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벗이자 평화의 일꾼 제임스 레이니를 추모하다

거의 80년에 걸쳐 제임스 T. 레이니(James T. Laney) 목사의 삶은 한국과 깊이 얽혀 있다. 젊은 미군 병사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감리교 선교사와 교육자, 주한 미국대사를 거쳐 생애 후반까지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헌신한 평화의 일꾼으로 살았다.

에모리대학교 명예총장이자 캔들러신학대학원 전 학장인 레이니 목사는 지난 8월 13일 향년 98세로 별세했다.

그러나 많은 한국 감리교인에게 이러한 직함은 그의 삶의 일부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들은 레이니를 한국 현대사의 어려운 시기에 한국인들의 곁을 지킨 목회자이자 교육자로, 한 세대의 기독교 지도자를 길러낸 스승으로, 그리고 자신의 영향력을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사용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어떤 이들은 그를 한국인만큼, 어쩌면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미국인이라고 말한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큰 별 하나를 떠나보냅니다.”라고 북일리노이 연회의 프레리노스 지방(Prairie North District) 감리사이자 한인총회 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정화영 목사는 추모했다.

“한국전쟁 이전, 분단이 시작된 시기에 젊은 군인으로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선교사로 다시 돌아왔고, 훗날 주한 미국대사로 섬겼습니다. 시대와 역할은 달라졌지만, 그는 한결같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레이니와 한국의 인연은 1947년에 시작됐다.

두루알리미 광고 박스 이미지 연합감리교뉴스에서 제공하는 주간 e-뉴스레터인 <두루알리미>를 받아보시려면, 지금 신청하세요.

당시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그는 미 육군에 징집돼 방첩대(Counter Intelligence Corps) 소속으로 한국에 배치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19세였다.

한국에서 경험은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군 복무를 마친 레이니는 예일대로 돌아가 학부를 졸업한 뒤 신학을 공부했다. 사업가의 길 대신 목회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1959년 레이니는 아내 버르타(Berta)와 자녀들을 데리고 전쟁의 상처에서 아직 회복 중이던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감리교 선교사로 한국기독학생회(Korean Student Christian Federation, KSCF) 에서 사역하며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에게 영향을 받은 젊은 기독교인 가운데는 훗날 서울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과 세계감리교협의회(World Methodist Council) 회장을 역임한 박종천 목사도 있다.

박 목사는 스승의 별세를 추모하며, 레이니가 한국의 젊은 기독교인들과 깊은 인간적 관계를 맺었고, 그들 가운데 많은 이가 훗날 교회와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회고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8년 애틀랜타 카터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탁회의’ 개회식에서 자신을 소개한 제임스 T.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 마이크 두보스, 연합감리교뉴스.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18년 애틀랜타 카터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탁회의’ 개회식에서 자신을 소개한 제임스 T.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 마이크 두보스, 연합감리교뉴스.

미국으로 돌아온 레이니는 예일대학교에서 기독교윤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밴더빌트신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1969년 에모리대학교 캔들러신학대학원 학장에 취임했다.

이어 1977년에는 에모리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해 1993년까지 대학을 이끌며 에모리를 미국의 주요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레이니가 추구한 교육의 비전이 대학의 명성이나 성장에 머물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하이오 감독구(Ohio Episcopal Area)의 정희수 감독은 레이니가 교육을 통해 지성과 영성, 그리고 공동선을 위한 책임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에모리대학교와 캔들러신학교가 세계 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수많은 글로벌 리더를 배출해 온 역사는 짐 레이니 박사님의 비전과 헌신을 빼놓고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레이니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 선교사로 한국을 떠난 지 거의 30년 만에 그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가장 고조된 시기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북한의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반도가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다.

이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레이니의 오랜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터는 그해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을 만나면서 협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기여했다.

박종천 목사는 당시 레이니가 군사적 충돌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레이니에게 외교와 기독교 신앙은 서로 분리된 일이 아니었다.

2018년 애틀랜타 카터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탁회의’에서 레이니는 1994년 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되돌아봤다. 그는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것을 멈추고 불신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를 만드는 일은 실제로 평화가 이루어지도록 행동하는 것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세계감리교협의회는 평화와 화해, 정의를 위해 평생 헌신한 레이니에게 2019년 평화상을 수여했다. 당시 레이니의 제자였던 박종천 목사는 세계감리교협의회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었으며, 옛 스승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는 자리에 함께했다.

박 목사는 레이니의 삶이 주한 미국대사라는 직책을 넘어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 초강대국의 대사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대사였습니다.”

2019년 세계감리교회 평화상 수상자인 제임스 레이니 목사가 2018년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레이니 목사는 주한미국대사와 캔들러 신학대학원 총장을 역임했다. 사진, 마이크 두보스, 연합감리교뉴스.2019년 세계감리교회 평화상 수상자인 제임스 레이니 목사가 2018년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 레이니 목사는 주한미국대사와 캔들러 신학대학원 총장을 역임했다. 사진, 마이크 두보스, 연합감리교뉴스.

