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연합감리교뉴스는 교단 탈퇴 후의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사역에 힘쓰며, 영혼 구원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들을 소개하기 위해, <이 교회를 소개합니다>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첫 순서는 뉴욕 후러싱 제일 연합감리교회로, 이 기사 작성에는 제일교회 신기성 전도사의 도움이 컸음을 밝힙니다.)
많은 교회가 창립기념일을 일회성 또는 이벤트 중심으로 준비하고 기념하며, 주로 자신들의 교회에 초점을 맞추고 감사를 드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창립 50주년을 단순 이벤트가 아닌, 앞으로의 사역 방향을 새롭게 점검하고,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교회가 있다.
후러싱 제일 연합감리교회(이하 제일교회) 담임인 김정호 목사는 한어 회중 창립 50주년을 예수님의 목회대강령에 중심을 둔 ‘희년교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제일교회는) 누가복음 4장 18절 말씀에 기초한, 예수님의 목회대강령(Jesus’ Great Mission Manifesto)인 하나님 은혜가 선포되는 ‘희년교회’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민 교회 대다수는 사회 현실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말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내세에만 관심을 두며, 교회의 사회 참여를 외면하고, 오히려 그러한 실천을 세상적이라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지만, 김정호 목사는 제일교회의 희년 목회를 통해 가난한 이웃을 위한 사역을 펼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한다.
“성령이 임해서 시작되는 희년은 모든 사람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는 것은 빚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질 수 없는 세상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있는 세상을 뜻합니다. 억눌린 자를 자유하게 하신다는 것은 모든 차별을 없애고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중받고 존엄을 인정받는 세상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사회 참여와 구제를 통한 희년목회가 온전한 성서적 구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뉴욕에서 목회해 온 김 목사는 “(교회) 주변에 정말 어렵고 아픈 사람들이 많고, 그 정도가 심각합니다. 예수님의 희년목회를 통해 사람들이 무덤, 지옥, 감옥에서 나와 생명과 사랑, 소망의 기쁨과 행복으로 살도록 돕는 교회가 되고, 존 웨슬리가 가졌던 개인과 사회 구원을 이루는 온전한 ‘성서적 구원’을 추구하는 교회가 되려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 제일교회가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희년 목회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1. 이웃과 지역사회를 향한 사역을 다양화하고 확대하다
제일교회가 이미 시작한 하나님의 은혜가 선포되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희년 목회를 살펴보면, 뉴욕과 교회 인근 지역사회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고난받는 사람들을 향한 희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희망 나눔 선교 지원도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이후, 가장 큰 피해자는 극빈층이었다. 그중에서도 식료품 부족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제일교회는 음식나눔(food pantry) 사역과 지역 공동체를 돕기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당시 교회의 선교부장이었던 하용화 장로는 연합감리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음식나눔(food pantry) 사역을 시작한 이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고, 예수의 정신을 세상에 전하자고 말만 해왔지,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곳에 자리한 지 거의 5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웃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알아가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많은 이웃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작은 정성을 모으면 그토록 말해왔던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일교회는 매주 300여 가정과 250명의 무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처음에는 교회 재정으로만 운영되던 급식 프로그램이 이제는 뉴욕시의 지원을 포함해 1년에 8만 5천 불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제일교회는 이 외에도 교인들과 이웃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재활용품 가게(thrift shop)인 블레싱 스토어를 통해 이웃들이 옷과 생활용품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남미 등지에서 온 난민들과 이민자들에게도 옷과 생활용품 등을 제공하며, 교인과 이웃들의 여가 생활을 지원하는 탁구와 검도 스포츠 교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사역의 범위를 확장하고, 1999년 연합감리교회 구제위원회(UMCOR)에 의해 시작된 이웃을 위한 정의(JFON, Justice For Our Neighbors) 서비스를 통한 법률 클리닉과 법률 상담을 서비스를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저소득 취약 이민자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 제일교회는 주차장에 90 X 90 인치의 야외 전광판을 설치하여, 주변 이웃들에게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전광판은 교회 광고 목적이 아닌,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삶에 용기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메시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4개 언어로 제공된다.
