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총회 후 한인교회를 생각합니다

편집자의 말: 앞으로 6주간에 걸쳐 지난 특별총회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나눈다. 이번 주는 김정호 목사의 2019 특별총회 결과와 한인교회의 앞날, 성소수자 사역 등에 관한 생각을 나눈다. 

지난 2월 말에 모였던 ‘특별총회’ 이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상생과 공멸이라는 말입니다. 또 천만 명이 넘는 교단의 미래가 53%라는 근소한 차로 통과된 법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는가입니다.

상생의 길이란 함께 붙어있어 살 수도 있고 헤어져서도 바울과 바나바가 그랬던 것처럼 각각 제 길을 가지만 같은 일에 쓰임 받을 수 있으니 길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아니면 공멸입니다. 서로 회복이 불가능할 때까지 싸우면 그리될 것입니다.

서로 싸우면 양쪽 진영 모두 분담금을 내지 않으려는 명분을 얻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연회는 급격한 혼돈과 교세 감소가 예상됩니다. 

회사가 파산하는 것도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작게라도 자원이 모자라게 되면 그리되는 것과 같이 현재 우리 교단의 교세가 10%만 줄어든다고 해도 파산의 현상은 일어날 것입니다.

특별총회가 끝나자마자 두 가지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하나는 서부 지역총회와 독일 해외 지역총회 등이 총회의 결정에 대한 전면 거부와 투쟁을 결의한 것입니다.

<하나의 교회 플랜>이 통과되지 않음에 따른 반대 입장이 강경합니다.

이들의 입장은 미국 연합감리교회가 해외지역총회 총대들의 투표에 의해 좌지우지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문화와 지역과 인종이 포함된 교단을 법으로 지켜낸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문제는 ‘총회’를 했으면 결과에 승복해야 상식일 텐데 ‘거룩한 저항’(Holy Resistance)을 선언하는 그룹의 생각 바닥에는 어떤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거룩한 저항’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런 생각은 상대방을 ‘무너져야 할 그 무엇’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마틴 루터킹 목사의 거룩한 저항은 힘이 없는 소수들이 투쟁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은 당연히 소수이지만 <하나의 교회 플랜>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거룩한 저항’을 선언한 세력은 연합감리교단의 절대다수 기득권 세력입니다. 무엇보다 총감독회의 절대다수가 지지했습니다. ‘거룩한 저항’이 성립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교회 플랜>이 통과되지 못하고 <전통주의 플랜>이 통과되었다는 것은 현 총감독회가 상징하는 기득권 구조에 대한 ‘불신임’의 요소가 담겨 있고, 그렇다면 총감독회의 궤도수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원론적인 화해와 일치 사랑의 호소만 하는 것은 교회의 현장을 읽어내지 못했거나 자신들의 정체성을 망각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어떤 감독들은 자신이 교단 변혁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투쟁에 앞장서는 혁명가처럼 행동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감독직을 내려놓고 해야 할 일입니다.

현재 우리 교단에서 가장 큰 권세와 물적 혜택을 누리는 집단의 일원이 민초인 양 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뉴욕연회에 속한 한인교회 목회자들은 <하나의 교회 플랜>이 통과될 것을 전제하고 뉴욕연회 감독을 만나서 어떤 결정에도 감독을 지지하고 연회를 지켜내는 일에 동참할 것이니, 한인교회에 큰 피해가 오지 않도록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했었습니다.

이는 <하나의 교회 플랜>이 통과된다고 해도 분파주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것입니다. <전통주의 플랜>이 통과되었으면 <하나의 교회 플랜>을 원했던 그룹도 그렇게 해야 하나 됨과 사랑을 외쳤던 것이 위선이나 모순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의 교회 플랜>이 통과되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WCA와 같은 보수진영은 탈퇴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태도에 대해 WCA에 정직하다고 여겨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교회 플랜> 지지 그룹은 결정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교단에 남아있어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익 관계를 신앙 양심보다 우선으로 여긴다는 의심의 여지가 있습니다. 

누구라도 어떻게 특별총회 결정이 되었더라도 결정을 무시하고 계속 투쟁하겠다는 측은 마치 자기들만이 예수 잘 믿는 것처럼 생각하고, 교회가 교회다워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교단이 어려워지고 교세가 줄어든다고 해도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겠다는 정치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프리카와 필리핀 그리고 유라시아 연회대표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것입니다.

총회 결정에 대한 책임을 아프리카나 유라시아 그리고 필리핀 연회 총대들에게 돌리고 있는 일부 신학교 총장들이나 신학자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 아프리카 선교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는 <하나의 교회 플랜> 리더들의 행보에 저는 실망합니다.

‘특별총회’가 투표로 결정하려고 한 것은 정책의 의견 차이가 아니라 신앙의 신념이었습니다.

신앙의 신념은 투표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양보할 수 없는 신앙의 본질이라면 갈라서야 합니다.

