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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의자가 동성애자에게 목회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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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 Rather than Cure>는 2023년 해 ㅓ 12월에 열린 중남부 연합감리교회 목회자 세미나의 주제였다.

이 세미나가 결정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2023년 초, 내가 섬기던 교회가 몇몇 리더들의 요청으로 교단 탈퇴(Disaffiliation)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나는 교회 안에서의 이런 논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순간에 이르자 목회자로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나는 우리 교회의 신앙적 정체성에 대해 진단하면서, 목회자인 나와 평신도 리더들의 신앙적 경향이 어떻게 다르거나 같은지, 또 어떤 부분까지 동의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진단하였다.

그레그 존슨(Greg Johnson) 목사가 2021년 출간한 책 <still time to care>의 책 표지. 그레그 존슨(Greg Johnson) 목사가 2021년 출간한 책 <still time to care>의 책 표지.

몇 번의 모임 끝에 중남부 대부분의 교회들이 그렇듯이 우리 교회에 속한 교인 대부분은 전통적 결혼관을 지지하는 공동체임이 확인되었고, 목사인 나 역시 전통적 결혼관을 지지한다고 교회 임원회에 밝혔다. 그러나 이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교인들 사이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였다. 나와 몇몇 리더들은 이런 전통적 결혼관을 가지고 우리가 어떻게 동성애자(Homosexuals)를 교회 안에서 돌보는 사역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였고, 다른 그룹들은 우리가 이렇게 전통적 결혼관을 지지한다면, 우리도 교단 탈퇴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교회 안에 갈등이 생겨난 것이다.

교단 탈퇴를 주장하는 분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전통적 결혼관을 유지하면서 동성애자에게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논리적으로 또는 실천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오롯이 목사인 나의 몫이었다.

이를 위해서, 우선 근/현대 교회사 속에서 특별히 미국 교회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어 왔는지를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교회 안에서 동성애자를 목회적으로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과 교단 탈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시는 분 그리고 내가 함께 공부를 시작하였고, 그때 우리가 함께 읽고 공부한 책이 그레그 존슨(Greg Johnson) 목사가 2021년 출간한 <still time to care>다.

이 책을 그들과 함께 읽으면서 존슨 목사가 그간 내가 묻고 싶었던 많은 질문에 대해 정직히 대답하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 책을 모든 중남부 지역 목사님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23년 2월 중남부 연합감리교회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하는 분들에게 선물하였고, 마침 12월에 열리는 다음 목회자 세미나에 이 책을 가지고 진행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어, 나는 지난 12월 모임에서 우리 교회가 올해 겪은 교단 분리와 관련된 아픔의 경험과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강의를 하였다.

강의 후 센트럴텍사스 연회의 임찬순 목사가 강의 내용을 미국 내 연합감리교회 한인 공동체와 나누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격려에 힘입어 강의 내용을 이 자리에 나눈다.

 

1. 들어가는 말

2019년 UMC 특별총회 이후에 내 마음속에 생긴 두 가지 질문이 있었다.

첫째는 탈동성애는 가능한가? 그렇다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였다. 특별히 동성애자들의 처지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둘째로는 탈동성애가 불가능하고, 또는 그 일이 교회 안에서 더 이상 논의될 수 없다면, 교회와 목사는 그들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였다.

질문 자체가 유치한 질문이고 철 지난 질문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교회 안에 있는 동성애자가 커밍아웃을 하였든 안 하였든 그들의 목사로서, 어느 선까지 돌봄이 가능한지 난 묻고 싶었다.

먼저는 진보주의자들의 책과 보수주의자들의 책들을 골고루 찾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각자의 입장에서 쓴 책들의 교집합을 찾아 내가 목회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러는 와중에 만난 <still time to care>의 저자 그레그 존슨은 흔히 말하는 게이(gay)로, 미국에서도 보수적인 장로교단인 미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 PCA)의 소속 목사였다. PCA 교단 헌법에 따르면 이를 행하지(practice) 않는 한 동성애자 자체로는 목회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 그가 목회하는 데에는 교인들의 이해 속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된 이후에 교단과 분쟁이 생겼고, 그가 섬기던 세인트루이스 메모리얼 장로교회(Memorial Presbyterian Church in St. Louis)는 분쟁 상황 속에서 담임목사였던 존슨 목사와 함께 교단을 탈퇴하여ㅆ다.

