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위한 애가

김응선 목사가 지난 1월 22-24일 내쉬빌에서 열린 2020총회에서 사회/정의 분야 입법안 보고 세션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 사진, 케이트 베리, 연합감리교뉴스. 김응선 목사. 사진, 케이트 베리, 연합감리교뉴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9월 11일까지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7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수가 시작되자,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8월 15일에 탈레반에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하며, 아프간 정부는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10년 전 아프가니스탄에 가야 했던 그날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1년 12월 6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는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폭탄 테러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가 카불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설령 알았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저 지구 건너편의 저 멀리 있는 나라, 항상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나라에서 발생한 하나의 사건으로만 여겼을 것입니다.

제 가족 중 한 사람이 그 희생자 중 한 명임을 알기까지는 그랬습니다.

남편과 어린 두 딸과 함께 교회를 섬기며 잘살고 있던 저희 집안의 여동생은 어느 날 갑자기 아프가니스탄으로 해외 단기선교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동생은 의료 사업을 정리하고, 남편도 직장에 사표를 낸 후, 두 아이를 데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영어와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는 선교사역과 의료 사역을 하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그 험한 곳으로 간다는 것이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도 소속된 선교단체도 이단이네 뭐네 하는 말이 많았던 단체라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복음 전하러 가겠다고 떠나는데, 따뜻한 격려 한마디 못 해주고 반대만 했습니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한 지 40일 만에, 현지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도 못한 채, 사역도 시작하기 전에 매제는 폭탄 테러로 죽고 말았습니다.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는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흘 걸려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도착해 그곳에서 이틀을 머물고, 다시 이틀을 걸려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카 바다가 그린 그림.  어린아이의 마음에 담긴 슬품과 소망이 담긴 당시 8살의 조카가 그린 그림. 

카불에 머무르는 동안 현지인들과 선교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아프간에는 대장금이 방송되고 있었는데, 그 시청률이 90%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아프간에는 한국 단기 선교팀이 일 년에 3,000명 정도 다녀갔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수고하던 중, 2007년 샘물교회 단기 선교팀이 탈레반에 붙잡혔고, 그중 두 명이 희생당한 후, 한국 정부는 아프간 입국을 불허해서 더이상 단기 선교팀이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생 집에서 함께 점심을 차려 먹기로 하고, 제가 식료품을 사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가게에 갔더니, 주인이 물어봅니다. 일본 사람? 중국 사람? 그래서 “아니, 한국 사람!” 그랬더니 주인이 두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굿! 그럽니다.  

왜 주인이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대해, 동생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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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들은 전혀 이익과는 상관없이, 학교와 집을 지어주고, 샘도 파주고, 지뢰 밟아 잘린 발에 의족을 달아주고, 이도 뽑아주고, 아픈 곳을 치료해준 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떠나가는 사람들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부족이 샘물 교회 단기선교팀을 인질로 잡고 그중 두 사람을 죽였던 그 사건은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은혜도 모르는 야만인으로 낙인찍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그 일이 있고 난 뒤, 더는 한국 사람들이 단기 선교팀으로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아프간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면서 죄인이라는 의식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때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방송되었고, 아프간 사람들은 우리가 저 아름다운 민족, 저 나라에서 온 사람을 죽였다고 미안해한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일이 막히면, “나 장금이 나라에서 온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 통하는 경우가 있다고 유기농 닭을 키워 현지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매일 달걀 2알씩을 공급하던 한 선교사님이 한 말이 기억납니다.

선교사분들도 사실 사역을 하면서 항상 보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평신도 선교사로 겪었던 어려움과 좌절 그리고 아픔도 있었기에, 목사인 저를 보고 위로 받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밤을 새웠습니다. 그들이 겪은 이야기 중 어떤 것은 차마 지면을 통해 전하기엔 민망한 것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현지인이 집으로 찾아와, 아프니까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돈을 달라고 합니다. 돈과 함께 도움을 주고 나니, 예수를 믿겠다고 결단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음 찾아가면, “인샬라~”하면 끝이랍니다.

또 다른 분은 식당을 하시는 분이 호텔을 인수하기로 해서 계약을 하고 중도금을 낸 후, 호텔을 인수하러 갔더니, “인샬라~”하면서 계약이 파기했다고 합니다.

그곳 선교사들이 뽑은 현지 선교에서 가장 기운 빠지고 지치게 하는 공통적인 문제는 바로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하고, 약속을 안 지키고, 게으르고, 뻔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번 두번 당하다 보면 선교할 맛이 안 나고, 당장 보따리를 싸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남편을 잃은 동생과 조카들을 그곳에 두고 시카고로 돌아오는 제 마음은 참 무거웠습니다. 비행기 속에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던 중, 신학교 시절 읽었던 구한말 선교사들, 특히 미국 선교사의 보고서가 생각났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게으르고, 거짓말을 잘하고, 술과 노름에 빠져있고, 좀 배우거나 가진 사람들은 축첩을 행한다. 조선인은 유순하고 예의 바르지만, 특이하게도 아편을 피우는 것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모든 악습을 다 갖고 있다.”

