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총회 50주년, 만남과 연대 속에 다음 세대의 희망을 심다

연합감리교회 한인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한인총회가 출범한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지난 50년간 이어온 헌신에 감사를 전하고, 다음 세대와 함께 걸어갈 교회의 미래를 모색했다.

한인총회 50주년을 맞아 연합감리교회 한인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315명이 샌프란시스코 인근 벌링게임에 모였다. 이는 한인총회 역사상 가장 많은 참석 인원이다. 이번 총회는 ‘만남(Encounter), 맺음(Engage), 북돋음(Empower)’을 주제로 10월 5일부터 8일까지 엠버시 스위트 샌프란시스코 에어포트 워터프런트에서 열렸다.

열린교회를 섬기는 한인총회 총무 김규현 목사(열린교회, Berkeley 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는 한인교회와 타인종·다문화 목회 현장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다음 세대 지도자, 교단 기관 사역자들이 이번 총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나흘 동안 예배와 강의, 선교 보고와 토론, 교제를 통해 서로의 사역을 이해하고, 새 힘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장 권혁인 목사(산타클라라 한인연합감리교회)는 10월 5일 열린 50주년 환영 만찬에서 선배들의 헌신을 돌아보며,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교회를 남길 것인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십 년 전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씨앗을 심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심을 차례입니다.”

“우리가 다시 함께 모였습니다.”라고 운을 뗀 권 목사는 팬데믹과 교단 분리로 오랫동안 신앙의 길을 함께 걸어온 이들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함께 예배할 사람이 있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기억하며 기도하는 동역자가 있으며, 여전히 하나님의 부르심 안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의 이유”라고 권 목사는 말했다.

그는 선배들의 헌신을 씨앗을 심는 일에 비유하며 다음 세대를 향한 책임을 강조했다.

“오십 년 전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씨앗을 심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심을 차례입니다.”

2026년 10월 5일 한인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 50주년 기념 만찬에서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 조정애 선교사(가운데)와 정현섭 목사(오른쪽)가 한인총회장 권혁인 목사(왼쪽)에게 한인 교회 미래를 위한 시드머니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2026년 10월 5일 한인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 50주년 기념 만찬에서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 조정애 선교사(가운데)와 정현섭 목사(오른쪽)가 한인총회장 권혁인 목사(왼쪽)에게 한인 교회 미래를 위한 시드머니 1만 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이번 총회에는 감독 네 명도 참석했다. 오하이오 감독구의 정희수(Hee-Soo Jung) 감독, 캘리포니아-퍼시픽 연회의 도티 에스코베도-프랭크(Dottie Escobedo-Frank) 감독, 캘리포니아-네바다 연회의 샌디 올와인(Sandra Olewine) 감독, 뉴멕시코 연회와 데저트 사우스웨스트 연회를 맡은 카를로 A. 라파넛(Carlo A. Rapanut) 감독이다. 사회부 총무 줄리어스 C. 트림블(Julius C. Trimble)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와 격려를 전했다.

연합감리교공보부(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세계선교부(General Board of Global Ministries), 사회부(General Board of Church and Society), 인종관계위원회(General Commission on Religion and Race) 등 교단 기관의 사역자들도 총회에 참석해 연대와 협력의 뜻을 나눴다.

정희수 감독은 5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사에서 한인교회가 낯선 땅에 도착한 이민자들의 영적 고향이 되어 온 역사를 돌아봤다. 그는 선배들의 기도 위에 세워진 공동체가 한인의 정체성과 전통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사명은 한인 공동체를 넘어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연대로 이어져야 하며, 다른 인종과 세대를 향해 가지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어려운 이들의 편에 서야 합니다.”

에스코베도-프랭크 감독은 만찬 기도에서 공동의 식탁을 마련하기까지 수고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음식을 재배하고 수확한 이들부터 조리와 뒷정리를 맡은 이들까지 한 사람 한 사람 기억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참석자들이 식탁에서 사랑과 새 힘을 얻고, 굶주린 이들을 돌보는 일에도 마음을 쓰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라파넛 감독은 자신의 이민 경험을 나눴다. 그는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젊은 목회자와 어른들을 함께 축하하는 이 자리가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의 희년에 빗대어 50주년의 의미를 설명했다.

“희년은 단순한 축하나 기념일이 아닙니다. 귀환과 회복, 화해의 시간입니다.”

라파넛 감독은 참석자들이 과거의 상처와 고통 가운데서 놓아주어야 할 것을 내려놓기를 바랐다. 그리고 용기와 은혜, 용서와 사랑으로 새날을 맞이하기를 기원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이름에 담긴 성 프란치스코를 떠올리며, 참석자들이 하나님의 평화를 전하는 도구가 되기를 기도했다.

이튿날 아침 예배 진행을 맡은 가한나 목사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늘 익숙하고 편안한 자리로 향하는 것은 아니라며,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목회자·평신도 그룹인 넥서스(NEXUS)의 김영동(Steve Kim) 목사는 바다를 건너 믿음과 소망으로 교회를 세운 선배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주와 인종차별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연민과 연대, 용기 있는 사랑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올와인 감독은 누가복음 5장 1–11절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그는 예수의 말씀을 따라 깊은 물로 나아간 베드로의 경험을 오늘의 교회와 연결하며 ‘맺음(Engage)’의 의미를 설명했다. 마음과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고, 사람들의 삶과 고통이 있는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 제자도의 실천이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이 여정에서 서로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와인 감독은 한인교회가 이민 공동체로 시작해 교단을 풍성하게 해 왔다고 평가했다. 낯설고 때로는 적대적인 환경에서도 서로를 돌보고 새로운 공동체를 세웠다는 것이다.

