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4일, 서울 꽃재교회에서 열린 서울 연회 본회의에서 정희수 감독이 윌리엄 스크랜턴 선교사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Thomas E. Kim) 목사, 연합감리교뉴스.올해는 우리 연합감리교회가 여성에게 완전한 성직권(full clergy rights)을 부여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56년 감리교회가 여성에게 완전한 성직권을 부여하고 목사 안수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단순한 제도적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성령께서 이미 부르시고 세우신 여성들의 부르심을 교회가 공적으로 인정한 은혜의 사건이었습니다.
오하이오 감독구에 속한 두 연회인 동오하이오 연회(East Ohio Conference)와 서오하이오 연회(West Ohio Conference)를 섬기는 저는 이 70년의 유산을 단순히 교단 역사의 한 장으로만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유산은 저의 사역 속에 깊이 새겨진 ‘감사의 계보’입니다. 여성 안수의 역사는 저에게 추상적인 교회 역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저를 오늘의 저로 빚어왔고, 제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저를 붙들고 깨우치며 성장시켜 온 살아 있는 은혜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연합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 후보자로 첫걸음을 내디딘 곳은 캘리포니아-네바다 연회였습니다. 1982년 미국에 건너온 저는 개척 교회를 섬기고 있었습니다.
1985년 무렵은 깊은 영혼의 밤을 지나며 지쳐가던 저는 새로운 헌신의 마음으로 저 자신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제 사역의 비전을 밝히는 큰 빛과 같은 한 분을 만났습니다. 연합감리교회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감독이신 레온틴 T. C. 켈리(Leontine T. C. Kelly) 감독님이셨습니다.
저는 퍼시픽대학교(Pacific University) 인근 캠퍼스에서 목사 후보자로서 그분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날 그분의 설교는 천둥 같은 울림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단지 설교를 힘 있게 전하셨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한 여성,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하나님의 권위를 품고 교회의 중심에 서서 복음을 선포하는 그 모습 자체가 제게는 하나의 계시였습니다. 그분의 설교를 통해 저는 사역이 단지 제도 안에서 기능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사역이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하나님의 정의와 은혜를 증언하는 소명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켈리 감독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감리사로 섬기던 2002년이었습니다. 저는 네바다대학교(University of Nevada) 라스베이거스 캠퍼스에서 열린 서부 지역총회 기독교선교학교(Western Jurisdiction School of Christian Mission)에서 강의하고 있었는데, 은퇴하신 켈리 감독님께서도 제 강의에 참석하셨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뵌 그 자리에서 저는 그분의 성함을 부르며 제 사역의 깊은 곳에 켈리 감독님이 남겨주신 빛에 대해 고백했습니다. 그분은 여성의 리더십이 교회 안에서 예외적 현상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여성의 리더십은 성령께서 교회를 새롭게 하시는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 목회에 깊은 흔적을 남긴 두 번째 여성 감독님은 샤론 짐머맨 레이더(Sharon Zimmerman Rader) 감독님이셨습니다. 레이더 감독님은 위스콘신 주재 감독으로 부임하셨고, 저는 감리사로서 8년 동안 그분의 감리사회(cabinet)의 일원으로 함께 사역했습니다. 그분을 통해 저는 목회 리더십의 영성과 리듬을 배웠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단순한 행정 지도자가 아니라, 영적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레이더 감독님은 사람들을 대하는 깊은 배려, 기도하는 마음으로 회의를 인도하시는 모습,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보여주신 침묵, 그리고 교회를 품는 넓은 마음을 통해 감독의 직분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을 통해 저는 리더십이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이며, 권위는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영혼의 무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제가 한국 강남대학교에서 종교철학 교수로 섬기며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던 시절, 레이더 감독님은 지쳐 있던 저를 따뜻한 긍휼로 돌보아 주셨습니다. 그분은 제 삶과 사역에 중요한 전환점을 열어주신 분이셨습니다.
