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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나를 품어주고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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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위한 첫 여정은 당연하겠지만 네팔 카트만두행 여객기에 몸을 싣는 일로 시작했다.

나는 2022년 12월 30일 서울을 떠나 카트만두에 도착한 후 12월 31일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구 공항에 도착했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마친 후 2023년 1월 9일 10박 11일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산군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고개만 돌리면 새하얀 만년설로 뒤덮인 장엄한 자태의 고봉들이 보이는 곳이다. 히말라야는 나와 같은 일반 도시인에게는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경외의 대상이었다. 비행기도 항로를 우회할 만큼 높고 험준한 산봉우리가 즐비하고, 아랍 및 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문화적 고유성을 지켜낸 거대한 장벽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려는 안나푸르나 1봉은 8,000m급 고봉이니 10박 11일의 트레킹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은 기대와 설렘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드디어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가 포카라에 도착할 무렵에는 좀 무덤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오는 동안 어디를 둘러보아도 히말라야 산봉우리는 보이지 않았고, 포카라 하늘은 온통 구름에 가려 있었던 탓이다. 게다가 나는 일행들과 변변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어색한 동행을 하고 있었다. 진정한 히말라야 트레킹 여정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나의 히말라야에 대한 지식과 인상은 사진작가 요시카즈 시라카와의 사진집 <HIMALAYAS>를 통해서였다. 1971년에 출간된 이 사진집에는 신성한 설산 히말라야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형언할 수 없는 느낌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의 밤과 낮, 여명과 석양을 담은 사진들을 잊지 못한다. 오묘한 빛을 품은 그 산봉우리들을 언젠가는 실물로 영접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버렸으니까. 드디어 구름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빙하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만년설의 위엄, 그 숭고한 비경을 만날 시간이다.

첫 일정은 울레리 마을(1,960m)에서 출발하여 안나푸르나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푼힐(3,210m)까지의 트레킹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직접 가는 트레킹 코스와는 별개로 2일 정도 추가되는 일정이지만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이 고산 지대에 서서히 적응하려는 목적이 있고, 먼저 안나푸르나 산군 전체를 조망해본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

둘째 날 저녁, 푼힐 전망대 아래 고라파니 숙소에 도착하여 첫날 산행의 여독을 풀었다. 날씨는 여전히 흐릿하고 을씨년스럽다. 트레킹 셰르파는 지금 상태로는 내일 푼힐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일출을 볼 수 없으면 언덕을 올라갈 필요도 없다며, 날씨를 지켜보잔다. 여행의 고단함과 산장의 으스스함, 그리고 내일의 불확실함에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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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일행은 안나푸르나의 일출과 전망을 보기 위하여 언덕을 올랐다. 결과는 황홀했다. 멀리 안나푸르나 남봉과 제1봉, 마차푸차레, 강가푸르나, 다울라기리 등 안나푸르나 고봉들이 장엄한 자태를 선명히 드러내고, 동쪽으로는 주황빛 태양이 솟아올랐다. 우리 일행은 비로소 두 손을 맞잡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통성명을 하며, 앞으로 남은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 지리산을 오르는 산길과 비슷하다. 한겨울이지만 이 일대는 아열대 지역이라 3,000m 이하에서는 기온도 온화하고, 숲도 푸르러 겨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눈을 밟자면 이곳에서는 비가 내려야 하지만, 트레킹 내내 비도 눈도 오지 않았다. 트레킹은 푼힐 전망대(3,210m)에서 촘롱 마을(2,170m)까지 내려왔다가 다시 계곡을 따라 베이스캠프(4,130m)까지 올라가는 여정으로 이어졌다. 산을 올라가는 내내 언뜻언뜻 마차푸차레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사라지고는 했다.

히말라야는 동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트레킹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식물군만 볼 수 있었다. 고도 3,000m 이하에서는 진달랫과인 랄리구라스(Laliguras)라는 네팔 국화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이상의 고도에서는 주로 몸통이 가는 대나무가 자란다. 지금은 겨울이라 볼 만한 꽃이 없지만, 우기의 히말라야에는 온갖 야생화가 산등성이를 메우고 특히 군락을 이룬 랄리구라스꽃이 피면 장관이라고 한다. 이번 트레킹 중에 멀리 하얀 히말라야 원숭이 한 마리를 만났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이번 트레킹 팀은 탐방객과 셰르파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셰르파 팀은 탐방객 2명당 1인의 포터가 있고, 전체 일행의 조리를 담당하는 요리사가 4인, 트레킹 가이드가 3인이다.