존슨 목사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하여 Ex-gay(탈동성애자)라고 표현하지 않고, 자신을 “독신의 삶을 사는 동성애자(Celibate publicly gay)”라고 하는데, 그것은 자신이 예수를 믿게 된 이후 자신의 삶의 온전한 변화가 성정체성(Sexual Orientation)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삶의 정체성(Life Orientation)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수께서 나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예수께서 나에게 나의 전 삶을 다해 그분을 섬기라는 긍정적 비전과 다가올 세대에 관한 비전을 주셨습니다.”라며 자신이 가진 새사람으로서의 비전을 말한다. 존슨 목사는 자기가 섬기는 교회에서 커밍아웃을 하고 독신을 서원한 후, 자신의 서원에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가 평생 한 번도 남자 또는 여자와 성관계를 맺지 않은 독신 동성애자이며, 자신은 동성애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믿고, 그에 따라 독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성경적 해결 방법이라 판단하며 실천하는 “독신 기독교인 동성애자 목사”인 것에 상당히 놀라웠다. 그렇게 나는 그의 진정성을 느끼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존슨 목사는 하나님께서 오직 남자와 여자, 이 두 개의 성별만을 창조하셨다고 믿는 기독교인들에게 “남자와 여자” 이외의 다른 성별을 칭하는 용어들을 사용할 때 주의해 달라고 요청한다. 또 그는 동성애자들을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동성애 경향을 가진(Same Sex Attraction)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존슨의 책을 읽으려면, 그의 동성애에 관한 정의에 대한 암묵적 동의가 필요하다. 존슨 목사는 그의 책에서 “어떤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의를 한다. 예를 들면 남의 물건을 훔치면, ‘도둑’이라고 정의하지만, 남의 물건을 훔치려는 경향을 가진 사람을 따로 정의하진 않는다. 예를 들면 남의 것을 훔치려는 욕망이 있는 사람(도벽이 있는 것과 다름)을 어떤 말로 정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동성애도 그런 경향이 있는 사람과 그것을 행하는(Practice)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한다. 존슨의 책 <Still Tile to Care>는 역사적 순서로 책이 기술되어 있는데 먼저는 적극적 성전환 치료의 패러다임이 시작되기 전 복음주의 기독교 리더들의 동성애에 대한 반응을 그 내용으로 한다.  

존슨은 C.S 루이스(C.S Lewis, 1898~1963),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 1912~1984),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1918~2018) 그리고 존 스토트(John Stott, 1921~2011) 등 복음주의 계열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동성애적 경향을 가진 이들에게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중남부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 사진 제공, 조성우 목사.중남부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 사진 제공, 조성우 목사.

2. 복음주의자들과 동성애자를 향한 돌봄의 패러다임(Paradigm of Care)

2.1. C.S 루이스와 아서 그리브스

S.C 루이스(S.C. Lewis)는 자신을 성적으로 활동적이지 않은 성공회(Church of Ireland) 평신도라고 평한다. 그는 거의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루이스의 가장 친한 친구 아서 그리브스(Arthur Greeves)는 동성애자였다. 원래 루이스는 무신론자였고, 그는 아서를 자신의 변형된 자아라고 말할 정도로 가까웠다. 

1918년 아서는 루이스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알린다. 이에 당시 무신론자였던 루이스는 “축하하네. 내 오랜 친구, 나는 너무 기쁘다. 자네가 많은 편견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도덕적 용기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라고 답하곤, “내가 자네에게 동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로 루이스와 아서는 서로 간에 수많은 편지를 나누면서 아서가 루이스에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하였지만, 둘은 우정 관계를 유지하였다.

1935년 아서가 다른 동성 인물과 관계를 끝냈다는 소식을 듣고, 루이스는 그가 친구를 잃은 슬픔을 같이 공감하며 아파하였다. 루이스는 그를 첫 번째 친구라고 불렀고, 그의 성적 취향이 결코 그들의 우정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명백히 말하였다.

