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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선 목사, 사진 제공, 오정선 목사.
유교는 영성과 종교성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사회윤리에 지나지 않는가? 유교를 단지 사회윤리 차원이 아니라 심오한 영성 혹은 종교성으로 이해하는 것은 타인종 목회 현장에서 일하는 목회자와 백인 회중 사이의 상호 이해와 대화에 매우 중요하다.
본인은 이 글에서 유교를 영성과 종교성을 갖고 있다는 입장과 영성과 종교성 특히 초월성을 결여한 사회윤리라고 보는 두 가지 입장을 소개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전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유교의 영성과 종교성을 강조하는 유교 철학자이자 비교종교학자인 투웨이밍(杜维明 Tu, Wei-ming)의 입장을 소개한다. 두 번째로 유교를 종교성 특히 초월성이 결여된 하나의 사회윤리로 본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와 미국의 로버트 벨라(Robert Bellah)의 입장을 소개한다. 세 번째로 왜 막스 베버와 로버트 벨라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유교의 영성 혹은 종교성의 핵심을 소개한다.
첫째, 유교의 고유한 영성과 종교성을 동서양에 알리면서 유학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선도해 온 세계적 석학 투웨이밍은 오랜 기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르쳤고, 현재는 베이징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는 서양의 철학, 신학, 역사 그리고 인류학 등을 폭넓게 연구했으며, 또한 비교종교학과 신학에 관해 많은 논문과 저서를 출간하였다. 기독교와 유교의 종교 대화에 공헌하고 있는 유학자 투웨이밍은 유교의 종교성을 “공동체적 행위로서의 궁극적인 자기 변혁이며 초월성에 대한 대화적 응답"이라 정의하였다. (Tu, Wei-ming, Centrality, and Commonality: An Essay on Confucian Religiousness, SUNY Press, 1989, p.94) 비교종교학자이자 장로교 목사인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Wilfred Cantwell Smith)는 ‘종교 (Religion)’와 ‘종교적’(Religious)이라는 단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두 사람의 주장은 유교적 영성과 종교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유교는 ‘종교적’이라는 정의에 적합한 심오한 종교적 신앙 영성이다. ‘종교’는 객관화가 가능한 일련의 교리로 특징 지어지는 기관, 권위, 조직을 의미하는 반면에 ‘종교적’이라는 단어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영적 자기 정체성을 의미한다. 나는 윌프레드 C. 스미스(Wilfred C. Smith)의 주장을 확증하면서, 투웨이밍의 유교적 종교성 또는 영성에 대한 정의에 동의한다.
둘째, 막스 베버 (Max Weber)와 로버트 벨라(Robert Bellah)는 유교를 영성과 종교성을 결여한 하나의 사회윤리로 본다. 막스 베버는 유교를 “유한하고, 역사적이고, 세속적이며, 그리고 사회적 특징을 갖는 사회윤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유교적 종교성은 단순히 세계에 대한 적응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했다. (Max Weber, Religion of China: Confucianism and Taoism, trans. Hags H. Gerth, New York, Free Press, 1951) 로버트 벨라는 베버의 주장을 확증하면서, 신유교의 종교성은 초월적 영향력이 결여된 유교적 상징주의로 인하여 제한되고, 그런 이유로 유교는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종교 공동체의 기반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Robert Bellah, "Father and Son in Christianity and Confucianism," in his Beyond Belief: Essays on Religion in a Post-Traditional World, Harper & Row, 1976, p81) 나는 베버와 벨라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은 유교의 내재성과 초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유교의 심리학적 해석과 종교적 초월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사회학적 관점에서 유교의 영성과 종교성을 관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셋째, 유교 종교성에 대한 정의가 타인종 목회 현장의 목회자 및 회중이 함께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주제를 제공한다고 본다. 유교의 자아(Selfhood)는 내재적(Immanent)인 동시에 초월적(Transcendent)이다. 유교의 자아 개념은 기독교의 인간성 개념과 비교할 수 있다. 유교의 자아 또는 인간성은 인간에게 내재된 동시에 하늘(Heaven)에 속해 있다. 즉 인간성이 신성에 의해 제한된, 혹은 규정되었다고 이해하는 기독교의 인간론과 유사하다. 비유하자면, 유교적 자아 또는 본래적 인간 본성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간에 내재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유교가 말하는 하늘 천(天, Heaven)의 초월성은 기독교 하나님의 초월성과는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유교의 하늘 천(天) 개념은 기독교 창조주 하나님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맹자(孟子, 기원전 371~289년, 중국 유교 철학자, 종종 제2의 현자로 묘사됨)는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깨달음으로써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하늘, 즉 천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맹자의 주장은 인간의 자아가 천명(Mandate of Heaven, 天命)의 심오한 의미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충분조건이라는 확신에 근거한다. 기독교적으로 서술하면, 인간으로서의 역사적 예수를 통해 하나님을 볼 수 있듯이 인간 스스로 자신의 제한된 신성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위대한 모범, 혹 예라고 불린다.