2004년 제가 연합감리교회 감독으로 성임(consecration) 받기까지, 샤론 레이더 감독님의 기도와 멘토링, 그리고 예언자적 실천은 제 여정을 이끄는 든든한 힘이었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신 샤론 감독님은 제 리더십의 기초를 세워주신 소중한 분이자, 제 사역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십니다. 그분의 영성은 지금도 제 안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2012년 제가 신앙의 고향과 같은 위스콘신 연회의 주재 감독으로 돌아갔을 때, 그곳에는 또 다른 놀라운 여성 감독님의 발자취가 깊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마조리 스웽크 매튜스(Bishop Marjorie Swank Matthews) 감독님이셨습니다. 매튜스 감독님은 1980년 연합감리교회 역사상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선출되어 위스콘신 지역을 섬기셨습니다. 그분이 감독으로 선출된 것은 연합감리교회 역사뿐만 아니라 미국 주류 개신교 역사 전체를 통틀어 보아도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위스콘신주 선 프레이리(Sun Prairie)에 있는 위스콘신 연회 본부는 매튜스 감독님의 리더십 아래 건립된 역사적인 공간입니다. 제가 위스컨신 연회의 감독으로 12년 동안 섬기며 그곳의 영적 유산을 이어받았을 때, 매튜스 감독님의 이야기는 늘 은혜의 그림자처럼 제 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당시 위스콘신 연회에서 자주 회자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남성 중심적 문화가 강했던 총감독회(Council of Bishops)는 또 다른 남성 감독이 선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맞는 감독 예복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선출된 이는 작은 체구에 강인한 정신을 지닌 여성, 마조리 매튜스였습니다. 준비된 영대(stole)는 그분의 몸에 비해 너무나 컸습니다. 그분이 입장하실 때, 영대는 마치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듯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이미지는 교회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강렬한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작은 체구의 한 여성위에 하나님께서 교회의 새로운 미래를 맡기신 것입니다.
이 세 분의 여성 감독님들은 제 사역을 떠받쳐 온 중요한 기둥과 같은 부들이었습니다. 켈리 감독님은 예언자적 설교와 정의의 용기를 보여주셨고, 레이더 감독님은 영성과 관계, 리더십의 깊이를 가르쳐 주셨으며, 매튜스 감독님은 역사를 바꾸는 순종의 용기를 보여주셨습니다. 세 분 모두 자신의 삶을 통해 여성 안수의 유산이 가진 거룩하고도 강력한 은혜를 증언하셨습니다.
2023년 10월 2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다락방 리더십 세미나 및 태국 다락방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다락방 아시아 국제관계 디렉터 및 글로벌 프로그램의 매니저인 정임현 목사가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Thomas E. Kim)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사진 출처, 2023년 11월 21일 다락방 기사. 그러나 여성 안수의 70년 유산이 제게 가장 가깝게 다가온 것은 제 아내 정임현 목사의 삶과 사역을 통해서였습니다.
제 아내는 고등학생 시절 미국에 이민해 와 성장했습니다. 당시 아내를 신앙으로 길러낸 공동체는 남침례교회였으며, 그곳에서 아내는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했습니다. 그 교회는 아내의 신앙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믿음의 토양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아내를 또 다른 길로 부르셨습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였던 아내는 눈물과 믿음, 그리고 굳은 결단으로 위스콘신주 매디슨(Madison)에서 일리노이주 에반스턴(Evanston)에 소재한 개럿-복음주의 신학대학원(Garrett-Evangelical Theological Seminary) 사이를 오갔습니다. 마침내 아내는 목사 안수를 받았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매디슨의 트리니티 교회에 부임하여 그 교회의 첫 여성 목사이자 첫 소수인종 여성 목사가 되었습니다.
제 아내의 사역은 교회와 목회에 대한 저의 익숙한 이해를 가장 직접적이고도 개인적인 방식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여성 목사의 소명을 책이나 교회 회의를 통해서만 배운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것을 우리 가정의 식탁에서 보았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사역을 감당하던 한 어머니의 눈물 속에서 보았습니다. 강단에서, 병실에서, 각종 위원회 회의에서, 그리고 조용한 기도의 자리에서 보았습니다. 우리는 목회자 부부로서 기쁨과 고통, 어려움과 도전을 함께 나누며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의 제단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내의 사역 가운데 특히 제게 깊은 감동으로 남아 있는 것은 미원주민 교회인 오네이다(Oneida) 연합감리교회에서의 목회입니다.
깊은 모계 전통을 지닌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인 오네이다 부족 안에서 목사로 섬기는 것은 결코 평범한 사역이 아니었습니다. 제 아내는 공동체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이방인으로 섬기지 않았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살아가며 존중과 경청, 끈기 있는 사랑, 그리고 영적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을 섬겼습니다.
아내가 오네이다 공동체에 끼친 영향을 제가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녀에게는 사람들을 사역으로 초대하고 동역자로 세우며, 공동체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은사가 있습니다. 저는 가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내를 “사람들이 아프다고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팔을 비틀 줄 아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물론 그것은 강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으로 설득하는 힘이었습니다.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와 소명으로 이끄는 거룩한 끈기였습니다.
