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중북부한인선교구는 2026년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애리조나주 투산에 소재한 리뎀토리스트 수양관(Redemtorist Renewal Center)에서 “나랑 소풍 갈래?”를 주제로 <영성형성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연합감리교뉴스는 이 수양회 강사 중 한 사람인 조유연 목사의 후기를 나눈다.)
조유연 목사, 사진, 필자 제공.나의 신앙 여정을 찬찬히 떠올려보면 우연 같지만, 우연 같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고, 그 일이 연결 되는 온전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카를 융은 이러한 현상을 Synchronicity(동시성, 우연의 일치)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명확한 인과를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속 생각(꿈이나 기억, 깨달음 등)과 현실의 사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현상이다. 단순한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신비하고, 당사자에게 특별한 깨달음이나 의미를 주는 '운명 같은 우연'을 뜻한다.
이번 사모영성아카데미에 강사로 가게 된 과정도 우연이라기에는 신비한 운명 같은, 우연의 일치 같은 경험이었다.
작년 새해가 시작될 즈음, 묵상 가운데 세미한 음성으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I can show you the world(내가 너에게 세상을 보여줄게.).”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이전에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 청파교회에 시무하시던 김기석 목사님과의 만남이었다.
그분에게서 영성신학자 이종태 교수가 쓰신 책 <경이라는 세계>를 소개받았는데, 한동안 이 책은 읽히지 않고 책장에 꽂혀 있었다.
그러다 또 다른 책을 보게 되었는데, ‘경이’라는 감정을 연구한 책으로 버클리(Berkley) 대학 심리학과에서 가르치시는 대처 켈트너(Dacher Keltner) 교수의 연구 결과를 모은 ‘경이(Awe)’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이 모든 것이서로 연결되지 않은, 관련 없는 일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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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세상을 보여주시겠다고 하신 말씀이 나를 떠나지 않고 있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나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작년 3월 당시 제자사역부 다락방에서 일하시던 정임현 목사님에게 연락이 왔다. 2026년 사모 영성형성 아카데미에 강사로 참여해 달라는 초대였다.
솔직히 당시에는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을 열고 정 목사님께 수련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수련회 주제가 ‘나랑 소풍 갈래?’라는 말에 내 마음이 마치 하늘에서 ‘쿵’ 하고 땅으로 떨어진 것처럼 흔들렸다. 하나님의 초대로 들렸기 때문이다. 우연 같지 않은 우연의 일치 같았다.
초대에 응하겠다고 하고 참석하실 사모님들과 어떤 말씀을 나누고 시간을 보낼까,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모든 것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보여주시겠다는 세계는 ‘경이’의 세계였다. 내 일상의 눈을 뜨게 하셔서 매일의 삶 속에 임재하시고 ‘경이’로운 또 다른 차원의 말씀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세계, 그래서 매일이 놀랍게 살아 있는 세계 말이다.
김기석 목사님이 추천하신, 책장에 꽂힌 책이 생각났고, 켈트너 교수의 ‘경이’ 심리에 관한 연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하나님의 소풍으로의 초대가 환하게 이해되었다.
‘경이’라는 감정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다양한 연구로 풍성하게 나와 있다.
‘경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우리를 초월하는 우리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경험할 때 느끼는 감정인데, ‘경이’를 느낄 때 우리는 자기 안에 갇혀 있게 하는 자아(ego)를 잊게 되고 더 큰 존재와 합일하는, 가슴 벅차고도 드넓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우리가 거대하고 숭고한 존재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낄 때 우리의 걱정이나 자신을 향한 연민 같은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진다.
애리조나 수양회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저 하나님의 초대를 신뢰하며 여행길에 올랐다.
첫날부터 선인장이 가득한 벌판 위로 번진 형형색색의 노을이 나를 반겼고, 나는 소풍 간 소녀처럼 설렜다. 숙소에 들어가니 리더십 팀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작은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유연아 어서 와.”
