를 따라왔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난 새롭게 파송이 되면 옛날 교인들한테는 새 전화번호도 가르쳐주지 않는 고지식함을 견지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한국 사람에게만 정이 많은 게 아닌 모양이다.

지금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교회에서 11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데, 지난 1월에 나의 은퇴 계획이 발표된 후에 우리 교인들은 돌아가면서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나에게 은퇴 계획을 취소하라고 은근한 협박을 한다.

어떤 때는 웃으면서, 또 어떤 때에는 눈물을 흘리며 간곡하게 권한다.

난 이분들의 사랑과 하나님의 은혜에 그저 감사하고 황송할 뿐이다.

이분들이 늘 나한테 당신이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목사 중에 최고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할 때도, 비록 그것이 진정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목사의 자부심과 용기와 확신을 가지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나는 그분들의 입을 통해 늘 듣고 있다.

하루하루를 정말 열심히 목회하며 살아왔다.

세상이 숫자로 평가하는 그런 부류의 성공을 난 경험하지 못했지만, 난 내가 하는 목회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올 수 있었고, 그리고 성공한 목회를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느 훌륭한 목사님같이 수천, 수만 명이 모이는 교회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난 정말 재미있게 목회하고, 부끄럽지 않은 목회를 했다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목회는 축복 그 자체였다.

그래서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며 감사한다.

나는 목회가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연합감리교회 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615-742-5470 or newsdesk@umnews.org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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