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차세대 기독교 리더를 양성하기

(이글은 연합감리교뉴스가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부와 협력하여 세계 각지에서 섬기고 있는 선교사들의 기도 제목과 소명을 포함해 팬데믹 이후 현지에서 감당하는 사역들을 상세히 소개하는 <선교사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다. 이번에는 필리핀에서 사역하는 이민규 선교사의 사역을 소개한다.)

들어가는 말

이민규 목사. 사진 출처, 세계선교부.이민규 목사. 사진 출처, 세계선교부.

안녕하세요? 저는 이민규 목사입니다. GBGM 선교사로 파송되어 필리핀 연합감리교회 신학교 중 한 곳인 웨슬리 신학대학원(Wesley Divinity School)에서 성서학을 가르치고, 필리핀 바기오 감독구(Baguio Episcopal Area)에 있는 군소 신학교의 강의를 도우며 섬기고 있으며, 아내 구동현 그리고 세 자녀(예나, 나은, 은유)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를 섬기면서 선교사역의 중요성과 그 가치는 늘 인지하고 있었지만, 선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품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맡겨진 일에 늘 충실하고 온전히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새 발걸음이 선교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한국의 신학대학원에서 강의하면서 필리핀 신학교와 연결되었고, 제가 할 수 있는 강의로 도우며 섬겼습니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한 달씩 머무르며 필리핀 연합감리교회의 웨슬리 신학대학원과 존 웨슬리 대학(John Wesley College)에서 인텐시브 강의로 필리핀 현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미미한 협력 관계지만 좋은 시너지 효과로 사역의 열매를 거둘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매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필리핀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리핀 신학교의 문제점과 고충을 알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 싶었습니다. 곳곳에 교회가 세워지고 복음이 활발하게 전파되고 있지만, 필리핀뿐만 아니라 모든 선교지가 그러하듯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 교육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실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선교지를 방문하여 협력하는 일을 가능한 한 최대한 지속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선교 사역에 대한 남다른 소명이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사역의 길을 걸어가는 중에 협력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알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길이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교사 자원에 이름을 올려놓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GBGM에 선교사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원할 당시에도, ‘이 길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거나 ‘이 사역을 위해 특별히 부름을 받았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늘 해오던 대로 한국에서 학생들 가르치고 말씀 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사이 GBGM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2020년 필리핀 웨슬리 신학대학원으로 파송되어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Covid-19로 인해 6개월 정도 섬기던 선교지에 입국할 수 없어지면서 사역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이후 팬데믹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2022년 4월부로 다시 파송되어 웨슬리 신학대학원과 필리핀 신학 교육을 위해 섬기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종료되었지만, 완전히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수가 없어, 여전히 대면과 비대면(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은 수업 이후 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 사진 제공, 이민규 목사.팬데믹이 종료되었지만, 완전히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수가 없어, 여전히 대면과 비대면(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은 수업 이후 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 사진 제공, 이민규 목사. 

제가 섬기고 있는 나라를 소개합니다

필리핀은 많은 분께 낯설지 않은 나라이고, 또 선교 역사도 길고 풍부하기에, 일반적인 소개보다 필리핀의 신학 교육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필리핀 연합감리교회에는 한감독 신학대학원(Bishop Han's Theological Seminary), 유니온 신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 그리고 웨슬리 신학대학원(Wesley Divinity School) 등 3개의 신학대학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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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한감독 신학대학원은 필리핀 남부지역 민다나오섬에 있으며, 남부지역 연회들을 기반으로 하는 다바오 감독구(Davao Episcopal Area)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이 신학교는 한국 기독교대한감리회 주안감리교회의 협력과 관리 아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니온 신학교와 웨슬리 신학대학원은 마닐라를 중심으로 북부 루손(Luzon)섬을 커버하며, 마닐라 감독구(Manila Episcopal Area)와 바기오 감독구(Baguio Episcopal Area)를 섬기고 있습니다.

유니온 신학교는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개신교 신학교로 필리핀 연합그리스도교회(UCCP)와 연합감리교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웨슬리 신학대학원은 필리핀 연합감리교회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종합대학인 웨슬리 대학교(Wesleyan University-Philippines)에 있습니다. 웨슬리 신학대학원은 감리교 신학대학원 중 유일하게 필리핀 고등교육부(Commission on Higher Education)로부터 자율적 지위와 학위를 인정받는 학교입니다.

그 외에도 필리핀 연합감리교회에서 인준한 군소 신학교들이 있습니다.

위 신학교들은 오랫동안 많은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를 배출하며 필리핀 교회들을 섬겨왔습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신학 교육 발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차세대 교회 지도자들을 제대로 길러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2022-2023 졸업생들과 커미셔닝 예배(Commissioning Service) 전에 강의실에서 찍은 사진. 웨슬리 신학대학원은 졸업식 이후, 지역 감리사와 감독님과 함께 별도의 파송 예배를 진행한다. 사진 제공, 이민규 목사.2022-2023 졸업생들과 커미셔닝 예배(Commissioning Service) 전에 강의실에서 찍은 사진. 웨슬리 신학대학원은 졸업식 이후, 지역 감리사와 감독님과 함께 별도의 파송 예배를 진행한다. 사진 제공, 이민규 목사.

