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종 목회 현장에서 효를 재조명하다

(편집자 주: 연합감리교뉴스는 교단 내 이슈에 대한 다양한 논평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논평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며, 연합감리교뉴스의 의견이 아닌 필자 개인 의견이며, 연합감리교뉴스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을 담은 글을 환영합니다.)

오정선 목사, 제공, 오정선 목사.오정선 목사, 제공, 오정선 목사.

이 글은 타인종 목회(다인종 및 다문화 사역) 목회자와 회중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썼다. 두 가지 다른 문화, 즉 유교와 백인(Anglo) 개신교 문화 간의 대화와 상호 이해는 타인종/다문화 목회를 강화하고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본인은 이 글에서 다음 세 가지를 논의하겠다. 첫째, 효도를 타인종 목회 현장에서 교인들에게 소개하고, 교회 프로그램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둘째, 효도와 추석의 관계성, 그리고 추모 예배를 다뤘다. 셋째, 한국과 미국의 효도(의무)법을 논의하였다.

들어가면서:  한국인의 정서, 불효자는 웁니다. 

한국인은 노래하기를 좋아한다. 기쁠 때도 노래하고, 슬플 때도 노래한다. 1940년에 작곡된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는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중 하나였다. 이 노래에는 한국인의 마음과 영혼이 담겨 있는데, 이 글의 주제인 효도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효심을 절절하게 표현해 인기가 있었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효도를 학교나 다른 사회 기관에서 배우기 이전에 그들의 가정에서 배운다. 부모의 삶 자체가 가정에서 자녀를 교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커리큘럼이다. 한국 유교-기독교인으로서 나는 효도를 나의 신학, 목회와 연결해, 어떻게 신학을 하며 목회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한다.

첫째, 타인종 목회 현장에서 효도 프로그램 시행 사례를 살펴보자.

본인이 목회하는 미국인 교회에서 시행한 효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첫째, 지난 6월 교회 뉴스레터(주간소식지)에 3주에 걸쳐 한국인이자 유교-기독교인 목사의 입장에서 효도를 소개했다. 유교의 효도는 서구 세계(미국, 유럽 포함)의 효도와 어떻게 다른지, 유교의 핵심 개념은 무엇인지 등을 주제로 연재하였다. 내 글을 읽은 백인 교인들이 관심을 갖고 질문도 해 그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놀라운 건 대다수 교인들이 미국에 효도(의무)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메인(Maine)주에는 효도(의무)법이 없다.

둘째, 올해 6월 말에 90대 교인 세 분을 여름 랍스터 파티(Summer Time Celebration of Nineties with Lobster)에 초대하여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는 ‘당신은 무엇을 감사하면서 살아가는가?’였다. 이분들 모두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일상생활을 한다. 또한 지팡이나 다른 보조 기구를 이용해서 걷고 활동하고 있다. 세 분이 교회를 섬겨온 햇수를 더해보니 무려 200년이 넘었다. 나는 인사말에서 이 파티는 우리 교회와 목사가 당신들에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하였다. 이분들 모두 교회와 목사에게 감사했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림으로써 파티를 마쳤다.

두루알리미 광고 박스 이미지 연합감리교뉴스에서 제공하는 주간 e-뉴스레터인 <두루알리미>를 받아보시려면, 지금 신청하세요.

7월에는 주일학교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 조부모를 초대하여 여름 파티를 진행했다. 주제는 ‘나는 무엇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가?’였다. 나는 인사말에서 이 파티는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교회 어르신에게 감사하는 태도를 알려주기 위해 열었다고 말하며 효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였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본인이 무엇에 감사하는지를 제법 명쾌하게 대답하였다.

8월에도 같은 주제로 80대 교인들을 여름 파티에 초대해서 피자와 가정에서 만든 파이, 후식을 함께 나누었다. 인사말에서 이 파티는 우리 교회와 목사가 당신들에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이 파티를 주관한 교회와 목사에게 감사했다.

셋째, 9월 8일 주일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교회에 오는 주일’이라는 주제로 전 교인이 함께 예배드리고 잔치를 했다. 주제는 효도이다. 나는 교회 주일학교 교사, 예배부, 친교부와 협력하여 예배와 잔치를 계획하고 실행하였다. 주일 예배 중에 주일학교 학생들이 교회의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 지은 시를 읽고 그들에게 감사했다. 예배 후에는 전 교인이 친교실에서 함께 바비큐 파티를 했다. 햄버거, 치즈버거, 핫도그와 간식 그리고 후식을 먹으며 효도의 의미, 즉 효자 예수처럼 하나님께 효도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효자 효녀가 되기를 기도했다.

둘째, 효도와 추석의 관계성이다.

한국인은 가족 간의 결속과 화합을 중시하며 살아간다. 지난 수십 년 사이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는 서구 사회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한국에 살든지 혹은 디아스포라(diaspora)로 외국에 살든지 상관없이 가족 간의 화합과 결속을 때로는 가족 개인의 권리나 행복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산다. 한국인이 추석, 즉 한가위(음력 8월 보름)에 고향을 찾는 근본적 이유는 유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족의 결속, 그리고 효도를 실천하기 위함이다.

한국인은 추석에 민족 대이동을 한다. 한국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추석 연휴에 약 4,000만 명이 이동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이동했다는 의미다. 그런 한편 2023년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한국인은 2022년에 비해 3배로 늘어났다. 참고로 2023년 말 한국 인구는 5,133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추석에 취업이나 결혼을 이유로 서울을 비롯해 다른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자녀들과 함께 고향의 부모와 고향 땅에 묻혀 있는 조상의 묘소를 방문한다.  

