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섬세한 리더십으로 소통하는 도서출판kmc 사장 김정수 목사 2

(편집자 주: 이 기사는 연합감리교뉴스가 교파와 종교, 인종과 성별을 초월하여 독특한 사역지를 섬기는 사람을 심층 취재해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이 사람을 소개합니다> 시리즈 3탄으로, 부드럽고 섬세한 리더십으로 소통하는 도서출판kmc 사장 김정수 목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글 2부다.)

기독교대한감리회(Korea Methodist Church, 이하 기감)는 그간 꾸준한 교회 성장과 헌신적 선교로 큰 부흥을 이루었고, 특히 1980년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사회를 향한 선교사역도 활발하게 감당함으로써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등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이라는 복음의 양 날개를 조화롭고 균형 있게 성장시켜 왔다. 기감 내 여성 지도자들의 교단 내 활동도 그에 상응하는 위치에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 있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여성 지도자들의 활동은 점점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2022년 12월 2일 <도서출판kmc> 최초로 사장에 선임된 점이라고 여겨, 연합감리교뉴스는 김정수 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감리교가 가진 연대주의가 점점 약해지고, 개 교회주의 중심 사역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도서출판kmc>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도서출판kmc>가 매년 발행하는 가정예배서 <하늘양식>은 감리교 목사님 200여 분이 집필합니다. 개 교회에서는 그 책 표지에 교회 사진을 넣어서 해당 교회용으로 주문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매년 12월에는 교보문고 선정 베스트셀러가 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만들고 함께 사용하는 책을 <도서출판kmc>는 지속해서 출간하려 합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공교회성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스테디셀러의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감리교회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서, 따뜻한 햇살에 두꺼운 외투를 벗듯이 자연스럽게 감리교회가 연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4 가정예배서 하늘양식 광고 그래픽. 출처, 도서출판kmc.연합감리교뉴스. 2024 가정예배서 하늘양식 광고 그래픽. 출처, 도서출판kmc.

공교회로서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 <도서출판kmc>는 ‘교과서’ 같은 공동 교재를 발행할 것입니다. 감리교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감리교 교과서’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예문집>과 <교리와 장정>, 임원을 훈련하는 데 사용하는 교재인 <임원훈련교재: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웨슬리 신학과 감리교회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발행하고자 합니다. ‘교과서’ 역할을 하는 책을, 감리회 비전교회(편집자 주: 기감에서는 개척교회를 이렇게 부른다)에게는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형교회가 이를 후원하면 이 또한 하나의 연대가 될 것입니다.

<도서출판kmc>가 발행하는 <기독교세계> 역시 감리회 연대 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매월 한 권으로 묶어서 제공하는 종이책으로 또는 전자매거진으로, 각 연회와 지방회, 개체교회와 평신도 단체와 동문회의 소식을 전하고 서로가 활용함으로써 감리회의 하나 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리교 정신을 담은 사역을 위한 공과 책과 세례, 입교, 견신례, 결혼, 양육 등 감리교인을 위한 기독교 자료, 성경 공부 등을 출판하기 위해 각 연회와 지방회, 개체교회 그리고 교육국과 <도서출판kmc>가 함께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역이 있나요?

<도서출판kmc>가 감리교 출판사로서 반드시 해야 할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웨슬리와 감리회의 정신과 전통을 지키고, 그것을 시대와 세대에 맞게 연구하고 해석하여 감리교회가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생애에 따라 또 신앙연령에 따라 예배하고 예전을 행할 수 있는 자료는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365일 가정예배서인 <하늘양식>에 들어가는 ‘특별한 날에 드리는 예배안’은 신앙과직제위원회가 제공하였습니다. 선교국에 있던 ‘신앙과직제위원회’가 지난 입법총회 때 특별위원회인 ‘성직윤리위원회’와 통합되어 ‘신앙과성직윤리위원회’가 되었습니다. <도서출판kmc>는 ‘신앙과성직윤리위원회’와 교육국과 동역하여 예배안과 예식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예식과 예배자료를 개발하여 감리교 예배자료로 발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교재와 책자를 활용하고 보급하기 위해서, 또 더 좋은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연회와 지방회를 통해서 온/오프라인 세미나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이와 별도로, 웨슬리 설교를 가지고 교재화하는 작업을 웨슬리 전공 교수들과 논의 중입니다. 2023년에 <부활50>이라는 ‘부활절기 묵상집’을 출판했습니다. 이제까지는 대림절과 사순절만을 절기로 지냈는데, 앞으로는 모든 절기를 웨슬리 설교로 묵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실력 있는 출판사라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즉 베스트셀러를 위해 명망 있는 저자를 확보하고 질 좋은 출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영적 측면과 교회와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신학과 철학 서적을 출판하는 교단 출판사로서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출판kmc>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수익성을 확보하는 경영을 해야 지속 가능한 출판사가 되고, 신학과 철학을 말하는 책들이 있어야 감리교 출판사라는 존재론적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 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편집자, 마케터, 경영지원팀으로 구성된 출판사 직원에게 달려 있습니다. 직원들의 능력을 개선하고 더 발휘하도록 할 것입니다.