루이스의 동성애에 대한 관점은 “모든 동성의 성적 친밀감은 죄다. 그러나 동성적 친밀감이 모든 죄 중 가장 큰 죄는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동성애적 욕망에 기인한 육체적 만족은 죄다.”라고 말하고, 동성애 경향을 가진 것과 동성애를 실천하는 것을 구분하였다. 

루이스는 요한복음 9장 1절에서 3절에 나오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대화를 인용하며,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나면서부터 소경된 자”의 이유를 말씀해 주지 않는 이유를 우리가 “추측의 영역”으로 몰고 가지 말고,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 두어, 하나님께서 그 상황 안에서 일하시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죄악의 자리에서부터 축복을 끌어내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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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독신으로 살았는데 “우정”에 대해 매우 유의하며 살았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있지만, 친구 사이에는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앉는다.”라며 우정과 사랑을 정확히 구분하였다. 우정을 단순히 잠재적 동성애로 보는 경향이 있었으나, 루이스는 우정을 그 스스로 권리를 갖는 사랑의 한 형태로 보았으며, 동성애를 우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생각하였다.

결혼에 관한 정의에 대해, 루이스는 당시 1960년대 영국 사회가 다원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기독교 사역의 한 모델에 관해, “예수의 제자들(공동체)은 도덕적 다수(Majority)가 아니다. 그들은 삶을 나누는 소수(life-giving minority)다.”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교회 외부에서는 옳고 그름을 외치지 않으면서, 교회 안에서만 기독교의 충성심을 유지하려는 도덕적 다수를 이용한 패러다임을 꼬집어 말한 것이었다.

 

2.2. 프란시스 쉐퍼

프란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기독교 변증학자로, 한국 장로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조직신학자이자 변증학자로 소개되는 코넬리우스 반틸(Cornelios Van Til, 1895~1987)이나 그레샴 메이첸(John Gresham Machen, 1881-1937)같은 분 아래서 수학한 아주 보수적인 신학자이다. 그는 미 장로교회의 웨스트민스와 프린스턴으로의 분열을 보자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이주하였다.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보았던 위선은 그에게 믿음의 전체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자신의 아내 이디스 쉐퍼(Edith Schaeffer)와 함께 스위스에서 라브리 공동체(L’Abri)를 세우게 만들었다.

동성애에 관한 그의 견해는 아주 단호했으며, 그는 “동성 행위(Practice)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믿었다. 하지만 루이스처럼 그 또한 이러한 진리를 말할 때 누구보다 겸손하여야 한다고 믿었는데, 그 이유는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이 동성애자들보다 더 의롭거나 옳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쉐퍼는 동성애자들을 낮은 수준의 동성애자, 즉 동성애 경향을 가진 자들과 동성애자로서 결혼까지 가능한 자들로 구분했는데, 후자의 경우만 진정한 동성애자라고 여겼다. 그는 치료의 가능성을 생각할 때 “독신”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생각했으며, 이 경우 “동성애자들은 성적인 충족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동성애자들이 독신으로 사는 것을 하나의 충분히 가능성 있는 대안이라 생각하면서, 모든 믿는 자들은 각자가 속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고, 교회는 공동체의 일원인 그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도와야 한다고 믿었다.

쉐퍼는 모든 사람에게 그리스도와 같은 마음으로 대하며, 그가 세운 라브리 공동체는 미혼모이든 게이든 레즈비언이든지 모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동체에 들어온 동성애자들에게 그들이 반드시 이성애자로 변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하였다.

프란시스 쉐퍼와 그의 아내가 동성애자들을 위해 한 행동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은 “그들의 관점과 그들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였다. 쉐퍼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이 동성애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믿는 자들의 의견에 비판적이었다.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믿으면 동성애자의 성정체성이 변화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 잔인하게 여기실 것이다. 우리 아버지 하나님의 구원은 마술이 아니며, 우리는 여전히 타락한 세상 가운데 살고 있다.”라고 말하며, 그는 동성애자들을 강제로 결혼시켜 치료하려던 당시의 치료 방법에 반대하였다. 