필리핀에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신학교와 크고 작은 신학교가 많이 세워졌지만, 충실하고 효과적인 신학 교육을 실행하기에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선, 필리핀은 위아래로 길게 펼쳐진 지형에 아주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거기에 좁고 빈약한 도로망과 부족한 대중교통으로 인해 유서 깊은 3개 신학교로의 접근성이 무척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기에 각 지역에 세워진 신학교의 발전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지역에 자리 잡은 군소 신학교들이 재정적인 문제와 교수 자원 및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해 신학 교육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웨슬리 신학대학원만 보더라도 상당수의 학생이 학교에 오려면 평균 4~5시간 버스를 타야 합니다. 거주 지역에 따라 많게는 12~13시간 소요되기도 합니다. 시간 낭비도 문제지만, 교통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더 큰 도전입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학생이 지역 로컬 교회로 파송된 라이선스 목회자여서 주중에는 기숙사에 머물고 주말에는 각자의 목회지로 돌아갑니다. 그런 상황이 신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기도 합니다.

또 해당 지역의 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자원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수업이 인텐시브로 이루어지고, 과목의 교수를 찾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목회학 석사를 마무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오랜 기독교 역사와 선교 전통 아래 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연합감리교회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신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을 넘어서 차세대 지도자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의 많은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신학교의 가장 큰 도전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1) 부족한 교수 자원

신학교를 운영하고 교육을 담당할 전문적인 교수 자원 부족이 가장 큰 도전입니다. 선교사님들의 도움과 현지 교단의 필요로 신학교를 설립하지만, 대부분의 군소 신학교는 교수 자원의 부족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강의할 수 있는 교수 자원을 찾더라도, 학기 내내 학교에 상주할 수가 없기에 일주일 정도 인텐시브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이니 학생들의 학업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전통 있는 메이저 신학교들도 교수 자원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잘 알기에 차세대 교육자를 길러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그동안 필리핀 개신교회도 여러 인재를 발굴하여 해외로 보내기도 하였고, 해외 학위 과정을 마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학자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고국인 필리핀으로 돌아오기보다 해외에 머무르며 사역의 길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엇보다 필리핀 내에서 다양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터인데, 박사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학교 숫자도 적고,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까지 겹치다 보니 목회자들이 도전하기에 어려움이 큽니다.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하고 훌륭한 신학자이자 목회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신학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지하고 동의합니다. 나아가 필리핀 지역의 작은 신학교들을 활성화하려면 미래의 신학 교육을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에 필리핀 연합감리교회도 각 감독구별로 교수 자원 양성 프로그램(Faculty Development Program)을 만들어 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 재정적 어려움

M.Div 과정에 있는 학생 대부분은 라이선스를 받아 개체교회로 파송되어 목회하는 본처목사(local pastor)들입니다. 필리핀 연합감리교회의 경우, 라이선스를 가진 본처목사를 파송하고 추후 지방회의 추천을 받아 신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물론, 본처목사로 파송되지 않고 공부를 먼저 시작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소수이고 그들 역시 대부분 입학 후에 개체교회로 파송을 받아 목회를 시작합니다. 이는 필리핀에 세워진 교회 수보다 파송할 목회자의 숫자가 적은 이유도 있고, 목회자를 길러낼 교육기관이 부족하다 보니 교단에서 소정의 과정을 거쳐 목회할 자격을 먼저 부여하는 것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파송 받아 목회하면서 공부를 해야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연회에서 수여하는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주 예배와 설교를 준비하고, 결혼식이나 장례식, 심방 등 목회자가 해야 할 모든 목양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공부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고 어려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필리핀의 교통 상황이 좋지 않고 대중교통 시스템이 열악하다 보니, 학생들이 학업을 위한 통학에 상당한 시간과 재정적 지출을 감당해야 합니다.

한국 돈으로 20만원 정도의 개체교회 목사 사례비로 학비를 비롯해 학업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감당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감독구별로 장학금을 마련하고 학업에 도움을 주고 있음에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학 교육의 발전과 미래 지도자 양성이라는 귀한 사역을 생각하면 학생들에게는 재정적 후원이 너무나 필요합니다.

3) 교육을 위한 제반 시설의 부족

이민규 선교사를 후원하려면,

https://advance.umcmission.org/p-2014-lee-min-kyu.aspx

이민규 선교사 자기 소개서 보기

https://umcmission.org/missionary-bio/3022597/

전통의 메이저 신학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군소 신학교는 교육을 위한 제반 시설(강의실, 기숙사, 도서관 등)이 부족합니다. 특히, 필리핀 신학교의 가장 큰 취약점이자 안타까운 점은 도서관입니다. 몇 개의 메이저 신학교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도서관을 구비한 학교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대부분 미국의 교회나 교육기관 또는 개인이 보내준 책들이며, 상당히 오래전에 출판된 책들입니다.

