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글은 아프리카 잠비아를 향하던 정희수 감독과 나눈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연회를 마치고, 피곤하실 텐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위스컨신 연회는 잘 마치셨나요? 여러 이슈로 마음의 부담이 있으셨을 줄 압니다. 연회를 마치신 심정이 어떠신가요?
2022년 연회는 제가 감독으로서 맞는 18번째 연회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연회의 회의를 주재하고 사회하는 감독의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기에, 연회를 앞두면 여전히 긴장됩니다. 그래서, 기도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연회에 임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연회는 그 시작부터 서로 간의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이지요.
그간 우리는 여러 이슈를 다루어 왔는데, 이번 연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주제는 총기 폭력(Gun violence)과 낙태(abortion)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감독으로서 저는 이런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쟁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구성원들의 악기와 그들의 소리가 모두 다름에도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의사진행 해야 한다고 믿고 연회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종국에는 성령께서 화음으로 조율해 주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우리 연회에 속한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였던 일이 가장 소중했습니다. 함께 모여 서로의 얼굴도 보고,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교제한 것은 참으로 귀하고 감사한 일이었지요.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100% 대면으로 모이지는 못했지만, 하이브리드 형식으로3분의 2는 그린베이에 있는 케이아이컨퍼런스센터(KI Conference Center)에서, 나머지 3분의 1은 줌 웨비나(Zoom Webinar) 형식으로 모였습니다. 회의는 GNTV와 계약하여 진행했는데,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회의장에서는 안전을 최선으로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mask-mandate)했으며, 악수와 포옹 대신 경례를 하거나 두 손을 모아 인사하는 것을 권했습니다. 또한 PC나 iPhone을 사용한 투표 방식은 회의를 진행하는 저 역시 어색했지만, 은혜롭게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인내하며, 이겨내고, 함께한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코로나로 미국에서만 백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있었고, 최악의 총기 폭력과 전쟁이 공존하는 이때에 연합감리교인들이 함께 모인 그 자체로 감사가 넘쳤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랜 기간 형제 교회로 자매 연회가 된 한국 동부 연회의 감독님 일행이 참석해주셔서 더욱 힘이 되었습니다.
연회의 안건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연초에 저는 위스컨신 연회에 다양한 그룹의 대표들과 책임자들을 모아 교단 탈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실행위원회(disaffiliation task force)를 구성했고, 그 위원회가 지난 2019년 특별총에서 입번한 교단의 새 법인 장정 ¶ 2553을 통해 교단을 탈퇴할 수 있도록 해당 교회들을 위한 상세한 절차와 가이드라인을 연회에서 채택하였습니다.
저는 늘 교회는 일치가 생명이고, 서로 다른 입장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를 이루어 가는 곳이 교회라 믿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교회를 꼭 떠나야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성소수자(LGBTQA+)들의 입장에 대한 신학적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말이나 업신여기는 일 대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力說)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정당한 절차를 연회 차원에서 합의를 통해 규정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기에, 저는 그 논의 과정이 영적인 분별력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 있는 공개적이고 합당한 절차를 거치도록 그 과정을 권유하였습니다.
교회도 구성원들이 모두 전적으로 한마음이 될 수는 없지만, 저는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보복적인 절차를 밟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그 문제들에 대해 많이 기도하며, 내 자신의 입장을 비우고, 양측이 정당한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믿으며,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긴장했지만, 그 과정에 거룩한 대화와 합의의 장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위스컨신 연회 내에서 탈퇴에 관한 절차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결정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위스컨신에서는 비교적 소수의 교회가 그 가능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회의 행정을 반대하거나 교단의 정책에 만족하지 못한 교회들이 일단 독립 교단이나 새로운 감리교회로 나가려고 하고, 동성애 문제에 아주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전통적인 교회들은 자신들이 소외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가려고 하고 있지요.
교단 탈퇴에 관한 법안인 장정 ¶ 2553는 2023년 말에 소멸하는 한시적인 법안이지만, 모든 재정적인 부담과 공동체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2023년 연회까지 표결하여 마무리할 수 있으니, 무리하지 않고 적정의 책임과 결의를 요구한 합리적인 법안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닙니다. 지체인 우리 중에 한 지체만 아파도 다 같이 아프기 마련인데 이런 논의가 어찌 쉬운 일이겠어요.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생각하는 신학적인 이해를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교회의 역사는 영적인 운동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이루어 왔고, 지금의 연합감리교회가 그런 영적인 갱신운동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갱신은 자신의 내적인 갱신으로부터 일어나야 하며, 영적인 자기 성찰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저 또한 교단이 현대 인간의 삶과 구조적인 요구에 온전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파송 제도 역시 아름다운 전통이지만, 완전한 제도가 아니어서, 감독으로 일하면서 그 모순과 한계에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신학적인 합의를 위해서도 모두가 같은 신학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전제하지 않았기에, 존 웨슬리는 다양성 속에서 일치(Unity in Diversity)를 강하게 호소하였을 뿐 아니라, 교단 분리에 대해 매우 완고하다 싶을 정도로 웨슬리는 감리교인들에게 일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하였습니다.