<은혜와평강(Grace and Peace)>은 동성애자들을 돌보기 위해 쉐퍼가 세운 쉘터로, 독신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그리스도인 동성애자들을 위한 공동체이다. 이 쉘터는 쉐퍼와 그가 속한 교단이 운영했다. 당시에는 치료 패러다임(Cure Paradigm)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이성과의 강제 결혼이 사용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은혜와평강(Grace and Peace)>이 독신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한 동성애자들을 그들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돌본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특히 쉐퍼가 속한 보수적인 PCA 교단에서 본격적 치료 패러다임(Cure Paradigm)이 유행하기 전이었다는 점은 무척 놀랍다.

훗날, 쉐퍼는 교단에 “우리 동성애 형제자매들이여!” 로 시작하는 <은혜와평강> 사역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안에는 바울의 가시를 예로 들며, “예수를 따르는 동성애자들의 성적 정체성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마십시오.”라는 선언이 담겨있었다. 이 선언 이후, PCA는 동성애를 실천하는 동성애자들(Practicing Homosexual)과 동성애를 실천하지 않는 동성애자들(Non-Practicing Homexual)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인용하며, “공적 또는 사적으로 교회와 공동체는 동성애로 고통받는 이들을 교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보호해야 한다. 마치 누구든지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누구도 폭력, 모욕, 무례, 또는 상해로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2.3. 빌리 그래함

빌리 그래함(Billy Graham)은 동성애자들과 곤경에 처한 이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그들과 연대한 적이 있다. 1959년, 미국의 36대 대통령인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의 오랜 보좌관이었던 월터 젠킨스(Walter Jenkins)는 동성과의 성추문으로 체포되었다. 가톨릭 신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의 성추문 사건은 단순 사건으로 종결되었지만, 1964년 10월 7일 다시 같은 혐의로 체포되었고, 그 일은 신문과 방송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특히, 그 일이 발생한 장소가 5년 전 사건과 같은 장소인 워싱턴 D.C에 소재하는 YMCA 안 남자 화장실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동성애는 정신병으로 간주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 일로 인해 존슨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 패배할 결정적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당시 공화당 진영에서는 선거 캠페인으로 “존슨과 어디든 함께 가지만 절대로 YMCA 화장실은 근처도 가지 마라.”라는 문구를 쓸 정도였다고 한다.

젠킨스 스캔들이 난 지 5일 후, 빌리 그래함 목사는 존슨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지지와 조언을 했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는 대통령에게 월터 젠킨스를 향한 동정과 공감의 메시지를 남기라고 충고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보좌관 젠킨스와 같은 도덕적 문제가 있는 사람을 다룰 때, 그분은 언제나 부드럽게 다루셨습니다. 이것이 항상 그분이 이러한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빌리 그래함은 대통령에게 자신은 젠킨스와 같은 동료 죄인으로서 도덕적 연대감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나는 사람의 연약함을 잘 압니다. 성경은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그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의 사랑과 이해를 그에게 전해주세요.” 당시만 해도 빌리 그래함의 이 말이 공개된다면 그도 곤경에 처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한 두 가지 전혀 다른 인지적 감성, 즉 우리 자신의 죄에 대한 민감성과 복음의 아름다움은 빌리 그래함으로 하여금 그가 자신의 도덕적 확신에 전혀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젠킨스에 대해 연민과 연대감, 그리고 공감을 갖게 하였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이러한 공감을 호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글에서 빌리 그래함 목사는 우리가 동성애자들을 대할 때 고려해야 할 인지적 감성을 지적하면서, 우리에게 친구가 없는 자들의 친구가 되어줄 것을 권면하고 있다.