사모 영성형성 아카데미 숙소에 도착한 참가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환영 메시지. 사진은 조유연 목사를 위한 메시지다. 사진 제공 조유연 목사.마치 하나님께서 내가 올 자리에 미리 와 나를 기다리고 계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임현 목사님께서 내가 묵는 방에서 보는 일출이 대단히 멋있다고 하셔서 새벽에 일어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선인장들 위로 해가 둥실 뜨는 것을 시시각각으로 보는데, 감동이 맘속으로 둥실둥실 밀려왔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신비한 경험을 했는데, 내가 마치 거기 서 있는 선인장과 함께 하나가 되어 서 있는 듯했다. 나는 수백 년을 넘어 그곳에 서 있던 선인장처럼 그냥 하나의 피조물이었다.
내 가슴은 더 넓어지고 세상과 합일된 느낌이었다.
수도사 토머스 머턴의 글에서 읽은, 그가 만유와 합일되는 강렬한 체험이 떠올랐다. 작지만 만유와 연결되어 있는 나, 그래서 자유로운 나, 그래서 그 안에서 조금도 외롭지 않은 나를 느꼈다.
수련회에 강사로 오신 정화영 목사님의 아침 강의 또한 너무도 우연 같지 않은 Synchronicity였다.
영성의 여정을 교회의 영성 역사에 비추어 사계절의 은유로 강의해 주셨는데, 우리 인생의 각 계절마다의 여정과 축복, 그리고 ‘경이’로운 성장에 대한 말씀은 오후에 하는 나의 강의와 잘 어우러졌고 신학적인 기틀을 잡아주는 소중한 배움이었다. ‘경이’라는 것이 단지 신나고 좋은 것들만이 아니고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인도하시고 도와주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임재가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번 수련회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것은 사모님들의 이야기였다.
목사님들 뒤에서 그들이 수행하는 헌신 그리고 갈등, 그것을 통한 성장과 또 꺼내놓을 수 없는 사정들이 내 가슴에 아직도 남아 있다. 사모님들은 정말 ‘경이’롭다. 그들의 헌신과 내어놓지 못하는 사정들은 그 자체로 영적 수양이라고 생각한다. 자아를 내려놓아야지만 갈 수 있는 삶, 그것이 진정 수양의 길이 아니겠는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꾸준히 헌신하는 삶이 ‘경이’롭지 않은가? 사모님들과 같이 보낸 시간은 여러모로 나를 깊이 돌아보게 했다. 목사라는 직책의 타이틀이 혹시 목회자로 하여금 자아에 갇히게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모님들과 같이한 시간이 참 좋았다. 같이 울고 웃고...
수련회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매일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서로 교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부담감에서 벗어나 하나님과 독대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 영혼의 시간. 수련회를 마치면서 사모님들과 다짐도 했다. 매일매일 내 영혼의 시간을 갖기. 그것은 우리 세계 안에서 이미 늘 말씀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볼 수 있는 우리의 영혼을 깨우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오늘도 내 삶 속에서 나에게 “I can show you the world.”를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세상은 의미 없는 기계같이 돌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이 부여하시는 의미가 가득한 말씀이 충만한 세상에 살고 있다. 눈을 뜨자. ‘경이’로운 세상이다. 경이(wonder)가 가득한 원더-풀(wonder-full)한 세상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아도 ‘경이’의 연속이다. 여태껏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야말로 ‘경이’다. 하나님이 주신 밤의 달빛과 낮의 햇빛을 받아 오늘도 강건하게 서 있는 선인장과 같은 이 인생이 ‘경이’로울 뿐이다. 우리의 삶은 우연 같기에는 우연 같지 않은 놀라운 하나님의 ‘경이’다.
조유연 목사는 뉴잉글랜드 연회 소속으로 나무 카운슬링(Namu Counseling, LLC)에서 사역하고 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484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