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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왕과 흑인 왕비 브리저튼 샬럿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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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미치광이 왕과 흑인 왕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둘은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현혜원 목사가 시카고 제일 ”템플” 연합감리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혜원 목사.현혜원 목사가 시카고 제일 ”템플” 연합감리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혜원 목사.

잠깐만, 뭐라고요?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브리저튼>의 프리퀄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은 영국 조지 3세와 그의 왕비 샬럿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하이틴 청춘 로맨스 같은 앞의 두 시즌과는 달리 실제 역사에 기반한 이야기죠. 그래서인지 가끔은 TV를 끄고 한숨을 쉬어야 할 정도로 삶의 무게가 생생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러지 않은 삶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번 시즌은 정신이 불안정한 왕과, 백인만의 세상에 처음으로 규칙을 깨고 등장한 흑인 여왕의 이야기입니다.

브리저튼 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종의 하이틴 로맨스물입니다. 19세기 영국 리젠시 시대 청춘남녀의 연애 이야기로, 줄리아 퀸의 베스트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합니다. 그러나 이번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은 숀다 라임스가 직접 각본을 썼습니다.  저는 원작 소설보다 라임스의 브리저튼을 좋아하는데요. 라임스가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인종을 드라마에 용감하게(!) 등장시켰기 때문입니다. 그가 연출한 <그레이스 아나토미(Grey’s Anatomy)>라는 유명한 TV 시리즈에서도 그랬듯 본인이 흑인 여성이기에 그는 자기 작품에 늘 흑인과 아시안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합니다. 그래서 브리저튼 시리즈의 19세기 영국에는 모든 인종이 동등하게 섞여 함께 살아갑니다. 흑인 왕족도 있고, 아시안 귀족도 있지요.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드라마 브리저튼만의 상상력, 그것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샬럿 왕비는 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 혈통만 보면 그녀는 영락없이 백인이어야 하지만 그의 초상화를 보면 전형적인 백인의 외모보다는 오히려 흑인의 외모에 가깝습니다. 동그란 코나 눈매가요. 심지어 그녀의 주치의인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스톡마르 남작(Baron Christian Friedrich Stockmar)은 나이 든 여왕을 "물라토의 전형성이 보이는 작고 일그러진 얼굴"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형의 기원을 두고 조상 중 하나인 포르투갈 아폰수 3세의 첩 마드라가나가 무어인 혈통, 즉 북아프리카 출신 흑인이라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입니다. 브리저튼 시리즈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은 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차용합니다. 샬럿은 백인 왕가에 처음 등장한 “너무 갈색의” 왕비입니다.

정략결혼으로 졸지에 독일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영국으로 시집왔지만 열일곱 살의 샬럿은 씩씩하고 당당합니다. 자신을 박대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왕족으로 태어났기에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책임에 수시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는 남편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그는 마치 날 때부터 왕비였던 사람처럼 차분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하나하나 해결해 갑니다.

드라마는 샬럿이 문화도 언어도 낯선 이국에서 어떻게 여왕으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인 동시에 열일곱의 외국인 샬럿과 스물둘의 마음이 아픈 조지가 만나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하는 러브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조지 3세는 정신병을 앓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드라마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지워진 왕자 타이틀에 대한 책임감이 지나쳐 정신적으로 불안한 것으로 표현됩니다. 조지가 두려움에 정신을 잃을 때마다 그곳에는 항상 샬럿이 있습니다.

샬럿은 차분하고도 단호하게, “당신 혼자 하는 게 아니야. 당신과 나. 우리는 할 수 있어. 함께라면(It is you and me. We can do this. Together)”이라고 말하며 그의 손을 지그시 잡아줍니다. 그러면 조지는 요동치던 마음을 가다듬고 비틀거리면서도 왕의 역할을 위엄 있게 처리합니다. 의지할 곳 없이 흔들리던 어린 왕은 어느새 아내에게 의지하며 세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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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처럼 실제 역사에서도 조지 3세와 샬럿 왕비는 평생 서로만 사랑하며 살았습니다. 후궁이 허용되는 시대였지만 조지는 후궁을 두지 않았고 아내만 사랑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자녀가 15명이나 있었죠(둘은 어릴 적 사망하고 성인까지 살아남은 자녀는 13명). 안타깝게도 조지는 나이가 들면서 정신병이 심해져 결국 유폐되고 맙니다.