높은 산 속이라 롯지(숙소)에는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따뜻한 물도, 전기도, 인터넷을 위한 와이파이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식사만큼은 헌신적인 조리 담당 셰르파의 도움으로 만족스러웠다. 식전에는 보리차와 파인애플주스가 나오고, 다양한 한식 메뉴로 식사를 마치면 누룽지가 후식으로 나왔다. 고단한 트레킹 일정이지만 배부르고 느긋한 마음에 우리는 늘 식당에서 웃음꽃을 피웠다, 이번 트레킹에 참가한 인원은 총 13인인데, 사는 곳도, 직업도, 연령대도 다양하니 화제도 풍성했다. 특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겪은 일행들의 여행담은 모두의 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각자 가지고 온 음료수며 김, 컵라면 등을 꺼내놓았고, 부족하면 네팔 맥주를 시켜 마시기도 했다. 익숙해지니 불편한 것이라고는 없었다. 샤워를 할 수 없으니 속옷도 갈아입을 필요가 없고, 밤낮 빵모자를 쓰고 있으니 머리도 감을 필요가 없고, 눈곱 세수만 하니 수염도 깎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일명 국정원은 일행 중 한 명인 충주인의 별칭이다. 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셰르파 대장에게 전달하여 해결하고, 모든 일에 자기주장을 하나 조금의 반론만 나와도 금방 꼬리를 내리고 수용한다. 잔정도 많고, 생각도 많고, 지식은 넓다. 국정원은 늘 저녁 만찬 끝까지 남아 술을 마셨다. 그는 트레킹을 마친 후, 동료 12인의 트레커 한명 한명에게 의미 있는 글을 남겼다. 나에게는 “진정한 것은 절대 죽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름과 형상과 망상만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런 깊은 차원에서 자비심(연민)은 가장 넓은 의미의 자유가 됩니다”라는 글을 주었다. 지난 11일간 면밀히 나를 관찰한 결과일까? 그는 우리를 도와준 셰르파들에게 자신의 지팡이와 시계, 모자와 겉옷을 넘겨주었다. 참으로 여리고 여린 자유인이다.

천안인. 중국 곳곳을 25번이나 다녀왔고, 인도 갠지스강을 따라 53일간 만행(萬行)을 했다고 한다. 제대로 먹지를 못해 탈진하고, 험한 것을 먹어 항문이 헐었단다. 결국 길에서 실신하여 현지 대사관의 보증으로 간신히 살아 돌아왔다고 했다. 그의 나이 55세 무렵의 일이고, 당시 그는 언뜻 노장사상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천안인은 내게 “세상에는 가보고 싶은 곳이 무진장 많어~ 그러니 일단 저질러 봐야 혀~ 생각할 게 읍어~”라는 충고의 말을 했다. 말도 맛깔나게 하여 좌중을 사로잡고, 근사하게 사진 찍는 기술도 일품이다. 진정한 여행객이다.

은퇴자도 있고, 음악인도 있고, 블로거도 있고, 80세 여행가도 있고, 기자도 있고. 이렇듯 개성 넘치는 우리 일행은 트레킹하는 동안 어느새 13인의 공동체가 되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가려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를 거쳐야 한다. 사진집 <HIMALAYAS>에 의하면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야 할 이곳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마른 풀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사진집에 실린 마차푸차레 산봉우리와 둥근 보름달을 담은 작품은 정말 신비스러움 자체였다. 안나푸르나로 가는 계곡 옆 등산길은 오른쪽으로 마차푸차레를 감으며 올라간다. 우리는 트레킹하며 마차푸차레 산봉우리를 수십 차례나 찍었다. 만년설은 산봉우리 물고기꼬리(Fishtail)라는 부분에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제대로 눈이 오지 않은 탓인가? 빙하와 만년설은 시나브로 녹아내려 기대했던 풍성함과 장엄함은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마차푸차레의 만년설은 곧 사라질 것 같다. 장차 우렁차게 흘러넘치는 저 계곡물도 말라버릴 것인가? 최근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그로 인해 산 아래 인도나 파키스탄이 큰 홍수가 났다는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등반 사고로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 여성 산악인 지현옥 등의 추모비가 있다.

네팔 히말라야는 1950년 나라의 빗장을 풀고 산악인의 등반을 허용한 이래 10여 년간 전 세계 산악인의 등정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사진집 <HIMALAYAS>는 그로부터 20년 후에 나왔다.

70여 년이 흐른 지금, 많을 때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전문 산악인이 안나푸르나 제1봉을 오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산악인이 사망했지만, 이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트레킹 코스다.

하지만 히말라야는 거대하다. 8,000m급 고봉이 14개, 7,000m급이 30여 개라고 한다. 고도 5,000m 이상에서는 만년설이 쌓이고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걸었던 트레킹 코스에는 눈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기후변화를 실감해야만 했다. 하지만 저 안나푸르나 제1봉 너머는 여전히 광대한 설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10박 11일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끝났다. 안나푸르나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아직도 생생하고, 함께했던 트레킹 동료들 사이에는 친밀함과 연대감이 가슴 속에 남았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우리는 가이드를 고용하고, 포터들의 도움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오만이었음을 확인하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1월 15일,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향하던 네팔 에티항공 소속 비행기가 추락해서 비행기에 탔던 승무원을 포함한 72명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다음날인 16일에도 안나푸르나에서 트레킹하던 50대 한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슬픈 뉴스가 보도되었다.

대단한 모험심이나 장엄한 히말라야에 대한 기억은 없다는 약간은 건방진 소감도 있었으나, 사실 자연이 그리고 그 산이 나를 품어주고 받아주었기에 그 트레킹이 가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겸손 당했다는 기분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순간 당황스러운 감정이 서울에 도착한 후 그 비보들을 접하고서야 들었으니 나는 둔감한 것인가 오만했던 것인가? 죽지 않고 살아왔으니 이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던 그 힘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목사인 내 친구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며 암송하던 시편 23편이 지금도 내 귀에 들려온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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