1973년, 빌리 그래함 목사는 어떤 젊은 기독 여성으로부터 자신이 다른 여성에게 동성애를 느끼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빌리 그래함은 그 여인에게 강력하게 경고하고, 마치 그녀의 구원이 의심스럽다고 답했다. 이런 그의 태도는 그가 얼마나 동성애에 대해 반기독교적인 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다시 2년 후, 애틀란타 신문은 “빌리 그래함이 동성애 안수를 지지한다.”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오게 된 과정은 이렇다. 빌리 그래함은 벨기에에서 열리는 유로페스트 캠페인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동성애 안수를 지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개인적인 재능에 따라 고려되어야 할 것인데, 어떤 자격 조건들에 근거한 재능이어야 합니다… 그들의 죄로부터의 돌아섬, 그리스도를 주로 받아들임, 그들 자신을 주께 드리는 헌신, 회개 후의 사역과 적절한 훈련과 교육이 되었는지 등등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신문사의 편집장이 “빌리 그래함은 회개한 동성애자들이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아들인 이후에는 안수를 고려하는 것에 동의했다.”라고 헤드라인을 썼고, 이 기사가 보도된 후, 미 전역의 근본주의자들로부터 그래함을 향한 엄청난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빌리 그래함 목사는 엄청난 압박 속에서도 어떤 반박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후, 1994년 래리 킹(Larry King)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때를 회고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때 내가 반박하지 않은 것은 동성애의 죄가 다른 죄들과 다르게 취급받는 것을 반대했을 뿐 아니라, 동성애의 성정체성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경향성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내가 우리 교인들과 이 책을 읽어가며 경험한 내용을 잠시 나누고자 한다.

나는 교인들에게 동성애자인 목사가 당신들의 담임 목사로 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동성애자의 안수 문제와 상관없이 말씀을 가르치는 역할 또는 영적 리더로서 교회를 이끌 사람으로서의 관계를 질문한 것이었다.

그 때 한 교인으로부터 충격적인 대답이 있었다.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감리 교인이었고 그간 수많은 목사가 자신의 교회에 파송되어 목회를 하였는데, 정말 못 들어줄 설교를 하는 목사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그 들 중에는 몇 주간 풋볼 경기 또는 사회적 이슈들만 반복하여 설교하는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만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온다면, 그의 성적 정체성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목사들이나 교단 리더들이 꼭 들어야 할 대답이라고 생각된다.      

빌리 그래함은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제안하고 있다.

“동정과 공감을 가지고 이끌어라. 복음에 집중하라. 죄인중의 한사람으로서 용서가 필요한 자들과의 연대감을 기억하라. 용서를 구하라. 그들도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사람임을 기억하라.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라. 동성애자들의 친구가 되어라. 정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라. 성 정체성을 문제시하지 말아라.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일반적인 죄보다 동성애를 더 나쁜 죄로 여길 때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라. 연대감을 보이기 위해 드러낼 준비를 하라. 하나님께서 동성애자들이 회개하고 그리스도께로 돌아오도록 인도하신다는 사실에 놀라지 말아라. 그들이 결국 안수받은 사역자로 인정될 때 놀라지 말아라. 늘 하나님을 의지하라, 왜냐하면 그분만이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환영하고 영접했던 것을 늘 전파하라.”

 

2.4. 존 스토트

존 스토트(John Stott)는 동성애 성향이 신앙인의 정체성, 즉 타락의 일부지만, 복음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만큼 결코 없애 버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알렉스 데이비슨(Alex Davidson)이라고 알려진 <The Returns of Love>라는 책이 있다. 그 책의 부제목은 한 기독교 동성애자의 편지들<Letters of a Christian Homosexual)이며, 존 스토트는 이 책에 대해 논하면서, “알렉스의 이 책보다 더 나의 마음에 독신주의 동성애자들의 아픔을 이해하도록 도운 책은 없다.”라고 했다. 이 책의 저자인 알렉스 데이비슨은 가명이고 실제 이름이 아니다. 아마도 저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쓴 책일 것이다. 진짜 저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책의 내용으로 보아, 이 책의 저자는 독신이며, 성관계를 경험하지 않았고, 신학적으로 훈련받은 복음주의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신으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남자를 향해 성적인 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과 어떤 남자와의 배타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마음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이 책에 인용된 편지들의 수신자는 아마도 그의 멘토일 것이고, 그 역시 독신이며 복음주의자이자 백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비슨은 전혀 성관계를 경험하지 않은 독신 동성애자였지만, 그의 멘토는 그렇지는 않았다. 그의 멘토는 오랫동안 많은 남자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았고, 알렉스는 자신의 판타지와 수신자와의 동성애 활동을 대비하는 글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존 스토트는 이 책을 읽으며 데이비슨의 이런 정직한 글을 통해,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존 스토트는 성적 지향이 사람의 기질에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 <현대 사회와 그리스도의 책임(1982)>에서 “동성애에 대한 모든 논의에서 우리는 ‘성향(attraction)’과 ‘실천(practice)’, 즉 한 개인의 정체성과 활동, 성적 선호, 성적 행위 및 기질과 실천의 구분을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잡지에서, “성적인 죄는 유일한 죄도 가장 큰 죄도 아닙니다. 교만과 위선은 확실히 더 나쁜 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위의 복음주의자들과 같이 알렉스는 동성애적 기질과 동성애의 실천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렉스는<The Returns of Love>를 통하여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마치 왼손잡이들이 왼손을 사용하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욕먹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성적 지향성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그가 갖고 있는 동성애 경향이 그 자신에게는 혐오스러운 것이었지만, 자신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우리 내면의 죄의 본성과 악은 우리의 죄로 인하여 우리 가운데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지지 않으며, 우리가 계속 싸워야할 대상이 되었지만, 그리스도의 날이 되면 다른 죄들과 같이 우리의 왜곡된 성적 정체성 역시 그리스도께서 완전한 승리를 이루게 될 그날에 우리는 완전하여질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동성애자들이 이 땅의 교회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돌봄”이다.