시즌 마지막 고령의 샬럿은 유폐되어 있던 남편을 찾아가지만,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남편은 벽에 낙서하며 아내를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그러자 샬럿은 어릴 때 하던 것처럼- 혹은 지난 50여 년의 결혼 생활 동안 여러 번 해왔을지도 모를, 침대 아래로 들어가서 ‘하늘로부터 숨어서’ 이야기하자고 조지를 초청합니다. 침대 아래, 세상으로부터 숨은 조지는 잠깐 제정신이 돌아오고, 50여 년을 해로한 두 부부는 대를 이을 자손이 생긴 것을 기뻐하며, “우리가 해냈어(We did it)” 하면서 눈물을 흘리지요. 50여 년의 질곡이 담긴 “우리가 해냈다”는 외침과 환희의 눈물은 무언가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극 중에서 결혼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나이 든 샬럿 왕비는 이렇게 이야기해 줍니다.

“사랑은 어떤 마법이나 화학적 작용에 근거하여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란다. 사랑은 결심이야. 사랑은 자신이 내리는 선택이야. (···) 너는 사랑하고 또 열심히 사랑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길을 잃을 거야(Love is not a thing one is able or not able to do based on some magic, some chemistry. Love is determination. Love is a choice one makes. …You love, and you love hard because if you do not, you are lost).”

사랑은 결심이고 선택이며 한번 사랑하기로 했으면 그 외에는 어떤 다른 옵션도 없다는 샬럿의 말은 그의 삶과 조지에 대한 사랑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는 동시에 우리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요한일서의 구절은 하나님이 누구이신지를 이야기해주는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에게 너희도 하나님의 성품을 닮으라는 거룩한 부르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데요,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총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은 마약 거래상과 마약을 구매하려던 사람 사이에서 발생했고, 그로 인해 마약 거래상인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살해당했습니다. 수십 대의 방송용 차량과 기자들이 몰려와 그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데 그때 카메라에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현장으로 다가가는 한 여인의 모습이 잡힙니다. 그 여인은 살해당한 마약 거래상의 어머니였고,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아들의 시신을 가슴에 부여안은 채 통곡하며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습니다.

여인에게 한 기자가 다가가 질문합니다.

 “당신 아들이 범죄자인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여인은 대답하지 않지만 기자는 끈질기게 다시 묻습니다. 울며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여인은 기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 아들이 좋은 사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도 많았고, 질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곤 해서 항상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이 아이는 아들입니다(He is MY SON)!”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이렇지 않을까요?  ‘사랑할 만’하면 사랑하고, ‘사랑하지 못할’ 만하면 사랑을 거두는 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무조건적인 사랑 말입니다. 나쁜 사람이어도, 문제가 많아도, 그리고 아직 새로워지지 못했더라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랑으로, 선택과 결심을 다 해, 다른 이들을 사랑할 것을 명령받은 사람들입니다.

중세 신비가이자 신학자인 아빌라의 데레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몸밖에는 이 땅에 몸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손과 발밖에는 손도, 발도 없으십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에 전할 이는 ‘나’입니다. 나 없이 그리스도께서는 손도, 발도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고린도전서 13장의 말씀은 결혼하는 이들만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과 발인 우리 모두를 위한 말씀입니다.

브리저튼의 조지 3세와 샬럿은 서로를 사랑으로 구원했습니다. 흑인의 얼굴을 한 이방인 여왕과 정신이 불안한 왕을 버티게 한 것은 둘의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말은 참 뻔하면서도 이토록 힘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자 연합감리교인인 우리는 힘겨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사랑을 결심하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손과 발이니까요. 한 번 더 사랑하기를 선택할 수 있는 시절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고, 또 열심히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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