“연합감리교회에 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 안에 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는 교회의 일치란 서로 다른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변화하는 이민 양상과 교회의 현실에 맞춰 새로운 사역을 모색하고, 한인 여성 목회자의 지도력을 온전히 인정하며, 넥서스의 젊은 지도자들이 부르심을 분별하도록 곁에서 동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예배에서 드려진 헌금은 캘리포니아-네바다 연회의 미 원주민 사역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여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김순덕(Dorothy Kim) 권사는 이민자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 원주민의 상실과 아픔에 공감을 표하고, 이번 헌금이 치유와 화해의 다리가 되어 다음 세대에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기도했다.

성만찬을 집례한 에스코베도-프랭크 감독은 예배에서 받은 사랑이 일상의 만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며 그들이 소중한 존재임을 보여 주십시오.”

그녀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이름을 기억하며, 감사를 전하는 작은 행동이 그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를 가든 그리스도의 사랑을 비추는 빛이 되라고 권면했다.

세계선교부와 고등교육사역부의 다인종사역 부서를 이끄는 데이나 라일스(Dana Lyles)는 한인 공동체의 영향력이 세계 선교와 다음 세대 지도자 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러분은 이 길을 혼자 걷지 않습니다”라고 격려했다. 교회가 변화하고 젊은 세대가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가운데서도 교단 기관들은 한인 공동체와 동역자로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선교부의 주디 정 목사는 지난해 한인총회와 맺은 선교사 후원 언약의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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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총회는 2024년 한인 선교 140주년을 기념해 연합감리교회 선교사 140명을 3년간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올해는 그 후원 약속을 이행하는 두 번째 해다. 정 목사는 교회들의 형편이 어려운데도 지난해 후원 목표를 넘어섰다며 한인교회와 목회자들의 선교 열정에 감사했다.

교회역사학자 김진(Helen Jin Kim) 교수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강의를 진행했다.

오전 강의의 주제는 ‘한국전쟁 고아들의 이민 역사와 교회의 선교’였다. 김 교수는 전쟁 이후 한국과 미국을 잇는 선교와 이주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불평등마한 권력관계도 함께 짚었다. 그녀는 선교가 개인의 구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평화와 약자의 인권까지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한국 여성들의 기독교 역사와 한풀이’를 주제로 여성들의 사역을 조명했다. 여성들은 교회 성장의 중심 역할을 해 왔지만, 역사적 기록과 제도적 인정에서는 소외되어 왔다. 김 교수는 심방과 기도, 돌봄을 통해 서로를 돕고 어려움을 견뎌온 ‘빨간 가방 여성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목소리와 영적 지도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저녁, 참석자들은 한인총회의 출발점인 상항한인교회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트림블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성결’을 공동체와 세계를 향한 실천으로 설명했다.

“사회적 성결은 서로를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만나도록 초대합니다.”

트림블 감독은 사회부가 펼치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 활동을 소개했다. 사회부는 한반도 평화법안을 지지하고 미군 기지촌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는 한편, 이민자 정의를 위한 공적 증언과 청년 지도력 개발, 풀뿌리 조직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트림블 감독은 한인 지도자들의 사역이 교회가 신앙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힘이 되고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사무총장 장학순 목사는 지역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과거 흑인 연회들을 분리했던 중앙지역총회 등 교단의 차별적 역사를 돌아봤다. 그는 지역별 자율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세계 교회의 연대가 약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적·신학적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국경을 넘어 서로에 대한 책임을 나누는 연대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회 일정 중에는 함께 휴식을 취하며 교제를 나누는 시간도 있었다. 사흘째인 수요일, 참석자들은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며 긴장을 풀었다. 저녁에는 산타클라라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마지막 날인 목요일, 총회 회의는 이창민 목사의 기도로 시작됐다. 이 목사는 참석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실천에 옮길 결정을 내리도록 기도하는 한편, 총회를 준비한 임원들에게도 위로와 은혜가 함께하기를 간구했다.

총회는 아시안 공동체의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대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총회장과 함께 이재명 목사를 한인총회 대표로 아시안목회강화협의회(Asian American Language Ministry)에 파송하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열릴 연합감리교아시안전국연합회(New Federation of Asian American United Methodists, NFAAUM)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차기 2027년 한인총회는 애틀란타한인교회(Korean Church of Atlanta UMC)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리더십 모임에서 논의해 정하기로 했다.

폐회 예배에서는 뉴저지주 보든타운 호프교회 담임목사이자 넥서스 회장인 이재명 목사가 디모데후서 1장 5–9절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한인들이 한국과 미국 어느 곳에서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이의 삶(The In-Between)’을 하나님의 부르심과 연결해 설명하며, 이러한 경험은 많은 한인이 공유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모데에게 믿음을 전해 준 로이스와 유니게처럼 공동체의 믿음을 지켜 온 이들을 기억하고, 이제는 다른 이들이 나아갈 길을 열어 주자고 권면했다.

이 목사는 경계의 자리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와 지도자들에게 그리스도께서 이미 함께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또 하나님이 주신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능력과 사랑과 절제의 마음이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의 불씨를 다시 살리라고 격려했다.

선배들이 심은 씨앗을 기억하며 시작한 총회는 다음 세대와 이웃에게 자리를 내주라는 부르심으로 마무리됐다. 이 목사는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가는 참석자들이 그곳에서 마주할 경계와 갈등 속에서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그 사이의 자리는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잃어버리시는 곳이 아니라, 여러분을 사용하시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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