상대방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겨도 문제이지만, 제거의 대상으로 여길 때는 무서운 자기 정당화가 있고, 상대방을 악의 세력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누구든 자기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통제하려고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에 정반대되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이고, 파시즘입니다. 파시즘은 역사에서 보수나 진보 모두 저지른 악행이었습니다. 파시즘은 모두 자기들의 신념을 절대화하고 자기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강제로 통제하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백인 진보 자유 진영의 인종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 교만의 뿌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한인교회는 이런 현상을 20여 년 전 ‘한인선교연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았습니다. 우리는 그들에 의해 우리 한인교회가 얼마나 쉽게 분열되는지도 경험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속한 뉴욕연회와 같은 곳에서는 더욱 한인교회들의 입지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2018년 8월 와싱톤에서 열린 평화축제에서 김정호 목사가 설교 중에 북에서 만든 십자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UMNS 2018년 8월 와싱톤에서 열린 평화축제에서 김정호 목사가 설교 중에 북에서 만든 십자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UMNS

이번에 <하나의 교회 플랜>을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아프리카나 유라시아 연회를 비난하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 한인교회에 대해서도 그런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는 불편하고 경계하고 싶은 천덕꾸러기 집단이었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밀어내야 하는 집단으로 여겨질 것이 우려됩니다. 

전투적으로 ‘특별총회’의 결정을 거부할 것만이 아니라 노골적으로 <하나의 교회 플랜>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한인교회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각 연회에서는 2020년도 총회 총대를 뽑게 될 것인데 앞으로 뉴욕연회와 같은 곳에서는 전면에 동성애 강경 지지자들 대신에 소수민족 목회자나 평신도들 가운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인교회가 분열된 것처럼 만드는 상황을 유도해 낼 것입니다.  

와중에 한인총회 내부에 한인교회연합회가 결성되었다고 합니다.

한인교회의 특수적인 필요를 위해 이런 조직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이런 조직 결성이 한인총회 전체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거나, 선언적인 강경 보수 발언을 하는 데 쓰여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한국 보수 기독교 그룹들이 신앙을 앞세워 극우 정치세력과 결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우리 한인연합감리교회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큰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한인교회가 교단 내에서 인정받는 줄 알았습니다.

이번 특별총회 이후 한인교회의 우려되는 현상은 마치 우리가 싸워서 동성애 반대 투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착각하거나, 앞으로 교단을 동성애 반대 투쟁을 통해 바꾸려는 선언적 발언들이 난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 특별총회 이후 제가 섬기는 교회 목회스텝들에게 강조한 말이 있습니다.

“총회에서 <전통주의 플랜>이 통과되었으니, 우리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동성애자들이 우리 교회를 찾아올 수 있도록 진정한 ‘열린 마음, 열린 문, 열린 생각’을 지켜내는 목회적 노력을 하자.”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한인교회들이 동성애자들을 예수 사랑으로 품어내는 교회로 열리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 한인교회 자체의 결속입니다.

한인교회연합회가 결성되었다고 하지만 연합장로교단에서 미국노회에 가입된 한인교회들이 75%이고, 한인노회에 가입된 교회들은 25%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한인교회연합회도 전체 한인교회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연합장로교단에 속한 한인교회들에서 일어나는 현상에서 보는 것처럼 동성애 이슈로 오랜 싸움 하느라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막상 교단에 남은 교회들이 무기력과 무관심의 문제에 빠졌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연합장로교단은 우리의 연회와 같은 한인노회가 있어서 주체적인 교회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기에 더욱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뱀은 현실을 분석하는 능력이고, 비둘기는 복음의 핵심을 붙잡는 자세입니다. 비둘기처럼 되는 것은 한인교회가 앞으로 더욱 ‘지극히 작은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신 예수님 말씀과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성소수자들을 포함한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이웃들을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 명령에 순종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의 교회 플랜>을 원했던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이들이 분노하고 아파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기본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아파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들의 아픔이 실제이고, 이들을 품어내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그래서 진짜 아프기 때문에 총회 결정에 대해 승복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인정해야 합니다.   

뱀처럼 지혜롭게 한인총회 결속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한인교회연합회가 조직되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자신을 지키고 지탱할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한인총회에 100%의 회비를 내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헌금은 내지 않으면서 각종 회의에 들어와서 발언을 강하게 하는 교인들이 많으면 교회가 어려운 것처럼, 한인총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단한 혁명을 이룰 것처럼 발언하면서 정작 회비는 내지 않는 교회들이 모인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당분간 ‘한인총회’라는 공동체를 지켜내야 합니다.

한인총회는 우리를 묶어주는 가장 중요한 틀입니다. 여행 도중에 목적지를 바꿀 수는 있지만, 여행의 목적지를 결정하다가 의견충돌이 일어나서 함께 가던 가족을 버리게 된다면 큰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있어 서로가 망가지고 불행해 진다면 차라리 서로를 자유케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은혜로운 결별’을 원하는 교회나 목회자들에게 길을 허용해야 합니다. 억지로 역기능적인 거대한 공룡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지닌 교단을 유지하려다가 서로 망가지고 불행해지기보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창조적 해체를 하는 것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서는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살 수 있습니다.

내가 잡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붙잡히는 교회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가 복음의 운동성과 생명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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