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후러싱 제일 연합감리교회 김정호 목사는 교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희년교회로서 '신학하는 과제(Theological Tasks)'를 수행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일환으로, 교리 교육을 위한 매일 묵상집인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365 말씀묵상』을 출간했다.
김 목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연합감리교회 목사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신학하는 과제(Theological Tasks)’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저는 이 과제가 부재한 목회를 해왔습니다. 또한 연합감리교인은 사고하는 지성을 겸비한 신앙을 존중하고, ‘거룩한 대화’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하는데, 저는 성도들을 이러한 측면에서 충분히 훈련시키지 못했으며, 자기 도취적인 신념에 빠진 사람들이 목사나 교회 지도자가 되는 것을 방치해왔습니다. ‘신학하는 과제’가 성경과 전통, 이성과 경험의 조화를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분별력을 키우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그런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런 훈련을 바탕으로 한 목회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한인 교회들의 교단 탈퇴 과정을 지켜본 김정호 목사는 그 문제의 출발점을 신앙 기본 훈련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김 목사는 연합감리교회 총회 후, 연합감리교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진정한 연합감리교회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목회해 왔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목회를 반성했다. 그리고 그 반성이 이번에 책으로 결실을 본 것이다.

『365 말씀묵상』은 교회력(lectionary)에 따른 365편의 설교 요약으로 성경 전체 내용을 다루지만, 구약의 창세기, 출애굽기, 시편과 신약의 사복음서, 사도행전, 로마서를 중심으로 각 본문은 재미있고 감독적인 예화를 통해 더욱 쉽게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기독교 신앙 입문의 기초가 되는 십계명, 주기도문, 산상수훈, 사도신경, 성막, 기도, 성령,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등을 다루며, 알코올 중독 치유를 위한 12단계를 기반으로 한 ‘영성 치유 12단계’도 포함되어 있어, 말씀 묵상이 일상생활에서 삶과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안내하고 있다.
김정호 목사는 실천에 이르지 못하는 신앙을 중풍에 비유하고, 가능성(Potential)이 능력(Power)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믿음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묵상집은 김 목사가 미국에 사는 이민자들이 삶 속에서 말씀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으로 성경을 해석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민 가정과 이민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 교인들이 다문화, 다인종 사회를 살아가며 기독교인으로서 가지고 지켜야 할 가치관, 시민정신, 그리고 인격을 갖춘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인도하려는 저자의 고민과 고백이 담겨 있어, 독자들은 단순한 묵상을 넘어 독특한 독서의 맛과 경험을 통해 실천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김정호 목사는 서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목사의 역할은 설교자(Preacher), 목회자(Pastor), 예언자(Prophet)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씀 묵상집에는 성경 말씀을 통해 이 세 역할을 조화있게 담아내려 했습니다.”
김 목사는 또한 우리가 구원의 기쁨과 확신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수 잘 믿는 것은 신앙과 삶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16세기 중세 교회가 부패했을 때, 종교개혁자들은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말씀’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18세기 산업혁명 후 혼란스러운 영국 사회 속에서, 존 웨슬리는 개인 구원을 넘어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메소디스트(Methodist)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웨슬리가 강조한 성서적 성결은 개인의 내적 경건과 세상을 위한 외적 경건히 함께 이루어지는 신앙입니다.”
1월 4일 자 묵상에는 월터 부르지만을 인용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오늘날 미국 교회의 위기는 자유주의냐, 보수주의의 문제냐 이런 것이 아니다. 기독교 기본 신앙과 세례받은 자들의 신앙 성숙을 포기하는 것이다. 믿음의 기본을 포기하고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미국인 자아의식과 정체성의 문제다. 오늘날 미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믿음을 적당한 애국심, 적당한 소비주의, 적당한 폭력, 적당한 풍요로움으로 대치한 것이다.”
김 목사의 글은 현대 교회와 기독교인을 비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기독교인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 대안은 바로 ‘믿음’이다.
“믿음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예수 십자가 보혈의 은혜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구원받았다는 것, 이 구원받은 사람들이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어 가는 믿음입니다.”
김 목사는 매우 바쁜 목사이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하는 목사라는 말이다. 그의 깊은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은 목회자들의 설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묵상집은 목회자들에게는 좋은 설교의 지침서로도 부족함이 없다. 매일 묵상하는 짧은 글 속에 성경과 삶을 연결시켜주는 예화와 성경을 삶에서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의 필독서로 추천한다.
더 나아가, 교회를 모르는 사람들도 적절한 예화와 비유, 그리고 해설이 담겨 있는 이 묵상집을 통해 그리스도와 교회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이 책을 받자마자 완독했다. 일반적으로 묵상집은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은 그 편견을 완전히 깨뜨렸다. 단순히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고백이 담겨 있어 감동을 주며, 도전을 넘어 신앙적 결단을 끌어내는 책이었다.
필자는 7월 14일 자 묵상을 그중 백미로 친다.
<젊은이들 미래 다리를 놓아주는 어른들>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이날의 짧은 묵상은 김 목사의 필력과 내공이 잘 실려있다.
길지만 그중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늙은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꿈을 꾸어 세계 평화에 기여한 역사가 있습니다. 중동전쟁이 끊이지 않던 1978년 9월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베긴 수상과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했습니다. 며칠 동안 회의를 했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서 포기하고 떠나려고 하던 날 아침 베긴과 사다트가 카터를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늙어서 세상 떠날 날이 멀지 않았는데 더 이상 후손들에게 전쟁을 남겨주는 부끄러운 어른은 되지 않고 싶다고 했습니다. 결국 중동평화협정안을 이루어 냈고, 훗날 모두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거룩한 꿈을 꾼 어른들입니다. 늙은이가 꿈을 꾸어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다리를 놓아준 것입니다.”
묵상과 기도가 실천으로 이어지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고자 하는 김 목사의 열정과 영성, 그리고 실천적 신앙이 잘 드러난 이 글은 왜 이 묵상집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인지를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종종 말을 잘하는 사람은 글을 쓰는 재주가 없고, 필력이 좋은 사람은 언변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 목사는 필력과 언변 모두에 달란트를 가진 사람이지만, 이번 묵상집에서는 그의 영성과 고뇌를 담은 필력이 더욱 돋보인다.

세상이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염려해야 한다는 이 시대에, 이민 교회와 한국 교회를 위해 생수와 같은 묵상집이 우리 연합감리교회 목회자에 의해 쓰인 것은 참으로 반갑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김정호 목사는 “웨슬리가 말하는 ‘성서적 경건’(Biblical Holiness)은 개인과 사회 경건히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건전한 신학, 즉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예수님의 뜻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분별력을 키우는 훈련입니다.”라고 출판 목적을 밝혔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이나 전화 615-742-5109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