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교회가 부사역자들에게 그들이 가진 달란트나 은사와는 상관없이 젊다는 이유를 들어 어린이 사역, 청소년 사역, 청년 사역을 담당하게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부모의 손에 이끌리어 부모가 출석하는 교회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출석하지만, 청년들의 경우는 자신들의 신앙과 삶을 이끌어줄 사역자와 신앙공동체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부사역자라고 모두 청년 사역에 대해 열정과 철학 그리고 달란트나 은사를 갖춘 것은 아니며, 설령 그런 은사를 가졌다 할지라도 학업 과정에 있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한 교회를 섬기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학업을 마치거나 안수를 받게 되면, 파송을 받아 교회를 떠나게 되어, 새롭게 파송된 사역자는 처음부터 다시 사역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청년들만을 위한 전임 사역자를 두고,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청년 사역을 하기에는 한인 교회들의 재정적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 상황을 생각해 볼 때, 한인 교회의 청년 사역을 위한 답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이하 제일교회)는 유급 사역자를 초빙하는 대신 청년 사역에 소명과 비전을 가진 헌신된 자발적 평신도에게 사역을 맡겼다.
제일교회는 1923년 9월에 중북부의 첫 한인 교회로 창립된 이래,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민 사회의 영적 버팀목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교세가 주춤해졌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청년부는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부흥과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 교회 역시 담당 목사나 전도사와 같은 사역자가 떠나면 청년 그룹이 와해되기를 반복하면서, 사역의 지속성과 연속성이 없어졌고, 급기야는 2015년 청년부가 거의 해체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12년 당시 청년 담당 사역자였던 유태민 목사는 사역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위해 당시 우진호 권사(현재는 장로로 섬김)와 우승윤 집사를 평신도 도우미(helper)로 섬기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12명이었던 청년부는 약 1년 반 후, 유 목사가 교회를 떠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 목사의 뒤를 이어 신학 박사 과정을 밟던 목사가 새로운 청년부의 담당 사역자가 되었지만, 시간적 제약으로 청년들과의 관계 형성에 애를 먹었고, 2015년엔 청년들이 다 교회를 떠나고 한 명만 남아 청년부의 존폐를 위협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우진호 장로는 2015년 9월, 평신도 설교자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 시카고 근교인 에반스톤에 위치한 개렛복음주의 신학교의 전도학 과목을 수강하고, 다음 해인 2016년 9월부터 적극적으로 사역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장로는 사역 시작에 앞서 다음과 같이 다짐했다고 한다.
“청년 사역을 목사님에게만 의존하고 맡기면 사역의 지속성은 없어진다. 나는 제일교회 청년부를 끝까지 지키겠다.”
우 장로는 2016년을 잃어버린 양들을 다시 찾는 시기로 삼고, 자신의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교회를 떠났던 청년 대학생들을 일대일로 접촉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밥을 사주면서 우 장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나의 역할은 청년들에게 나의 신앙을 고백하고, 신앙 상담을 해주며, 밥을 사주는 것이었다. 밥 사주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모습에서 청년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느낀다.”라고 우 장로는 말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서 밥을 사준다는 것은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식사는 곧 관심의 표현이자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디딤돌이라고 강조했다.
우 장로는 제일교회 청년 사역이 성장하고 부흥하는데, 송하얀 집사의 헌신과 노력이 컸다고 말했다.
2015년 당시, 청년부에 홀로 남아 있던 송하얀 집사는 그때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교사의 자녀인 저에게는 시카고에 선교사로 보내졌다는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니, 오빠들이 다 교회를 떠나도 홀로 청년부에 남아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 당시 청년부에는 저와 우 장로님 내외뿐이었습니다.”
우 장로는 시카고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송 집사에게 그가 청년부에 바라는 위시리스트(wish list)를 묻고, 그 일을 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위시리스트에는 “청년부 단체 티셔츠 만들기”, “청년부 수련회 가기”, “청년부 성경공부하기” 등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결론을 이야기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청년부 사역은 송하얀 집사와의 기도회를 필두로, 3명이 참석했던 청년부 예배와 제자반 성경공부로 이어졌다.
