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나흘 밤 다섯 날을 함께 하면서 같이 예배하고,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들이도 하고, 같이 웃고, 또 때로 뜨거운 눈물도 흘린 후 집으로 돌아와서 ‘집밥’을 먹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먹은 ‘집밥’이 맛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만큼 마당에서의 융숭한 섬김과 대접이 잊을 수 없는 맛으로, 그리고 나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남았기 때문이리라.
나카움스크라(NAKAUMPSCRA)! 무슨 비밀 주문 같기도 한 이 이름은 타인종목회자전국연합회(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American UM Pastors Serving Cross-Racial/Cultural Appointment, 이하 타인종연합회)의 영문 약자 발음이다. 이렇게 길고 기이한 이름을 가진 타인종연합회에서 진행하는 <마당>은 타인종/타문화 교회를 섬기는 차세대 한인 연합감리교회 목회자의 목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제 7기를 맞이한 2024년 마당 참가자 14명 중 한 명으로서 동기들과 더불어, 마당 프로그램을 이끌어 준 임원들과 강사들, 그리고 북일리노이 연회 한인목회자연합회의 헌신적인 섬김으로, 영과 육이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다양하게 제공된 엄청난 식탁의 교제뿐만이 아니라, 이 놀라운 사귐의 시간과 매일 아침 드리는 침묵의 기도와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 강의와 소그룹으로 모여 삶과 목회의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마지막 날 2024 동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창의적이고도 세상에 하나뿐인 예배의 순간순간을 통해 감동과 은혜, 그리고 좋으신 주님의 섭리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인종/타문화 사역의 신학적 기초와 설교, 예배 디자인, 예전(Rituals)과 갈등 해소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들이 이어졌고, 그 중 김수미 목사님이 인도한 목회적 돌봄(Pastoral Care)과 내적 자아 이해(Intra-Personal Awareness)를 주제로 한 강의가 인상적이었다. 교인들을 돌보고 보살펴야 하는 자가 되기 위해 먼저 목회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갈등과 오해를 해결하면서 어떻게 건강하게 교인을 돌볼 수 있는지를 마당 참가자와 강사가 함께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마당은 경계를 넘어 서로 소통하고, 서로 돌보고, 서로 격려하며 성장할 수 있는 자리였다. 매일 매주 사역의 현장에서 만나는 교인들의 사정과 형편이 모두 다르지만, 목회자나 교인이나, 서로 받은 은혜들을 먼저 마음으로 나누고, 아프기도 하고, 마음이 상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외로운 마음들을 위해 중보할 수 있는 목회적 돌봄의 현장은 그렇게 늘 감사와 은혜의 시간으로 변할 수 있음을 배웠다.
참가자들은 저녁 식탁의 교제를 나눈 후, 경청 그룹(Listening Circle)이라는 이름으로 네다섯 명씩 소그룹으로 모여 자신의 이야기와 가족, 사역, 그리고 각자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 그룹에서 나눈 이야기는 그 자리 밖에서는 말하지 않기로 서약을 하고, 서로가 가르치거나, 조언하는 대신, 하나님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귀 기울여 주는 훈련을 하면서, 함께 울고, 웃고, 보듬었다.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타인종 목회 현장에서 겪은 크고 작은 오해들도 어쩌면 먼저 마음을 열고 들으려는 자세보다, 먼저 문제를 해결해 주고, 조언하고, 나은 방향을 제시하려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이 귀한 마당의 시간을 통해 다시 한번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일리노이로부터 뉴저지, 캘리포니아, 텍사스, 그리고 알라스카까지 2024 마당에 참가한 타인종 목회자들은 각자가 속한 지역의 문화와 각자 섬기는 독특한 현장에서 겪은 아름답고도, 때론 치열한 목회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며, 공감하고, 또 그렇게 주님의 제자로 성장한다.
우리는 어쩌면 한가지 색깔만을 진리라 믿으며, 때로는 강요하고, 또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한 주님, 한 믿음, 한 세례를 고백하지만, 사역의 실천 방식과 사랑의 표현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렇게 동서남북 각지에서 함께 만든 마당2024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마당 in 나카움스크라(Madang In NAKAUMPSCRA)! 이 놀라운 이름은 각자 살아온 삶의 여정과 소명과 경험이 다르고, 목회 현장이 달라도, 함께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며 하나가 되어가게 하는 신비를 지녔다. 한인 타인종 목회자라는 공통점과 각자 사역하는 현장의 다양성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공간이 이 마당이었다.
마지막 날 아침, 찬양하며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고, 주의 이름을 높이고, 함께 춤을 추며 기뻐하고, 주님의 말씀으로 다져지고, 성찬으로 하나 되는 예배를 드렸다. 그렇게 우리 2024 동기들이 이틀 동안 준비한 마침 예배에서, 모든 예배자는 서로 연결되고 서로 이어져 있다는 고백을 실제 몸으로, 감각으로, 또한 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끈과 끈이 건너편의 서로 다른 예배자에게 전달되고, 또 다른 색깔의 끈들이 서로 뒤 엉긴 것처럼 보여도, 그렇게 각자의 모습 그대로, 이리저리 끈들이 이어질 때, 마침내 그 혼돈을 뚫고 아름다운 나비가 날아오르는 것처럼 (마지막에 실제로 나비 인형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님의 복을 빌어 주었다.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주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주님의 부르심 앞에 낮은 마음으로 순종하는 서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기에 우리는 하나였고, 앞으로도 친구요, 동역자임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연합감리교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 함께 있지만, 각 연회와 파송지에 따라서 겪고 있는 문화의 다양성은 타인종 목회자들에게 언제나 도전이 된다. 특히, 연합감리교회의 새로운 도전과 변화 앞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과 상황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 가운데서 연합감리교회 목회자로서, 그리고 타인종 목회 현장을 섬기는 자로서의 정체성, 즉 인종과 문화를 넘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기 위해 애쓰며, 예수의 제자 삼아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명은 모든 사역자와 언제 어디서나 같음을 믿는다.
마당은 함께 모여 놀 수 있고, 또 때로는 거리낌 없는 시끌벅적한 이야기들이 넘치기도 하며, 좋은 날엔 멍석을 깔고 윷놀이도 하고,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도 추고, 때로는 상을 펴고 음식을 나누는 잔치도 열리고, 또 커다란 평상을 깔고 그 위에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다보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장소이다.
이번 마당에 참여한 2024년도 동기들 이외에, 먼저 경험하신 은혜를 더 많이 나누려고 헌신으로 섬겨 주시는 선배 목회자들과 마주 앉은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앞으로 9월부터 1월까지 격주로 이어지는 온라인 모임에서 좀 더 배우고, 더 나누고, 다시 한번 함께 은혜를 누리는 순간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섬김과 나눔의 마당이 앞으로도 많은 타인종 목회자가 모여서 하나님의 나라를 맛보고, 꿈꾸고, 각자의 사명과 비전을 실습하고 실천하는, 그래서 마침내 이루어질 그 평화와 기쁨과 사랑의 나라를 함께 세워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하여, 이 놀라운 은혜의 신비는 그렇게 우리의 매일의 삶에서 일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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