그러나 맹자의 이러한 주장은 기독교 펠라기우스주의와 유사하다. 원죄를 부인하고, 인간은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의지의 자유 혹은 자유의지를 부여받았다는 주장, 그리고 우리 인간은 구원받기 위해 필요한 은혜를 전유할 수 있는, 그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선언한다. 투웨이밍은 기독교의 은혜/은총이라는 개념은 유교의 자아실현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본질적으로, 유교의 자아 개념에는 독특한 초월적 차원이 있다. 하늘은 자아 안에 거주하고, 즉 내재하고, 자아를 통해 역사하고, 자아를 최고로 적절하게 표명하고, 또한 자아에 의해 계시된다.
나는 유교의 종교성을 맹자와 순자(310~238 BCE)에게서 발견한다. 순자는 공자(기원전 551~479년)와 맹자에 이어 고전적 유교에서 세 번째로 위대한 유교 철학자로 여겨진다. 맹자는 모든 인간은 의롭게 태어난다(성선설)는 유교의 명제를 분명히 했다. 맹자의 이러한 주장은 또한 인간이 되기 위한 학습(Learning to be Human)의 필수적 방법으로서 자기 수양에 대한 초월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맹자(孟子)의 인간 본성 이론을 비판한 순자조차도 마음의 인지 기능이 인간의 욕망을 인식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도(道, Tao)는 초월성에 대한 독특한 유교 개념으로, 이는 서양의 관념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역설적으로 인간과 하늘의 연속성, 상호성, 유기체적 통일성으로 상징되는 유교적 초월성은 서양의 계시신학이나 이론적 우주론의 관점으로는 그 본래적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유교의 초월성은 유대교나 그리스 철학과는 전혀 다른, 이른바 축의 시대(Axial Age)의 상징적 사고를 나타낸다.
네 번째로 유교의 자아(自我) 그리고 가족 개념을 살펴본다. 투웨이밍은 가족을 ‘호혜성/상호성(Reciprocity)’이라는 유교적 개념으로 재해석하고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와 현대적 정신을 연결한다. 그는 유교를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인간 공동체적 삶을 위한 하나의 지혜로 소개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다. 가족 개념에 대한 그의 유교적 해석은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서양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호혜성에 근거한 가족에 대한 유교적 개념은 사회 정치적 의미뿐 아니라 윤리적·종교적 의미까지 포함한다. 오륜, 즉 다섯 가지 인간관계가 대표적인 예이다. 왜냐하면 다섯 가지 인간관계의 기본 가치는 호혜성 또는 상호 존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성 커플과 LGBTQ+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 변화를 인간관계와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라는 응답은 2019년보다 5% 늘었고, 양론 팽팽했던 50대가 이번 조사에서는 동성애도 사랑이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사실 유교 윤리는 한국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근거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아주 오래 받아왔다. 본인은 가부장제적 유교 윤리와 근본주의적 기독교의 가르침이 그 원인이라고 본다.
최근 한국인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 사회 기관 중 하나로 여겨지는 대법원에서 놀라운 판결이 나왔다. 2024년 7월 18일에 한국 대법원은 동성 커플이 배우자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이 동성 커플에 대한 배우자 보험 보장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커플을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관, 행복을 추구할 권리,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적 행위”라고 판시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번 판결이 “한국의 평등과 인권을 위한 역사적인 승리”라며 “대법원은 구조적 차별을 철폐하고 모두를 위한 포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제 앰네스티는 “비록 이 판결은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이 사건 자체는 동성 커플이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긴 사법 절차를 냉정하게 상기시킨다. 2024년에도 동성 결혼(동성 커플)이 여전히 평등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라고 선언했다.
유교에 영성과 종교성이 있는가, 아니면 유교는 단순히 사회윤리에 지나지 않는가, 그리고 목회자와 회중에게 유교적 가치의 의미, 유교의 자아와 가족 개념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투웨이밍과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는 유교의 영성과 종교성, 특히 내재성과 초월성을 강조했다. 이들의 입장은 타인종 목회 현장의 목회자 및 회중이 함께 토론하고 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주제를 제공한다. 그런 반면 막스 베버와 로버트 벨라는 유교의 초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서구 사회학의 관점에서 유교를 하나의 사회윤리로 보았다. 본인이 보기엔 유교의 인간 자아 혹은 인간 개념은 내재적인 동시에 초월적이다. 그와 함께 유교의 자아, 가족, 인간관계는 호혜성/상호성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한국인의 동성 커플과 LGBTQ+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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