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글은 오하이오 감독구를 이끄는 정희수 감독이 3월 19일 <Soul Food>에 쓴 ‘The War That Never Ended: A Confession and Prayer for Peace’를 번역한 것이다.)
저는 전쟁이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 속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살던 마을에는 아버지 없이 자란 형, 누나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아버지들은 전쟁터로 떠난 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역사의 침묵 속으로 그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는 그들의 삶에 깊은 상실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내면에 깊이 자리한 오래, 질기게, 지속되는 슬픔이었습니다.
흔히 한국전쟁은 1953년에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엄밀하게는 끝난 게 아닙니다. 단지 일시적으로 멈췄을 뿐입니다. 정전협정은 전쟁 당사자 간의 총성은 멎게 했지만,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수백만의 이산가족이 사랑하는 이들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단절된 세월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물리적 폐허만이 아닙니다. 세대를 가로질러 새겨진 아물지 않은 상처, 응답 없는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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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전쟁 동안 숭고한 희생을 치른 미국 젊은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품고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희생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굳건한 유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그 감사가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도덕적 중압감까지 지워주지는 못합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목격했고, 그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저는 폭력이 인간 갈등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그만해라(No more of this)”(눅 22:51, 공동번역)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손에서 칼을 거두셨습니다. 그 순간, 주님께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도전이 되는 진리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폭력은 우리가 갈망하는 평화를 결코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국가 간 전쟁은 우리에게서 훨씬 멀어졌지만, 동시에 더 위험해졌습니다. 첨단 기술의 발달 덕분에 파괴 행위를 마치 온라인 게임처럼 원격으로 수행하는 세상이 도래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행위가 초래한 고통은 가상현실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가족들은 산산조각이 나고, 트라우마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목격하는 세계의 분쟁들—특히 중동의 전쟁—은 우리로 하여금 깊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파괴 위에 세워진 안보를 과연 평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는 테러를 반대합니다. 증오를 반대합니다.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이렇게 믿습니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무차별적인 파괴 또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전쟁은 인류의 마지막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렵고, 느리지만, 궁극적으로 더 인간적인 길—외교와 대화, 절제와 화해의 길입니다. 평화는 약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용기입니다.
전쟁의 상처 속에서 자라난 사람으로서, 저는 침묵할 수 없습니다. 저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의 종식을 촉구하며, 한반도뿐 아니라 폭력이 지속되는 모든 곳에서 평화를 향한 새로운 헌신을 다시 시작할 것을 요청합니다.
저의 기억은 이제 기도가 되었습니다.
전쟁이 멈추기를 바라는 기도,
폭력이 끝나기를 바라는 기도,
인류가 파괴가 아닌 생명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기도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긴박한 시간입니다.
지금이 바로 평화를 선택해야 할 시간입니다.
전쟁의 기계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삼켜버리기 전에, 그것을 멈춰야 합니다. 평화를 먼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늘의 소명으로 뜨겁게 상상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파괴가 아닌 화해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사람들이 되기를…
평화를 위한 기도
자비의 하나님,
전쟁이 숨 쉬는 곳마다
주의 평화가 시작되게 하소서.
기억조차 아프고
이름조차 잊힌 이들이 있는 곳에
주의 영원한 빛 가운데 품어주소서.
폭력에 익숙한 손들이 있는 곳에
그들을 치유하는 소임으로
다시금 이끌어주소서.
서로 원수가 되어 맞선 이들이 있는 곳에
서로를 용납하는
길을 열어주소서.
우리의 평화 되신 그리스도여,
“그만하라”라고 말씀하신 주여,
우리의 마음속의 무기를 거두어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우리를 파괴에서 돌이켜
생명으로 이끄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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