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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연합감리교회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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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목사, 사진 제공, 조정래 목사.조정래 목사, 사진 제공, 조정래 목사.

나는 어린 시절을 마산에서 보냈다. 그 시절 나는 마산의 성결교회에 다녔는데, 우리 목사님은 설교 중에 “예수님을 믿어야 천당에 가고 불교를 믿으면 지옥 간다”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그 말을 들은 후, 어느 날 무학산 기도원을 향해 걸어가던 나는 산 중턱에 있는 절을 보고, “예수 믿고 천당 가자. 불교 믿으면 지옥 간다”고 외치고 도망쳤다. 나는 그렇게 해야 불교인을 구원해 주는 것이라 믿었다.

전도의 사명에 불타던 나는 어느 날 절 안마당에 서 있던 젊은 스님을 보고, 또 “예수 믿고 천당 가자. 불교 믿으면 지옥 간다.”라고 크게 외치고 냅다 뛰었다. 얼마 못 가 쫓아온 스님한테 잡혀서 절 마당 안으로 끌려갔다. 장골의 젊은 스님은 초등학생이던 어린 나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팔굽혀펴기를 열 번 시킨 후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라고 말하며 나를 놓아주었다.

신학대학에 진학한 나는 “교회에 한 번도 다녀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는 예수님을 믿지 않았으니, 지옥에 떨어지셨을까?” 하는 의문을 붙잡고 씨름하면서 교회에서 배운 신앙에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김광식 교수님의 토착화 신학, 유동식 교수님의 유불선을 아우르는 풍류 신학, 변선환 교수님의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 신학 등 다양한 신학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강원도에서 군목으로 근무할 때는 사단 군종법사인 조계종 스님과 친구가 되어 테니스도 치고 스님 사택인 요사채에서 같이 밥도 먹은 추억이 있다.

내가 남감리교대학교(SMU)의 퍼킨스(Perkins)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1992년은 한국 감리교에 일대 파란이 벌어진 해다. 그해 김홍도 감독을 비롯한 감리교단의 보수파 부흥강사 목사들은 종교재판을 벌여 종교다원주의 신학을 소개한 변선환 학장을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직위해제하고 목사직에서도 파면했다. 살벌하고 흉흉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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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을 공고히 하고 신학적으로 더 깊고 넓은 배움을 위해 퍼킨스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나는 여러모로 놀랐다. 일례로 가톨릭 신부였다가 파계하고 일본 선불교에 심취한 루벤 하비토(Ruben Habito) 교수의 ‘선불교의 영성과 사회정의’라는 과목이 신학대학원 과정에 있었다.  같은 해에 내 나라의 종교계에서 벌어진 그 살풍경을 본 나로서는 묘한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꼈다. 하비토 교수는 방과 후에 댈러스 시내에 있는 한 연합감리교회에 좌선 명상 클래스를 개설하여 미국인 변호사를 비롯한 지식인들에 이를 가르치고 있어 나도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비롯한 지식인들에 좌선 명상을 가르치고 있어 나도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나는 캘리포니아의 클레어몬트(Clairmont) 신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다가 중도에 중단해야 하는 시련을 겪었다. 앞날이 캄캄하던 그때, 주위에서 당시 연합감리교회 위스콘신 연회의 정희수 감리사님께 지원서를 보내보라고 했다.

그분 덕분에 위스콘신 연회의 미국인 교회 목사로 일하게 되었고, 벌써 2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나는 소수민족을 후원하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신앙을 옹호하는 연합감리교회가 있다는 사실에 숨통이 트이고, 깊이 감사한다.

어느 은퇴 목사님이, “정희수 감독이 미국인 목사들을 데리고 불교 절에 가 구경시켜 주었다던데, 참 염려된다”고 말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한 종교만 아는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를 넓은 종교 문화의 세계로 안내해 주신 정희수 감독님의 타종교와의 화합 운동에 찬동하는 편이다. 몇 년 전에는 정 감독님 주관으로 위스콘신의 매디슨(Madison)에 있는 이슬람 사원, 불교 명상센터, 시크교도 사원, 유대교 회당 등을 방문하는 버스 여행을 한 적도 있다.

나는 종교란 사람들이 집단으로 몰려 사는 지역 문화권에서 생겨난 특유의 문화 현상이 이라고 생각한다. 중동의 사막에서 유대교가 생겨났다가 유대교의 뿌리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뻗어 나와 유럽과 아시아까지 세력이 전해졌고, 인도의 힌두교 뿌리에서 불교가 나왔고, 이슬람과 힌두교 사이에서 시크교, 바하이교 등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자기들이 믿는 전통 종교가 세상에서 유일한 종교라고 생각했는데, 교통과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싫든 좋든 다른 종교와 공존해야 하는, 종교가 다원화된 세상이 도래했다.

비교종교학자인 막스 뮐러(Max Müller)는 “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종교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He who knows one, knows none)”라고 했다. 여러 종교에 대해 알게 되면, 종교의 비본질적인 것이 무엇이고,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눈뜨게 된다고 본다.

가톨릭 신학자인 폴 니터(Paul Knitter) 교수는, “부처님 덕분에 나는 기독교인이 될 수 있었다(Without Buddha, I Could Not Be A Christian)”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독일 튀빙겐 대학의 신학 교수였던 한스 큉(Hans Küng) 교수는 가톨릭 사제였으면서, “종교 간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는 없다(No world peace without peace among religions),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주장을 펴다가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할 위기에 처했는데, 독일 정부가 공무원 신분의 한스 큉 교수를 보호하고 학문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게 후원했다고 한다.

