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

(편집자 주: 이 글은 연합감리교뉴스의 <영화와 설교> 시리즈로, 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에 대한 현혜원 목사의 글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혜원 목사가 시카고 제일 ”템플” 연합감리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혜원 목사.

현혜원 목사가 시카고 제일 ”템플” 연합감리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혜원 목사.

“Do what you are born to do(네 소명대로 해)!”

<나이브즈 아웃>은 007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대니얼 크레이그가 주인공인 탐정 브누아 블랑으로 나오는 개그감 넘치는 오락 영화 시리즈로, 이번에 세 번째 시리즈 <나이브즈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이 새로 나왔습니다. 매번 할리우드에서 연기 좀 한다는 유명 배우를 모두 모아놓은 듯한 화려한 출연진으로도 유명하죠. 진지한 표정의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가 펼치는 코믹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오락 영화를 보며 울음 엔딩을 맞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웃으며 보려고 틀었는데, 마지막에 울음을 터뜨리게 한다니, 이건 반칙입니다.

<나이브즈 아웃>은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블랑이 사건을 해결하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그러니까 블랑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인공에게 단서를 제공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죠. 살인자를 반드시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인물을 도와 사람들을 만나고 단서를 찾아다니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리바리한 젊은 신부 주드를 돕습니다. 주드가 보조 사제(Associate Pastor)로 있는 성당에서 성금요일 미사 중, 예배당 안쪽 작은 밀실에서 주임 사제 윅스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평소 윅스와 사이가 좋지 않던 주드가 가장 먼저 의심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 트레일러의 한 장면 갈무리. 출처, IMDb.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 트레일러의 한 장면 갈무리. 출처, IMDb.

그런데 이 주드 신부님, 너무 어리바리합니다. 순박하고 착한 사람임은 분명한데 거칠기도 해서 갈등 끝에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면 과거 권투 선수였던 경력을 못 참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참으로 사랑하는 마음과 교회를 향한 순전한 마음도 크고 깊은데, 그 순전한 사랑으로 예배당에서 무릎 꿇고 울며 기도하고는 나가는 길에 깜짝 놀라는 일이 생기면 “젠장!” 하고 욕부터 나옵니다(그러고는 주위 사람에게 항상 사과합니다).

주드 신부가 지금 이 교회에 가게 된 이유도 그런 성정 탓입니다. 평소 품행이 좋지 않고 졸렬하기로 유명한 한 사제와 대화하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얼굴에 펀치를 날려 징계받게 되었는데, 그를 안쓰럽게 여긴 주교가 “죽어가는 교회가 있으니 그 교회를 주먹이 아닌 사랑으로 치유해 보라.”라며 윅스 신부가 주임 사제로 섬기던 교회로 보내진 것이죠.

그 교회는 주임 사제 윅스의 카리스마 있지만 미움과 혐오를 조장하는 메시지로 이미 죽어가는 중이었습니다. 미혼모에게는 죄인이라 외치고, 게이 커플을 내쫓고, 마스크를 쓴 아시아 여성을 부끄러움 없이 조롱하며 배제합니다. 하나님의 품을 찾아온 이들을 교회 문밖으로 매몰차게 내모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몇몇 교회 신도들은 오히려 그를 선지자로 추앙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미혼모도, 게이도, 아시아인도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더 나은 존재”라 여기는지도 모르지요.

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 트레일러의 한 장면 갈무리. 출처, IMDb.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 트레일러의 한 장면 갈무리. 출처, IMDb.

주드는 그런 윅스를 참아내고, 짐짓 이해해 보려고 애쓰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비록 주먹이 먼저 나가는, 신부라면 가져야 할 거룩한 분위기와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적어도 그가 믿는 하나님은 모든 이를 사랑하는 분이시지, 미움과 공포를 퍼뜨리는 분이 아니시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주드는 윅스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하는 일을 두고 그와 언쟁을 벌이고 갈등을 겪습니다. 그러던 와중 성금요일에 윅스가 살해됩니다. 사람들은 주드를 "살인자 신부”라 조롱했고, 특히 성당의 열혈 윅스 지지자들은 그가 범인이라 확신했습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주드는 예배당에서 무릎을 꿇은 채 바싹 마른 입술로 밤새 울며 기도할 뿐입니다.

그러다 블랑이 사건 해결에 합류하게 되고, 두 사람은 힘을 모아 진범을 찾아내게 됩니다. 범인은 성당 신도 중 한 명이었고, 그는 마침내 주드에게 고해성사로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자신을 미워하던 사람이 갑자기 죄를 털어놓자 주드는 놀라고 당황하는데, 그 순간 블랑이 조용히 말하죠.