데이비슨이 목회자에게 독신 기독교 동성애자로서 울부짖으며 바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 문장에 함축되어 있다.

“당신이 우리에게 치료를 제공하지 못할지언정 최소한의 돌봄은 제공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데이비슨은 동시에 기독교인 동성애자들에게 목회자들에게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권면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는 목사의 지지와 동감을 받는 자들은 매우 운이 좋은 이들이라고 말한다. 

데이비슨은 그의 책에서 그가 얼마나 목회자에게 영적으로 홀대를 당하였는지 그러나 예수께는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부끄럽고 위선적인 동성애적 경향을 가지고 있는 나를 이미 잘 아시고, 여전히 사랑하시는 것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슨은 그와 별개로 자신이 얼마나 목회자에게 돌봄을 받기를 열망하였는지 밝히며, 기독교 동성애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다.

 

2.5. 복음주의자들의 접근법: 돌봄의 패러다임(Paradigm of Care)

지금까지 1960년대 혹은 70년대 초 복음주의 교회의 대표적인 지도자들이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알아보았다. 존슨 목사는 그들의 반응을 통해, “돌봄 패러다임”을 이 책 <still time to care>에 이렇게 정리해 놓았다.

1)       C.S 루이스처럼 동성애를 다른 죄들과 비교해서 더 나쁜 죄로 여기지 말라

2)       루이스의 경고와 같이 동성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주의하라

3)       조롱하거나 놀리는 말투나 대화 중의 뉘앙스를 조심하라

4)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자로 여기라

5)       성에 관한 성경적 관점에 대해 세상과 타협하지 마라. (존 스토트) 대신 성 소수자들에 대한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울라. (쉐퍼)

6)       동성애 이슈에 대해 은혜, 진리, 사랑과 겸손으로 접근하라. (쉐퍼, 빌리 그래함)

7)       공격받고 있는 동성애자들을 방어하라. (빌리 그래함)

8)       정직하라, 거짓된 희망으로 동성애자들을 현혹하지 말라. (쉐퍼, 빌리그래함, 존 스토트)

9)       동성애자들에게 주님을 따르라 가르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나누며 주님을 잘 따르는 동성애자들을 모델로 삼아라. (루이스)

10)      동성애로 고민하는 자들을 형제와 자매로 대하며 그들의 성적 정체성을 바꾸는 것을 경건의 목적으로 삼거나 구원의 조건으로 삼지 말라. (쉐퍼, 빌리그래함)

11)      그들을 가정으로 초대하고 그들을 홀로 두지 마라. 그리고 그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가정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줘라. (쉐퍼)

12)      그들의 독신 생활을 가치 있는 일로 인정해 주어라. (쉐퍼)

1970년대 초 이전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동성애에 대해 반응하였는지를 통해 돌봄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았다. 이 글의 뒷부분은 이 패러다임이 현재 사역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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