편집자는 독자가 원하는 바를 알고, 저자가 가지고 있는 저력을 알고, 통역사나 중매인처럼 독자와 저자가 소통하고 연결할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하지요. 마케터는 독자의 필요를 찾아내어, 그 책과 연결해 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독자에게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자극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영지원팀은 편집자와 마케터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살림살이를 잘해야 합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이렇게 출판사 직원들 각자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 과제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편집자의 역량을 넘어서는 ‘파워 저자’를 확보할 것입니다. 일단 ‘좋은 책’을 한 권 잘 만들고 널리 알리면, 그다음 책도 가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기독교세계>에 연재된 김기석 목사님의 글을 모아서 <특별한 빛을 보내오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발행했습니다. 책의 부제가 ‘김기석의 그림 읽기’입니다. 그 책을 보고 다른 ‘파워 저자’인 목사님이 시리즈를 이어보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좋은 책이 하나 나오면 계속 대중적으로도 관심을 끌 책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도서출판kmc>의 장점 중 하나는, 교단 출판사이기에 신학대학 교수님은 물론이고 다양한 현장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이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떠오르는 저자들과도 접촉하고 있습니다. 학위 논문이나 신학대학 강의안 중에서 시대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물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글을 조금 더 쉬운 언어로 정리해서 대중에게 소개할 것입니다. 또 감리교인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회나 지방회 등의 행사나 모임을 통해 독자들을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할 것입니다.

2023년 5월 5일 테네시주 내쉬빌에 소재한 다락방(The Upper Room) 본부를 방문한 <도서출판kmc> 사장 김정수 목사는 다락방 CEO인 킴벌리 오르 목사를 방문하여 업무 협의를 논의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2023년 5월 5일 테네시주 내쉬빌에 소재한 다락방(The Upper Room) 본부를 방문한 <도서출판kmc> 사장 김정수 목사는 다락방 CEO인 킴벌리 오르 목사를 방문하여 업무 협의를 논의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약간 방향이 어긋난 면이 있는데, 여성 사장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요? 또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여성 정책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거나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취임 초기에 아시아감독회의가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사모님 좌석’에 앉으라고 안내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감독회장님이 저를 임원석으로 불러주셔서 당황스러운 순간을 모면(?)했습니다. 그 뒤에도 몇 차례 여성으로 ‘분류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출판사 대표 중에는 여성 사장이 많고, 출판계에는 여성 임직원이 비교적 많습니다. 그래서 출판사 대표로서 여성이라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는데, 감리회 임원으로 서는 자리에서 의심인지 관심인지 모를 시선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여성 임원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며 반갑게 인사하는 분도 많습니다.

지난 제35차 입법총회 때, 각국 위원회에 여성위원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법안이 신설되었습니다. 감리교회의 자랑으로 웨슬리 정신에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칫 묻힐 수 있을 소수 의견까지 수렴하고자 하는 감리교회의 건강한 노력으로 여깁니다. 이제까지는 여성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적었고, 그래서 단체장으로 또는 각 위원회에서 여성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매우 적었습니다. 앞으로 여성 리더십이 더 많이 등장하게 되면, 경청과 부드러운 화법의 친화력으로 구성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감리교회 모두가 성숙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사역자로서 각 교회와 연회 그리고 목회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에는 교회 간판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를 떼고 교회 이름만 써놓아야 목회가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감리교회라는 것을 밝히지 않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든지 간에, 그런 시대라면 감리교 목회자는 더욱더 감리교 교리와 정체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감리교회의 영적 성숙도는 감리교 목사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주저함 없이 목회자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문제 해결은 목회자 대신 변호사가 하는 것 같습니다. 목회자가 존중받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교회가 목회자를 예우할 때도, 마치 병중에 있는 부모를 대하듯 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까지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자세로 큰 기대 없이 평안하시기를 바라면서 돌봐드린달까요. 예의 바른 교우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일지는 모르나, 목회자에게는 예언자나 선지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음이 세상의 기준에게 밀려나는 것 같은 혼란스러운 시대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목회자는 더욱 하나님 말씀의 중심을 잡고 ‘이 시대에 주시는 복음’을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묵묵히 하나님의 말씀을 더 읽고 연구하기, 잠잠히 더 기도하기, 보이지 않아도 더 사랑하기, 그렇게 하나님이 일하시길 기다리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서출판kmc>는 목회자가 연구하는 ‘그 자리’가 되고 싶습니다. 목회자와 함께 책을 만들 것입니다. 성경을 잘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책을 만들 것입니다. 웨슬리와 우리 감리교회를 쉽게 알 수 있는 책을 만들 것입니다. 감리교회가 하나 된 공교회로 연대하고 있음을, 서로를 돕고 세우고 함께하고 있음을 알리는 월간지를 만들 것입니다.

독자들과 감리교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 자리를 빌려 말씀해 주세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책보다는 영상을 보는 시대이고,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기보다는 비대면으로 짧게 문자를 주고받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읽고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생각하고 되새기고 상상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적어졌습니다. 교회에서도 긴 호흡으로 서로를 만나고 듣고 알아가고 경험하며 관계를 맺으며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어려워졌습니다. 모두 짧은 호흡으로 숨 가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세상의 흐름에 맞지 않아 보이지만,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을 알고 실천하려면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간다 해도 우리 감리교회는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는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세상의 풍조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하나님의 뜻에 집중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짧은 정보가 아닙니다. 정보로 입력한다고 사랑이 가능한 게 아닙니다. 성경이 두꺼운 이유는, 하나님의 약속이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 왔고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에서 하나님이 나타나셨는지, 그 사랑 이야기를 내가 이해할 때까지 말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겔은 세상 뉴스가 종교를 대체한 시점부터를 현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반복적인 뉴스가 이념처럼 내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시대라는 겁니다. 쏟아지는 뉴스가 종교가 되는 시대에,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성경을 좀 더 열심히 읽고 책을 많이 읽읍시다. 작년보다 한 권만 더 읽읍시다. <도서출판kmc>는 좋은 책을 만들겠습니다. 그 책 한 권에 담긴 글쓴이의 긴 시간을 긴 호흡으로 들어봅시다. 앞으로 5년이 한국 감리교회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이 골드타임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중심을 잘 잡아봅시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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