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예고 없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당했다."라고 합니다. 또,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 했을 텐데.'라는 후회도 합니다. 또, 분명히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준비 없이 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것은 죽음입니다. 죽음을 비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준비 없이 안일함으로 하루하루를 살다가 죽음 앞에 망연히 서게 됩니다. 껄끄러운 주제인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지난 주일 오후에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가장 어른들로 구성된 에녹회(회장 이종건 장로)를 비롯해서 아브라함 선교회(회장 박필규 장로)와 나오미 선교회(회장 곽정자 권사)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하여"라는 세미나가 언약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유언서 작성 및 장례 절차, 그리고 노후를 위한 재정계획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서동성 장로님께서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에 대해 강의해 주셨습니다. 첫째, 병에 걸려 치료할 수 없고 죽음이 임박할 경우를 대비해서 자신을 치료하는 담당 의사나 가족들에게 남길 "사전 의료지시서(Advance Healthcare Directive)", 둘째, 은행이나 모든 법적인 문제를 대리할 사람을 지정하는 "위임장(Power of Attorney)", 셋째, "자산 목록(List of Asset)",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서(Will)"가 필요한데 유서에는 장례 절차와 개인의 약력, 그리고 평소에 좋아하는 찬송과 성경 구절 등 신앙적으로 남기고 싶은 말과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 평소에 하지 못했던 화해와 감사의 편지를 남기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또, 자산이 $150,000 이상일 때에는 "생전신탁 (Living Trust)"을 통해 복잡한 상속 절차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재정 전문가인 김용화 사모님께서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재정 점검 및 준비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인도하셨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이 겪게 될 "장기 요양(Long Term Care)"에 대한 재정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꼭 해야 하는 활동에는 "이동하기, 화장실 가기,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 먹기" 등 5가지가 있는 데 이 중 2가지 이상을 못하면 "장기 요양" 시설에 들어가거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미나를 실질적인 예를 들면서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올해 초에 들어서면서 나오미 선교회와 에녹회, 그리고 아브라함 선교회가 공동으로 계획하고 추진한 세미나였습니다. 교회의 여러 행사 때문에 미루다가 날짜를 잡은 것이 지난 주일(5월 7일)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그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유는 그 전날(5월 6일)에 있었던 고 김동호 목사님의 장례 예배 때문이었습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준비된 죽음이 얼마나 은혜스러운지를 손수 보여주시고 떠나셨습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본인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찬송과 성경 구절은 물론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본인의 생각을 남겨 두셨습니다. 어떤 의료적인 생명 연장 수단도 사용하지 말 것을 기록해 두셨기에 가족들도 본인의 판단을 존중해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은 본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가족과 자녀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은 자식을 위해 끝없는 사랑을 베풀다가 마지막 가는 길마저도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지난 4월 첫 주일은 김동호 목사님께서 마지막으로 우리와 함께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 날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나가시던 김 목사님께서 걸음을 멈추시더니 몸을 돌리셨습니다.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미안해요!" 김동호 목사님은 자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예배를 집례할 저의 조그만 수고에 대해서마저 미리 인사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맞아야 하는 죽음이기에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동호 목사님은 아름다운 마무리가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시고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김 목사님의 뒤를 따라 우리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땅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천국에서는 영광스러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영광을 소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오늘도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이창민 목사, LA 한인연합감리교회, CA
올린날: 2017년 5월 15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