미국에서는 2023년 추수감사절 연휴에 약 5,500만 명이 이동했는데, 이는 2023년 말 미국 인구 약 3억3,600만 명의 16% 정도가 이동한 것이다.

조상 숭배는 1784년 한국에 로마 가톨릭이 전래된 이후 천주교인에게는 생사가 걸린 난제였다. 예를 들면, 가톨릭이 전래된 첫 100년 동안(1784~1884)에 1만 명이 넘는 한국 천주교인이 조상 숭배, 제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박해받고 순교했다. 많은 근본주의적 한국 기독교인들은 조상 숭배를 우상 숭배로 간주해왔다. 그와 함께 요즘 대부분의 한국인 기독교인들은 제삿날에 제사상 앞에서, 그리고 추석에 차례상 앞에서 기일을 맞은 부모나 선조에게 절을 하지 않는다. 즉 조상 숭배를 하지 않는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조상 숭배 대신 추모예배를 드린다. 그러므로 추모예배는 살아 계신 부모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선조들에게 효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즉 효를 실천하는 의례로 여긴다. 한국인 기독교인들은 추모예배를 통해 돌아가신 선조, 부모, 형제, 자매, 그리고 하나님과 연결된다.

사진 출처, YTN.사진 출처, YTN.

셋째로, 한국과 미국의 효도(의무)법에 대해 논의한다.

미국의 30개 주에 일종의 효도(의무)법이 있다. 효도법은 대개 성인 자녀에게 가난한 부모나 다른 친척을 부양할 의무를 부과한다. 효도에 관한 법률과 그 집행은 주마다 매우 다르다. 미국의 11개 주에서는 효도법을 집행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다른 주들은 효도법을 집행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내가 사는 메인주는 효도법을 시행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효도법을 집행하는 주는 펜실베이니아주이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유사한 효도법을 갖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싱가포르는 각기 다른 효도법을 시행한다.

한국은 효도법을 시행하지 않는다. 아마도 많은 한국인이 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효도를 실천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현지 여론조사 기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75% 이상의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유산을 물려받을 받을 경우 반드시 성장한 자녀가 노부모를 재정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돌볼 것을 의무화하는 법적 문서인 “효도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미국에서 효도법이 널리 시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에게 제공되는 메디케이드(Medicaid)와 같은 연방정부 프로그램이 주정부에서 신청자 자격 여부를 결정할 때 배우자 외의 다른 사람의 재정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메디케이드는 미국의 국민 의료 보조 제도로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재정을 보조하고 운영은 주에서 맡는데, 미국의 의료 관련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십수 년간 미국에서 노인을 돕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예산 부족으로 계속 파산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에 대한 효도를 법적으로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마무리하자면, 한국인 목사들은 타인종 목회지에서 교인들과 나눌 수 있는 많은 목회적 자산을 갖고 있다. 효도는 그중 하나이다. 첫째로, 목사가 기도하면서 교인들과 의논하여 교회 현실에 맞는 효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천하면 목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로, 한국인이 추석에 고향을 찾는 근본적 이유는 유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족의 결속 그리고 효도를 실천하기 위함이다. 한국인 목사가 백인 교인들의 추수감사절에 경험하는 기쁨과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목사는 한국의 추석과 추모예배에 대해 백인 교인들에게 소개하는 것 역시 효도와 관련하여 교인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로, 효도(의무)법이 교회가 위치한 주에 있는지, 왜 필요한지 등에 대해 교인들과 대화를 통해 목사(유교-기독교적 유산을 갖고 있는 한국인 목사)와 백인 교인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관련 시리즈 기사 보기

한국 기독교인은 기독교 예복을 입은 유교인이다

오정선 목사는 한국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에모리대학교 캔들러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 학위를 받고, 보스턴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 박사는 (트라우마 전문) 영성 지도자이며 국제영성지도자협회 회원이다.

연합감리교뉴스에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또는 전화 615-742-5109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사회적 관심
제임스 티소 작, 포로들의 대이동. 출처 Wikimedia Commons.

동성애에 관련한 나의 신학 여정 1

이성호 목사의 동성애에 관련한 신학 여정 1부로 이글에서 저자는 “동성애에 관한 성경의 규정들은 바빌론 유수로 잡혀간 이들이 민족의 존폐라는 위협 속에서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동성애에 관한 관심이 아니라 민족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음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섬김으로의 부르심
이순영 목사가 2024년 10월 7일 로스앤젤레스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한인총회 개회 예배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응답한 부르심’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Thomas E. Kim)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하나님의 은혜에 응답하다

한인총회 개회 예배에서, 샌디에고 한인연합감리교회를 섬기는 이순영(Andrew Lee) 목사는 하나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신 “젠틀한 초청”을 받고, “Here I am Lord.”라고 응답했던 경험을 통해 받았던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했다.
개체교회
철학과 영성을 전통적인 중국 배경 속에서 융합한 일러스트. 이미지 출처, chatgpt.com

유교는 종교인가, 사회윤리인가?

오정선 목사는 유교에 영성과 종교성이 있는가, 아니면 유교는 단순히 사회윤리에 지나지 않는가에 대한 견해를 소개한다.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is an agency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2024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