불과 150여 년 전의 한국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누구보다도 그 결과에 대해 잘 알 것입니다.

물론 아직도 거짓을 말하며, 중상모략하고, 헐뜯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인구 비례로 가장 많은 선교사를 보내며, 세계의 구석구석 안 들어간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한인 선교사를 배출하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1945년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이 되자마자 강대국에 의해 한반도는 분단되고, 이어 1950년부터 1953년까지는 무려 3년간이나 한국 전쟁을 겪어야만 했던 우리의 과거가 생각나십니까?

기술도, 자본도, 시장력도, 경험도 아무것도 없었던 한국이 한국전쟁을 겪으며, 남은 것마저 깡그리 무너뜨렸던 그 시기를 기억하십니까? 그나마 얼마 되지 않은 지식인들마저 적지 않게 북한으로 끌려가고, 학살당해, 인적, 지적 자원마저 말라버렸던 그때 말입니다.

온 산하가 폐허가 되었던 대한민국이, 수출액 기준 1950년 100여개 국가 중에 85위이던 한국은 1980년 26위로 뛰어올랐으며, 2020년에는 5269억 달러를 수출해서, 세계 6위에 올랐습니다. 2012년 6월 23일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습니다. 2050클럽이란 국민소득 2만 불, 국민 숫자 5천만 명 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2018년 3050 클럽이 됩니다. 다른 나라는 20-30년 걸리는 기간이 6년만에 이뤘고, 작년 2019년에는 일인당GDP가 일본을 추월했고, 2020년의 평균 임금이 일본을 앞질렀습니다. 2021년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습니다

지난 2019년 일 인당 GDP는 일본을 추월하고, 2020년에는 평균 임금이 일본을 앞질렀다. 한일 경제를 비교한 일본 NHK 방송 갈무리.지난 2019년 일 인당 GDP는 일본을 추월하고, 2020년에는 평균 임금이 일본을 앞질렀다. 한일 경제를 비교한 일본 NHK 방송 갈무리.

이런 발전은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기적입니다. 믿기지 않는 그 기적이 대한민국입니다.

정치발전 또한 기적입니다.

영국의 정치평론가 노만 테일러(Norman Tylor)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찾는 것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게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라고 혹평했다고 합니다.

일제 통치와 한국전쟁으로 피폐화된 1950년대 대한민국을 둘러보고 영국 언론인이 한 말이라지요. 그만큼 해방된 대한민국은 아무런 민주 정치 경험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 보아도 대한민국처럼 자유롭고 시민의 권리가 성장한 나라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뿐입니까? 문화는 어떻습니까? 문화 발전도 기적입니다.

기생충, 미나리와 같은 최신 영화도 있지만, 대장금, 겨울연가와 같은 드라마가 지금도 중동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싸이가 전 세계를 말춤으로 흔들어 놓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BTS, 블랙핑크 등 지칠 줄 모르는 K Pop의 인기가 계속해서 고공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코로나로 인한  K 방역까지 세계를 선도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눈부신 성장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150여 년 전부터 한국을 위해, 실망하지 않고 떡을 물 위에 그리고 한반도에 던졌던 선교사들의 노고와 기독교 정신이 한 몫을 차지한다고 믿습니다.

전도서 11:1절을 보면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분명 ‘물 위에 빵을 던지는 행위’는 그 순간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고, 경제적 투자도 없는 소망 없는 행위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네 떡을 물 위에 던지라 하십니다.

저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고난과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대한민국과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고 해서, 아프가니스탄이 한국과 똑같이 될 것이라는 평행이론을 들이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은 아무런 기대할 가치가 없는 나라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길 기다리는 것 같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걱정하는 사람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극단적이고 맹목적으로 무지막지한 행위를 저지르는 총을 들고 있는 탈레반이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 민족이지요.

복음의 수혜를 입은 대한민국과 한인 교회도 아프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그 난민을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복음과 전도에 대한 열정이 그 누구보다 뜨거운 우리 한민족이, 무슬림 국가에 선교사도 보내는데, 목숨을 걸고 탈출한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돕기 위한 고민과 사역이 우리 교회에 필요한 시점 아닐까요? 앞에서 말한 제 집안의 동생은 아직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 남아 선교 활동을 하다가 미 대사관의 지침에 따라 귀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아프가니스탄이 오늘의 한국처럼 번성하고 성장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때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을 위해 떡을 물 위에 던짐으로 우리가 살았다는 고백이 나오기를 기도하며, 그날의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니까요!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tkim@umnews.org이메일 또는 전화  615-742-5109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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