"Do what you are born to do.” — 제 맘대로 의역하자면 ‘네 사명을 감당해라’, 또는 ‘네 소명대로 해라’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주드는 곧 진정하고, 범인의 고백을 하나님께 전한 뒤 그의 죄를 사합니다. 신부가 성사를 집전하는 것, 곧 그가 태어난 이유는 하나님의 용서를 선포하는 것이니까요. 범인을 잡거나, 다른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그의 소명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울기 시작한 부분도 바로 이 장면이었어요.

우리가 태어난 이유, 우리 삶에 주어진 목적 또는 소명은 무엇일까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주드는 신부가 되기 전 복서였습니다. 평소 좋아하지 않던 상대와 링 위에서 맞붙었는데, 경기 중 상대가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사고였고, 그에게 법적 책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드는 그 일을 마음속에서 평생 내려놓지 못합니다. 그는 경기에 임하며 마음 한편에 스친 ‘미움’, 그 작은 미움이 결국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졌을지 모른다고 고백합니다.

“실수라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미움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아무도 알지 몰랐을 그의 심연, 들춰본 이 없었던 마음의 어두운 결을 그는 마침내 스스로 마주합니다. 그리고 회개의 길을 선택합니다. 복싱을 떠나 신학교에 입학했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의 한 장면. 출처, Netflix.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Knives Out - Wake up Dead Man)>의 한 장면. 출처, Netflix.

그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보기에 거룩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정직한 진심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경멸하고 악독하게 대한 범인을 향한 하나님의 용서를 선포하는 것이 "자신이 태어난 이유”이자 “자신의 삶에 주어진 소명”이라고 기쁘게 여깁니다. 그리고 미움과 음모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적대자에게 하나님의 용서를 선포합니다.

“네 소명대로 해”라는 메시지와 얼굴에는 미소를 담고 하나님의 용서를 선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저는 마치 하나님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흔들려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어리바리해도 괜찮아. 다만, 그 길 위에서 진심을 다해 걸어가기를. 마음의 결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그 사이에 숨어 있는 위선과 미움을 조용히 걷어내기를. 정직하게 너의 길을 가기를.

목사가 된 지 오래되지 않은 저는 여전히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수시로 서성이며, 교회를 섬기는 일이 정말 내 소명인지 자주 묻곤 합니다. 마음이 벼랑으로 기우는 순간에는 교회의 무게에 눌려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예배당을 나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바닥을 꺼뜨릴 만큼 깊은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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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가 경이이자 큰 기쁨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슴 한가운데 묵직한 돌처럼 내려앉는 것임을 배워갑니다. 얼마 전에는 목회를 내려놓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도록 기도만 맴돌았던 질문이지요.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주드의 서툰 진심과 카리스마는 있지만 더없이 사사롭고 몽매한 윅스의 리더십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선택을 요구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자신을 미워한 이를 용서하는 주드의 모습, 그리고 그의 얼굴에 은은하게 번지는 미소를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아, 저것이 바로 목회를 하는 이유이겠구나.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선포하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겠구나. 평생을 교회에서 살았고, 커서는 신학을 공부하고 안수를 받아 목회자로 살아온 저도 자주 잊고 사는 이 본질을 오락 영화가 가르쳐주다니 살짝 반칙 같지만, 기분 좋은 반칙입니다.

그렇게 주드는 교인들이 떠난 텅 빈 교회에 남아서 다시 교회를 재건합니다. 윅스가 포용하지 않았던 이들을 환영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전파합니다. 그는 여전히 살인자 신부로 불리고 있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그는 참된 소명을 발견했고, 이제 세상의 어느 것도 그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2026년 새해입니다. 우리 연합감리교회는 새해를 맞이하며 존 웨슬리가 남긴 언약 갱신 기도(Wesleyan Covenant Prayer)를 드리는 전통이 있습니다. 또한 1월 초에는 예수님의 세례를 기억하며 우리의 세례 언약을 새롭게 고백합니다. 이 두 가지 약속은 그리스도가 우리 주(Lord)임을 고백하고, 살든지 죽든지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 안에 거하기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우리가 완전하지 않아도, 흔들릴 때가 있어도, 원하지 않은 실패 속에 넘어질지라도—

다시 한번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빛으로, 소금으로 살겠다는 고백을 세례 언약 안에서 새롭게 하는 시간입니다.

밀알 같은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애쓰는 우리의 걸음이, 마음 한 결 한 결을 돌아보고 단단히 다지며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우리 서로에게도 그리고 하나님께도 진심이 닿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4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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