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당’에서 어린 시절 마당을 추억하다

한요한 목사, 제공, 한요한 목사.한요한 목사, 제공, 한요한 목사.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고 숙제를 마치자마자 달려가던 곳, 약속한 적은 없지만 같은 골목에 살던 아이들이 자연스레 모이던 곳, 누구는 집에서 공을, 누구는 박스를 가져와 축구 골대를 만들고, 또 누구는 분필을 가져와 오징어 게임판을 그리고, 누구는 부모님이 사준 간식을 가져와 나누어 먹던 곳,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돌보며,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가던 곳,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던 곳,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모여 시간을 보내던 어린 시절 우리가 함께 공유했던 그곳은 우리 모두의 마당이자 놀이터였습니다.

타인종목회자전국연합회(NAKAUMPSCRA)에서 주최한 타인종/다문화 목회를 하는 한인 목회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당’이 지난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시카고 교외 알링톤하이츠에 위치한 우찬제(CJ Woo) 목사님이 담임하는 인카네이션교회(Church of the Incarnation United Methodist,)에서 열렸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이번 ‘제7기 마당’에는 미 전역의 여러 연회에서 온 저를 포함한 14명의 수강생과 이전 수료자들을 포함한 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타인종 목회자의 목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장 교육 <CRCC 마당>의 등록 신청이 시작되었다. 그래픽 제공, CRCC 마당.타인종 목회자의 목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장 교육 ‘CRCC 마당’. 그래픽 제공, CRCC 마당.

첫날 은혜로운 개회예배로 시작된 ‘마당’은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하게 자기소개를 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소유한 물건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쇼우앤텔(Show & Tell) 형식으로 진행되어,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첫날 개회예배에서 가한나 목사님이 ‘마당’ 환영 인사와 함께 “이곳에서 즐겁게 노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한 마음이 몰려왔습니다. 거의 20년을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서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삶의 긴장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아니, 오히려 이방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그 긴장을 계속 유지하며 살아왔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주위를 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외로운 레이스를 달려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 저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저의 마당을 되찾았다는 기쁨에, 어깨에서 내려놓지 못했던 그 긴장을 마침내 내려놓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해져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30분 동안 진행된 아침 기도회(Centering Prayer)를 통해 흩어진 마음을 가다듬고, 고요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며, 그날의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이 시간은 저에게 전날 배운 내용들을 다시 한번 묵상하게 했고, 제가 왜 ‘마당’에 참여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여러 강사님으로부터 다양한 주제를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첫날 오전에는 박신애(Grace Pak) 목사님이 “Cross Cultural/Cross-Racial Theological Foundation”이라는 주제로 다문화/타인종 목회의 신학적 기초에 대해 강의하셨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우리는 성경적, 신학적 관점으로 타인종/다문화 목회를 논의하며, 이해를 한층 깊게 할 수 있었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타인종 목회자로 부르신 의미와 목적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에는 전주연 목사님의 인도로 진행된 “Sermon Prep & Creative Worship Design”이라는 주제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각자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설교를 준비하고, 어떤 예배들을 시도했으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나누는 타인종/다문화 목회 현장에서의 창의적 설교에 대해 배우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가한나 목사님이 예전(rituals)과 예식(ceremony)에 관해 강의하셨습니다. “From Cradle to Grave Rituals & Ceremony”라는 주제의 이 강의는 장례식과 결혼식에 대한 목회적, 신학적, 그리고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의 이해를 더욱 깊게 해주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수강생들은 예전과 예식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와 임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예배의 형식과 내용임을 배우게 되었고, 특히 참석자들이 나눈 자신들이 경험한 독특한 장례와 결혼은 우리의 목회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더하였습니다.

세 번째 날 오전에는 김수미 목사님이 “Pastoral Care and Intrapersonal awareness”에 대해 강의하셨습니다. 이 강의는 목회자의 “공감 능력”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었는데, 수강생 중 한 명이 직접 내담자가 되어, 목회 상담 현장 속에서 어떻게 “공감”이 힘을 발휘하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상당히 인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근처 롬바드메노나이트센터(Lombard Mennonite Peace Center)에서 오신 강사님을 통해 갈등 해결을 위한 “Conflict Meditation & Resolution”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목회자들이 삶과 목회, 그리고 교회에서 더 나아가 교단이 겪고 있는 갈등을 어떻게 대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공부하는 기회의 시간이었습니다.

‘마당’에서 진행된 강의들은 일방적인 주입식 강의가 아니라, 강사님들과 참석자들이 함께 지식과 지혜, 그리고 경험을 나누며, 실제 목회 현장, 특히 타인종/다문화 목회 상황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었습니다.

또 매일 저녁 우리는 Listening Circle 시간을 통해, 내면에 품고 있던 진솔한 삶과 목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024 ‘마당’ 수업은 이번 수양회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9주간 진행되는 웨비나를 통해 우리의 배움은 계속될 것이며, 지속적으로 타인종/다문화 목회를 위해 배우고 나누며 그것을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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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제가 나누고 싶은 점은, 이번 ‘마당’ 수양회 마지막 예배를 2024년 수강생들이 직접 디자인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마당’에서 배우고, 느끼고, 묵상했던 것들을 토대로, 이 수양회에서 받은 은혜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폐회 예배를 “Empathy, Empowering, Embarking”이라는 주제로 준비하고 표현했습니다.

저에게는 함께 이 목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소중한 동역자들이 있습니다. 비록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서로 다른 소명을 받고, 각기 다른 달란트로 살아가며 목회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소망, 한 목적을 공유하는 친구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강사님들의 강의들, 공통된 주제를 놓고 토론했던 워크샵들, 내면에 담겨 있던 삶의 이야기들, 함께 드린 예배와 찬양들, 섬김의 손길들, 은퇴 목사님들의 겸손한 섬김, 그리고 우찬제 목사님이 준비해 주셨던 센스 있는 식사들이 정말 순간처럼 지나간 이 5일 동안 저는 제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아주 중요한 것을 되찾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여름에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후, 조금은 지치고 슬픈 마음으로 지내던 저에게 이 ‘마당’은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마당’이 타인종/다문화 목회는 물론, 이민 목회를 하시는 모든 분에게 그들의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얻게 되는 배움과 나누는 삶, 그리고 그 관계를 통해 우리의 목회 여정이 외롭기보다는 즐겁고 소망으로 가득 차, 하나님 나라를 위한 복음 전파에 널리 쓰여지기를 기도합니다.

마당, 우리들의 놀이터, 저는 지금도 이 마당으로 제 친구들을 만나러 다시 뛰어가고 싶습니다. 탁월한 강의를 준비해 주신 마당 임원들과 강사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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