뉴잉글랜드 연회 연대사역 총무이자 오랫동안 한반도 평화운동에 참여해 온 장위현 목사는 레이니의 삶이 웨슬리안 신앙의 중요한 가치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레이니가 2019년 세계감리교협의회 평화상을 수상 당시에도 장 목사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레이니 목사님은 한국 감리교인들에게 연합감리교회의 사회적 경건(Social Holiness)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신 분입니다. 선교사로서 한국인들의 고통의 현장에 함께했고,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적 가치를 대변했으며, 교육자로서 한국의 지도자를 길러냈을 뿐 아니라, 외교관으로서 한국의 격동기에 민주화와 인권에 기여한 분입니다.”

연합감리교한인총회 회장이자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밸리 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인 권혁인 목사는 한반도 평화 관련 모임에서 레이니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10여 년 전 한반도 평화 포럼에서 뵈었던 대사님의 온화하면서도 확고했던 눈빛과 한반도를 향한 깊은 진정성이 아직도 선합니다. 1994년 일촉즉발의 북핵 위기 속에서도 군사적 긴장 대신 외교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끝까지 고수하셨던 대사님의 결단은 이 땅의 수많은 생명을 지켜낸 평화의 씨앗이었습니다.”

권 목사는 레이니가 평생 보여준 한국에 대한 사랑과 평화 공존을 위한 헌신이 “연합감리교회 한인 공동체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한 평화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후러싱 제일 연합감리교회(First United Methodist Church in Flushing, NY) 담임이자 전 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김정호 목사는 레이니의 겸손하고 따뜻한 인품을 기억했다.

“보통 그 정도 지위에 계신 분들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데, 레이니 대사는 감리교 목사여서 그러셨는지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상함과 겸손함을 지니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김 목사는 레이니의 눈에서 강인함과 기품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지 오글 목사님이 그 어느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분이셨던 것처럼, 레이니 목사님도 그런 어른이셨습니다. 귀한 어른이 우리를 떠나셨습니다.’

정희수 감독은 레이니의 위대함을 그가 이끌었던 기관이나 외교적 위기에서의 역할, 또는 그가 받은 국제적 명예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또한 70년 넘게 함께한 아내 버르타가 오랜 기간 치매로 고통받는 동안 레이니가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을 기억했다.

밤중에 아내가 바로 곁에 있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 채 “짐은 어디 있나요? 짐이 오기는 하나요?”라고 물을 때에도, 레이니는 떠나지 않고 묵묵히 아내의 곁을 지켰다고 정 감독은 전했다.

“세계의 평화를 말하던 그의 신앙은 바로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는 삶 속에서 더욱 따뜻하고 진실하게 빛났습니다.”

정 감독은 레이니가 거대한 공적 업적뿐 아니라 “조용한 품격, 변함없는 우정,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는 사랑의 모범”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 에모리대학교와 캔들러신학교,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제자와 동역자들은 그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깊은 슬픔과 한없는 감사로 그분을 기억합니다.”라고 정 감독은 덧붙였다.

이어 정 감독은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잘 섬기셨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게 사랑하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품 안에서 평안히 쉬소서.”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484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개체교회
모닥불연합감리교회는 한식당 ‘더 테이블(The Table Korean Cuisine)’을 통해 음식과 환대로 교회 담장 너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모닥불 연합감리교회 담임이자  ‘더 테이블’ 셰프인 김창현 목사가 포장 주문한 음식을 손님에게 건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편에는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보인다. 사진, 김응선(Thomas E. Kim)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교회 담장 넘어 세상과 잇는 식탁을 펼치는 모닥불교회

모닥불 연합감리교회는 한식당 ‘더 테이블’을 통해 음식과 환대로 교회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적 관심
1934년 5월, 나치에 동조한, 이른바 “독일그리스도인들(German Christians)”에 맞서 “바르멘 신학선언(Barmen Theological Declaration)”을 발표한 독일 개신교 지도자 6명의 모습. (왼쪽부터) 힐데브란트(Hildebrandt), 목회자긴급동맹(Pfarrernotbund)의 핵심 지도자 마르틴 니묄러(Martin Niemöller), 프리츠 뮐러(Fritz Müller), 프레토리우스(Praetorius), 뢰리히트(Röhricht), 오른쪽 뒤는 야코비(Jacobi).출처, Foto: ekir.de/Archiv/Susanne Pfannschmidt.

지금은 '진실의 순간'이다

김영동 목사는 스테이터스 콘페시오니스, 곧 ‘진실의 순간’에 선 연합감리교회가 복음의 본질에 비추어 인종정의와 타인종·타문화 목회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관심
2026년 7월 31일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는 광복절 81주년인 8월 15일을 앞두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한국어와 영문으로 작성한 <2026년 ‘8.15 한(조선)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기도문>을 전 세계에 배포했다. 사진은 2023년 6월 6일부터 8일까지 일리노이주 샴버그에서 열린 제184차 북일리노이 연회 기간 중 800여 명의 연회원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에서 한반도 분단을 상징하는 철조망에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리본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평화와 화해를 간구하는 2026년 한(조선)반도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

2026년 7월 31일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는 광복절 81주년인 8월 15일을 앞두고, 한국어와 영문으로 작성된 <2026년 ‘8.15 한(조선)반도 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기도문>을 전 세계에 배포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is an agency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2026 United Methodist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