바울의 말처럼 우리는 성령께서 여시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하나님의 신비를 담보하고 나아가는 청지기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바로 그 신비로 우리들의 입장을 겸손히 주님께 접붙이고, 서로 다른 지체와 하나 되어 복음을 세상에 펴나가라는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어디서든 주는 하나요, 믿음도 하나라는 고백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한인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는 어떤 권고를 하실 수 있는지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연합감리교회는 저에게 떼어낼 수 없는 정체(identity)이며, 진지한 합리성을 전통으로 한 신학적인 자리가 되었기에, 연합감리교회의 신학과 전통을 무시하고 배타적인 길을 나설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저는 어떤 공동체나 그 공동체가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와 사회의 모든 조직을 존중합니다. 또한 그것이 제가 그 일원으로 섬기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와 마찬가지로, 한인 교회도 기도와 영적인 분별력으로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선택하며, 교회가 처한 상황과 주변을 모두 살피고, 지금과 미래 세대를 포괄하는 생명의 길을 선택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40여 년간, 우리 연합감리교회로부터 열린 기도와 애정어린 투자를 많이 받은 한인 교회이니, 우리도 우리의 사랑과 선교적 협력이 필요한 다른 소수자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 강하지만, 탈퇴를 경청하고, 적법하게 길을 택하고자 하는 교회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인목회협의회(Korean Ministry Plan)이 지속적으로 한인 공동체와 교회의 미래를 성숙시켜 가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한인총회를 복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은 한인총회로부터 한교총이 출발하면서, 우리 중에 의도적이든 아니든지 간에 소외된 지체가 생겼다는 반성의 소리이며, 또한 타인종목회자와 여성목회자 그리고 넥서스와 한인 다세대/다문화 공동체 등 다양해진 한인 공동체를 포괄하고, 한인 공동체 전체의 힘을 모으려는 열망과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가 비록 한인 교회 공동체가 다양성을 가지고, 많이 성장한 현실에서 불거져 나왔더라도, 그 안에서 더 큰 굴레로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로 인내하며 신앙의 성실성(integrity)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함께 가기 위해 서로 사랑으로 기다려주는 것이야말로 영적인 그리스도인들이 행해야 할 가치이며,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요구되는 점입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나눈 것 같은데, 감독님의 일상의 사역 가운데 가장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나누어 주십시오.
아무래도 지도자들을 세우는 일이 최고의 기쁨이겠지요. 특히, 부름받고 훈련받은 리더들의 은사와 능력을 교회를 위해 마음껏 쓰도록, 배려하고 그 문화적인 환경을 만들고, 그로 인해 많은 젊은 후배들이 지도자로 세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첨언하고 싶은 것은 위스컨신 연회 안에서 인종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연회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체 교회에서까지 인종적인 정의를 실천하도록 분위기로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개체 교회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교회 성장을 돕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결과, 위스컨신 연회 내에서 교차 인종과 교차 문화적 파송이 전체 파송의 49%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는 백인이 91%에 달하는 위스컨신 지역에 새로운 바람과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지요.
저는 교회를 갱신할 수 있는 방법에, 새 교회를 지속적으로 개척하는 일과 교회가 인종적 정의와 평등(racial justice and equality)에 눈을 뜨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일에 하나님의 눈길이 머물러 계신다고 믿고 따라갑니다.
보이는 조직 교회 너머에, 보이지 않는 우주적인 교회, 성령의 교회가 있으니, 조직에 허물이 많아도 말씀과 한 성령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희망을 품고 영생을 꿈꾸는 것 또한 소중한 일입니다.
이번 여름에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른 새벽 산티아고 길에서 우연히 김 목사님을 만난 것이 벌써 7년이 지났네요. 가을이 되면 연회가 바빠지니, 지금밖에 시간을 낼 수 없어, 40일 영적 갱신(spiritual renewal)을 위해 잠시 길을 떠납니다.
김 목사님도 다녀온 길이니 아시겠지만, 그냥 광야 길에 몸을 던지고,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기대고 싶습니다. 스바냐 3장 17절,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라고 하신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의 거룩함과 조율하고 싶기도 하고요. 한 여름이라 더위가 걱정은 되는데 그리로 발이 갑니다. 제 처인 정임현 목사와 함께 가는데, 순례길을 탈 없이 걸으며, 땀 흘리고, 자기 비움의 기도를 선물해주시길 구하며, 더 깊은 자리로 가고 싶은 갈망을 순례길에 맡겨 봅니다. 기도해주세요.
한인교회 지도자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그것으로 대담을 마칠까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고 주되신 예수를 찬양하며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가 있어 행복하지요. 이민 생활 속에 예수께서 계심으로 우리의 존재가 변화되는 것을 경험하고, 의지할 성전도 있으니, 우리는 복 받은 사람들입니다.
통계적으로, 미국 내 그리스도인의 수가 50% 미만으로 격감한 지금, 우리가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고 믿는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지요. 점차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소수가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이런 지금의 미국 현실에서 교회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화이트니스(whiteness, 편집자 주: 백인 특권화와 백인 표준화 normalize를 의미하는 말)의 독점적인 편견을 넘어, 인종차별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교단이 당면한 분리주의도 그 백인 기독교(White Christianity)의 마성과 어두움에 대한 비판을 통한 극복 없이 맹종하다 보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진 감리교적이고 웨슬리안적인 신학의 정통성에서 멀어지는 과오를 범하게 됩니다.
미국 사회가 폭력과 혐오 그리고 차별로 인해 병이 깊어져, 이제는 삶의 안전마저 위협받는 현실에서, 그리스도인 즉 예수의 사람이 되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질문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주님께서 우리를 더욱 나은 세상으로 개조해 나가라고 부르시며, 특별한 책임과 헌신을 요구하신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감리교인으로 서로를 염려하고,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를 위해 정의와 자비를 실천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잡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한 지체임에 감사합니다.
한 전통과 유산에 속해 연합감리교인으로서 함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행복합니다. 혹시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게 되더라도, 동역과 우정의 관계는 끝까지 가져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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