송 집사는 학교 친구들을 교회로 인도했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었으나 그럴 기회가 없어 영적으로 갈급했던 청년들이 뒤이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결국 3명으로 시작했던 청년부 사역은 모인 친구들이 자신의 친구들을 데려오면서, 2017년부터 제일교회 청년부는 질적 양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송 집사는 그 성장의 원동력이 소그룹 제자 훈련에 있다고 말하며, 그 사역을 이렇게 설명했다.
"예수님의 사람 제자 훈련은 그리스도의 제자 삼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었습니다. 청년들의 신앙생활이 제자반 전과 후로 나눌 정도니까요. 이 시간을 통해 청년들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깨달았으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과 같은 신앙의 동료들과의 동행하는 삶의 깊이를 배움으로 삶이 180도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송 집사는 제일교회의 또 다른 중요한 사역을 “라이드팀(Ride Team) 사역”이라고 말했다.
“다운타운와 서버브에서 학교에 다니는 친구 중에는 차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교회에는 그들을 위해 매 주일 3시간씩 운전하며, 이들을 픽업하고 또 데려다주는 라이드팀이 있습니다. 감사한 것은 라이드팀으로 차를 운전하는 친구들도 너무 힘들어하지 않고, 또 차를 타는 사람들도 미안해하지 않았던 점입니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많은 대학생이 다운타운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우리 교회로 예배하러 오고, 주일마다 교회의 밴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제일교회 청년부 부회장인 송아해는 제일교회에 출석하기 이전에는 자신에게 영적인 갈급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저에겐 영적인 갈급함이 있었는데, 어느 곳에서도 저를 비롯한 우리 청년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곳이 없었을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관심을 두는 데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일교회에 참석하기 시작한 후, 기도회와 성경공부 등을 통해, 하나님을 비롯한 이웃들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성경 말씀을 삶에 적용시키는 훈련과 나눔이 가능한 공동체를 통해, 저의 갈급함은 말끔히 해소되었습니다.”
청년 송아해는 또한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수련회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고 고백했다.
“저는 2020년 처음 수련회와 제자반에 참석하면서, 제 쓴뿌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가시를 세우고 상처를 입히던 것들을 깨닫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저는 저를 짓누르던 상처들과 관계들을 회복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줄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일교회 청년부는 이제 더 이상 청년 1명이 아니다. 매년 20여 명이 직장과 학교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지만, 그들과 작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새로운 지역으로 파송하는 것이고, 새로운 청년도 매년 30여 명씩 등록하여,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 청년까지 약 50명 이상이 모여 활발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다.
우 장로와 청년들이 이구동성으로 고백하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청년부의 부흥의 비결은 헌신된 평신도들과 그들의 리더쉽 그리고 제자 훈련이다.
우 장로는 제일교회 청년들의 소그룹은 존 웨슬리가 했던 속회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헌신한 그리스도의 제자 100명을 세워서 시카고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담대한 소망을 가슴에 품고 사역한다고 덧붙였다.
“성경 말씀이 삶에 배어나와야 하는데 성경 지식만 쌓이는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에 교회의 능력이 안 나타난다. 기존 교회의 속회는 한 달에 한 번 밥 먹는 모임이지 아무런 구속력도 책임감도 없는 친목 모임이었다. 우리 제일교회 청년부 소그룹은 그 친목 모임에서 더 나아가 제자를 세우고, 시카고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소망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이제 결혼하여 새 가정을 꾸린 후 청년부 사역 도우미로 섬기고 있는 송하얀 집사가 다른 교회를 섬기는 사역자들을 향해 권면한 것은 거룩한 소명을 잃지 말라는 말이었다.
“일을 잘 하려려는 욕심으로 세상적인 방법을 따르다가 동역자의 영혼을 잃지 마세요. 세상 사람들은 진정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모습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목적을 잃지 마세요. 젊은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세상의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입니다.”
김응선 목사는 연합감리교뉴스의 한국/아시아 담당 디렉터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tkim@umnews.org로 이메일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