무엇보다 제 아내 자신도 평생 인종적 소수자로 살아왔기에 다른 소수자 공동체가 지닌 아픔과 존엄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네이다 공동체에서 그녀는 친구이자 사역의 동반자였고, 때로는 공동체를 위한 옹호자였습니다. 아내의 사역은 여성 성직자의 리더십이 단지 강단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님을 제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문화와 상처, 역사와 기억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함께 일어설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또 제 아내는 저의 가장 가까운 영적 친구이자 평생의 사역 동반자입니다.
아내는 15년 동안 개체교회 목회 현장을 신실하게 섬겼습니다. 이후 제자사역부(Discipleship and Ministries)의 '다락방(The Upper Room)' 사역을 통해 아시아 여러 지역의 영성 형성 사역을 15년 동안 이끌었습니다. 최근 노련한 영적 지도자로서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은퇴한 아내의 삶은 여성 안수 70주년을 맞아 제가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간증입니다.
이 모든 만남을 통해 저는 하나님께서 교회를, 그리고 세상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시는지를 배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성들을 교회의 지도자로 세우셨고, 그들의 지혜와 강인함, 영성, 긍휼, 예언자적 용기, 그리고 변혁적 리더십을 통해 교회를 더욱 온전하고 진실하며 아름답게 빚어 오셨습니다.
여성 안수의 역사는 단지 여성만의 역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더욱 온전히 세워져 가는 은혜의 역사입니다.
여성 안수는 교회가 어쩔 수 없이 양보한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정(act of recognition)이었습니다. 교회가 하나님께서 여성들을 이미 부르셨음을 비로소 인정한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여성들의 눈물, 기도, 설교, 돌봄, 그리고 예언자적 용기 속에 오래전부터 일하고 계셨습니다. 교회는 그 은혜를 깨닫고 그 부르심에 순종한 것뿐입니다.
그러므로 여성 안수 70주년을 기념하는 이때, 저는 오하이오의 두 연회와 함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레온틴 켈리 감독님의 천둥 같은 설교, 샤론 레이더 감독님의 어머니와 같은 영성과 리더십, 마조리 매튜스 감독님의 작은 어깨 위에 드리워졌던 전설적인 큰 영대, 그리고 제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복음의 길을 걸어온 아내 정임현 목사의 눈물과 신실함을 기억하며 저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성의 부르심은 교회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 있습니다. 여성의 안수는 교회의 양보가 아니라 성령의 선물입니다. 여성의 리더십은 교회의 미래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로운 약속입니다.
여성의 강인함과 생명을 탄생시키는 산파와 같은 돌봄의 전통, 그리고 사람을 키워내는 양육과 도제훈련의 유산은 한국 전통 여성상의 살아있는 본보기였던 저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이미 제 안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분들은 사랑과 헌신, 인내와 지혜로 한국 여성의 아름다운 전통을 몸소 살아내신 분들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여성 안수 70주년을 기념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앞으로의 70년, 아니 700년의 교회를 바라보며 감사와 책임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서 제공하는 주간 e-뉴스레터인 <두루알리미>를 받아보시려면, 지금 신청하세요.
하나님께 부름을 받은 모든 딸과 아들이 함께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를 세우며, 세상을 치유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증언하는 일에 동참할 때까지, 우리가 이 거룩한 유산을 기쁨으로 이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감사의 자리에서 저는 다시 한번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고백합니다.
제 사역을 빚어 준 여성 지도자들, 제 삶을 지탱해 준 여성 목회자들, 그리고 이름조차 알 수 없지만 신실함으로 교회를 새롭게 해 온 수많은 여성은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가운데 어떻게 역사하시는지를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성례전(sacraments)입니다.
저는 신실함과 희생, 그리고 사랑으로 사역에 헌신해 온 수많은 여성 성직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의 겸손한 여정과 변화를 향한 예언자적 꿈은 오늘도 교회와 세상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저와 함께 섬기고 있는 많은 여성 성직자 지도자들의 여정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역의 동료로서 그들이 보여 주는 용기, 지혜, 인내, 그리고 신실한 증언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 은혜가 오하이오의 교회들 가운데, 다음 세대의 부르심 가운데, 그리고 더욱 정의롭고 더 긍휼하며 더욱 용기 있는 교회의 미래 가운데 계속해서 꽃피기를 소망합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484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