2023년 12월 4일에는 밀워키 종교인연합회(Milwaukee Interfaith Coalition)에서 주관한 기금조성 연례 오찬이 예수회 소속 대학인 마케트 대학교(Marquette University)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우리 감리사님이 내어주신 후원금으로 연합감리교 목사 10명이 참석했고, 가톨릭, 이슬람, 시크교, 유대교, 불교, 퀘이커교, 유니테리안 유니버설리스트, 바하이교 관계자 등이 같이 식사를 같이하며 종교 간의 화목과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도모하자는 뜻을 기렸다.

밀워키 종교인연합회는 이 자리에서 사회정의를 위해 봉사해 온 한 미국인 변호사에게 시상했고, 수상자는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나는 교회도 가 보고, 유대교 회당도 가 보고, 이슬람 회당과 불교 사원도 가 보고, 그 외 다른 종교도 겪어보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겉옷만 다르게 입었을 뿐 모든 종교는 같다고 본다. 물론, 여기 앉아 계신, 고명한 신학자나 종교 지도자들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종교의 진수는 ’정직하라.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라. 친절하라’는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어느 한 종교가 진리를 독점하거나 하나님과 독점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식사가 끝날 즈음, 미국 복음주의 루터교회(ELCA)의 감독이 자기 교단 소속의 흑인 여자 목사를 그날의 주 연사(Keynote speaker)로 소개했다. 수백 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 등장한 키가 작은 흑인 여자 목사는 마치 여자 마틴 루터 킹 목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차고 똑 부러지는 연설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그 여자 목사님은, “이 세상의 전쟁은 모두 남자들이 주도해서 생긴 전쟁 아니냐? 이제는 남자들이 독점해 온 주도권을 좀 내려놓아야 한다. 여자들의 발언권이 조금 더 강했다면 세상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거다”고 했다.

여성 사제 안수를 거부하는 카톨릭 교회나, 이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종교지도자가 남성우월주의의 신화에 사로잡혀 사는데, 이 여성 목사의 사자후에 정신이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슬람 이맘이나 유대인 랍비, 카톨릭 주교들이 앉아 있는데, 여자 목사가 “남성우월주의 종교문화 때문에 세상이 이 꼴이 되었다. 이제는 남자들이 여자들과 권위를 나눠 가져야 한다”라고 예언자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조정래 목사가 섬기는 교회(Milwaukee Bay View UMC)에서 타종교 지도자가 강사로 초대되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조정래 목사.조정래 목사가 섬기는 교회(Milwaukee Bay View UMC)에서 타종교 지도자가 강사로 초대되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조정래 목사.

최근에 소말리아 출신으로 네덜란드 정치인이자 아얀 히르시 알리(Ayaan Hirsi Ali)라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버트랜드 러셀(Bertrand Russel)의 책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Why I Am Not A Christian)>를 읽고 미신과 억압을 일삼는 종교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최근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나(Why I Am Now A Christian)’라는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다.

그녀는 명상 위주의 불교나 세력이 미미한 무신론으로는 인류가 직면한 중국의 팽창주의, 이슬람의 패권주의, 푸틴의 광신적 독재와 싸우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닫고, 민주주의와 서구 문명을 살리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떨치는 데에는 유대교와 기독교에 바탕을 둔 기독교 문명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나는 그분이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기독교 우월주의(Christian Supremacy)의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세속의 일에 다소 무관심한 불교나, 조직력과 세력이 미미한 무신론보다는 시대착오적인 교리의 오류와 약점이 있긴 해도, 사회의 정의와 평화, 인권과 자유를 추구하는 기독교 정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어 무척 고마웠다.

나는 하나님은 기독교의 독점물이거나, 어느 한 종교의 전속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종교는 다 인간을 초월하는 어떤 신성을 포착하고 묘사해 보려는 인간의 가상한 노력, 그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종교는 “자기 종교만 옳고 남의 종교는 틀리다”고 생각하는 자아도취, 부족주의 근성(Tribal Mentality)에서 벗어나, 자기비판을 할 줄 아는 겸손하고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 본다.

나는 2023년 가을, 우리 교회 지도자들의 동의를 구한 후, 밀워키에 있는 타종교 지도자를 주일 낮 예배에 강사로 초청한 적이 있다. 이슬람 이맘, 유대교 여자 랍비, 독일 출신 선불교 여성 사제를 우리 교회 주일 낮 예배 강사로 초청했는데, 다행히 교인 중 한 사람도 랍비, 이맘, 불교 선사를 주일 낮 예배 초청 강사로 세웠다고 불평하지 않았다.

한국 같았으면, 나는 교단으로부터 “신앙이 없는 목사, 성령을 받지 못한 목사, 종교다원주의 같은 위험한 사상에 물든 목사”로 찍혀서 교회에 발붙일 수도 없었을 것이고, 교인들도 나 같은 목사는 “교인들을 지옥으로 인도하는 나쁜 목사”로 보아 교회에서 쫓아냈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속한 연합감리교회는 신앙과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고,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등, 교인들의 열린 사고와 높은 식견 덕분에 나같이 신앙과 회의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도 목사로 존중해주니, 이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교단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종교 때문에 세상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종교 때문에 이념 분쟁, 명예살인, 살육과 전쟁이 일어난다면, 차라리 종교가 없는 게 세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종교가 있어야 한다면 인간이 만들어낸 교리와 율법을 신의 뜻으로 착각하기보다는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여 이 세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현실성 있는 종교가 살아남고 번성했으면 좋겠다.

다른 종교는커녕, 같은 교단의 다른 교파와 상종도 하지 않으려는 고지식과 편협함을 종교적인 순수성이라 굳게 믿고 있는 교파들도 있지만, 우리 연합감리교회는 교회일치를 위한 에큐메니칼 운동과 타종교와의 대화와 협력을 권장하는 건전하고 건강한 신학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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