필리핀은 자국에서 출판되는 신학 서적이 거의 없기에 외국에서 영어로 출판된 서적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 가난한 신학생이 비싼 외국책을 구매하거나 소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필리핀 신학 교육의 발전을 위해 도서관을 정비하는 한편 소장 도서를 늘리고 여러 가지 온라인 자료를 구매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도전과 어려움이 있지만, 성실하게 목회하며 학업을 마무리하려 노력하는 신학생들이 있습니다. 필리핀 교회, 더 나아가 아시아 및 세계 선교를 감당해 갈 차세대 리더들입니다. 지식의 습득이나 학문적 능력에 상관없이 한 사람 한 사람, 그 존재와 소명 자체로 귀한 분들입니다. 그들을 잘 길러내고 교육하는 사역에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선교사로 섬기면서 도전과 어려움

개인적으로 선교지로 파송되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의 부재입니다.

2020년 파송되었으나 팬데믹으로 저희 가족은 2년 동안 선교지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자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선교지로 동행하자고 요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큰아이가 대학 입학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고, 한국에서 그 과정을 준비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아내를 비롯한 다른 두 자녀도 선교지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떨어져 지내야 하는 건 큰 어려움이고 고통이지만, 아내와 자녀들도 그러한 희생을 선교에 동참하는 것으로 생각해주었고, 서로 마음 모아 기도하고 응원하는 가운데 다 잘 해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것 자체가 상당한 도전이고 어려움입니다. 세 자녀를 홀로 돌보며 일하는 아내,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시기에 아빠의 부재를 감내하고 있는 자녀들, 선교지에서 외롭게 지내며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그리움을 부여잡고 기도하는 저 자신까지, 지난 1년은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여, 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였고, 가족이 선교지에 함께하는 날을 준비하고 기다리며 기도하면서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선교사가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외로움’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일하는 선교 파트너와 동역자들이 있지만, 그들이 선교지에서 선교사가 느끼는 깊은 관계에 대한 갈증과 외로움은 해소해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외로움을 어떻게 소화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선교사로 성장해 가는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웨슬리 신학대학원의 교수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민규 목사.2022-2023 졸업생들과 커미셔닝 예배(Commissioning Service) 전에 강의실에서 찍은 사진. 웨슬리 신학대학원은 졸업식 이후, 지역 감리사와 감독님과 함께 별도의 파송 예배를 진행한다. 사진 제공, 이민규 목사. 

저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앞에서 필리핀 신학교의 교수 자원 부족 문제를 말씀드렸는데요. 그중 성서학을 가르칠 교수 자원은 더 부족합니다. 그동안 필리핀에서는 신학, 종교학, 웨슬리 연구 또는 실천신학 분야에 관심이 집중된 듯합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연합감리교회 신학교에서 성서학을 가르칠 교수 자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현재 강의하고 있는 웨슬리 신학대학원과 바기오 감독구에 있는 군소 신학교에 성서학을 중심으로 하는 커리큘럼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성서학 분야를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하여 좋은 교수 자원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웨슬리 대학교(WU-P)의 일반대학원에서는 필리핀 고등교육부(CHED)로부터 전문 신학 석사과정(STM)과 박사과정(Ph. D) 학위를 인준받아 작년부터 학위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필리핀에서 많은 학자와 교육자들을 길러내서 필리핀 영성을 개발하고 신학교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웨슬리 신학대학원은 필리핀 연합감리교회의 교수 자원 양성 프로그램의 중심 학교로서 필리핀 여러 지역의 군소 신학교와 협력하고, 함께 발전하며, 필리핀의 신학 교육을 질적인 면에서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아울러, 필리핀 교회는 물론 세계 선교에 앞장설 인재를 양성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비전과 사역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필리핀 현지의 여러 교수님과 목사님들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어려움과 장애가 많지만 믿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습니다.

부탁하고 싶은 말, 덧붙이고 싶은 말

필리핀은 많은 나라의 기나긴 선교사역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특별히 연합감리교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를 비롯해 여러 교단의 한인 선교사님들이 신실하고 단단한 선교의 씨앗을 뿌려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부작용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이들이 쏟은 정성이 단단히 뿌리내려 튼실한 열매를 맺으려면, 지난 사역의 빈자리를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필리핀 선교를 비롯하여 많은 선교사역의 방향이 교회 건축이나 학교, 유치원 등 여러 기독교 사역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 집중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봅니다. 그 사역의 방향과 전략이 여전히 필요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유효할 테지만, 이제는 현지의 목회자와 협력하여 사람을 키우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멋지게 건축된 교회와 잘 정리된 교회법에 기초한 여러 개신교 교단이 선교지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교회를 이끌어갈 합리적이고 건강한 신학을 가진 지도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미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람이 부족하거나 없어서가 아닙니다. 가르치고 길러내지 못해서 겪는 어려움입니다. 사람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지 목회자들, 그리고 신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조심스럽게 선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현지 선교 파트너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건강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겸허한 자세로 매사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늘 저의 사역이 이곳의 공동체와 목회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선교에 많은 관심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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