2. 고난받고 있는 지역을 향한 선교 지원을 확대하다
제일교회는 이미 볼리비아, 카자흐스탄, 쿠바, 태국, 온두라스 등 여러 선교지와 해당 지역 선교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지만, 희년목회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고난받는 지역’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제일교회는 당시 연합감리교회 감독회장이자 구제위원회 회장인 토마스 비커튼(Thomas Bickerton) 감독에게 5만 불을 전달했다. 비커튼 감독은 이 헌금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소망이 확산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치유되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교회는 또 2023년 성탄절 헌금을 난민 지원에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폴란드 국경 지대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기 위해 기아대책본부에 2만 5천 달러를 전달했으며, 뉴욕 지역의 베네수엘라 난민들을 위한 사역이 지속될 수 있도록 뉴욕 연회에도 2만 5천 달러를 전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2023년 2월에는 강진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한 튀르키예 난민들을 돕기 위해 2만 달러와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3. 연합감리교회 선교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하다
연합감리교회에 속한 한인 교회들이 한동안 교단 탈퇴로 인해 혼란스러웠고, 교단의 결정에 수세적으로 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제일교회는 오히려 위기를 선교에 집중하는 계기로 삼기로 하고,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린 연합감리교회 총회 기간에 한인총회의 선교사 후원 결정에 호응,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한인총회는 총회 기간에 세계선교부가 파송한 연합감리교회 선교사 140명 전원에게 매달 최소 100불씩 3년간 총 5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후원하기로 했다.
당시 한인총회의 결정에 대해 김정호 목사는 주어진 위기 상황을 선교로 돌파하여 발전할 수 있는 도약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교회 역사를 보면, 교회는 고난과 핍박을 겪으면서도 복음을 전했고, 초대교회는 고난과 핍박을 겪으면서도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했습니다. 한인 교회도 교단의 위기 때마다 선교에 더 집중해 왔습니다. 비록 우리 한인 교회가 교단 내에서는 소수이지만, 이번 한인총회의 결정이 교단의 본래 존재 목적에 더욱 집중하도록 도전하고 격려하는 귀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일교회는 기존에 지원했던 한인 선교사 10명에, 비한국인 선교사 7명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교단 파송 선교사 전원인 140명의 1/10이 훌쩍 넘는 17 선교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4. 온난화로 고통받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지키는 청지기 직분을 감당하는 친환경 사역을 시작하다
제일교회는 지역과 마을을 섬기는 희년교회의 영성과 사역을 구체화하기 위해, 뉴욕에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두 가지 사역을 실시하고, 또 준비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제일교회 주변에 42개의 ‘고우그린(Go Green)- 친환경 텃밭’을 조성하여 교인들에게 분양한 것이다.
이 교회의 신기성 전도사는 친환경 텃밭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친환경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재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스팔트로 덮였던 공간을 흙과 식물로 채우고 쾌적한 쉼터를 만들어, 누구나 와서 차 한잔 즐기며 쉼과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생활에서 친환경을 선도하고, 희년교회를 실천하는 장입니다.”
제일교회는 또 올해 희년목회의 일환으로 약 25만 달러를 들여, 본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제일교회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아끼고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명령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 세계가 우리의 이웃임을 깨닫고, 모든 생명체에게 선한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라고 신 전도사는 태양광 패널 설치의 의미를 설명했다.
5. ‘신학하는 과제’를 강화하기 위한 매일 묵상집을 출판한다
제일 연합감리교회가 매일 묵상집을 출판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몇 년간 한인 교회들의 교단 탈퇴 과정을 지켜본 김정호 목사의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김 목사는 지난 연합감리교회 총회 후 연합감리교뉴스에 보내온 기고문에 진정한 연합감리교회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목회를 했다며, 이를 회개한다고 말했다.
“연합감리교회 목사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신학하는 과제(Theological Tasks)’를 수행하는 것인데, 그동안 저는 그것이 부재한 목회를 했습니다. 또 연합감리교인은 사고하는 지성을 겸비한 신앙을 존중하고, ‘거룩한 대화’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하는데, 성도들을 그러한 측면으로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기 도취적 신념에 빠진 사람들이 목사가 되거나 교회 지도자가 되는 것을 방치했습니다. ‘신학하는 과제’는 성경과 전통, 이성과 경험의 조화를 책임 있게 판단하는 분별력을 키우는 것인데, 저는 그러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런 훈련이 있는 목회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제일교회는 희년교회로서 ‘신학하는 과제(Theological Tasks)’를 수행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교리 교육을 위한 매일 묵상집을 출판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건강한 신앙을 위해 ‘개인 경건’(Personal Holiness)에 중요한 십계명, 주기도문, 산상수훈, 사도신경 및 웨스터민스터 소교리 문답과 같은 신앙의 기본에 필요한 내용은 물론 성령과 기도 등 영성 자료도 묵상집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웨슬리가 말하는 ‘성서적 경건’(Biblical Holiness)은 개인과 사회 경건히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건전한 신학, 즉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예수님의 뜻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분별력을 키우는 훈련입니다.”라고 김 목사는 출판 목적을 밝혔다.
교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후러싱 제일 연합감리교회는 교회의 미래를 희년교회가 되는 데 있다고 생각하고, 희년목회를 통해 지역사회를 살리며, 고난의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 그곳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또한 신학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훈련과 총체적인 신앙,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실천을 담아내기 위한 묵상집 출판을 준비하며, 새로운 목회의 지평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한인교회의 미래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걸어본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