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눈맞춤이다

80년대 한국의 대중음악의 아이콘 중 하나였다 할 수 있는 송골매 구창모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두 눈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아버렸네.” 청춘을 가슴에 간직한 이들은 이 구절이 무슨 느낌인지 다 알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눈빛이 사랑의 운명이 되어버린 이야기는 청춘의 사랑 이야기에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다. 그만큼 ‘눈마주침’이 사랑을 꽃피우는 모티브로 널리 인정받는다는 뜻일 것이다. 하기는 눈 마주침 없이 어떤 사랑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기독교 신앙을 사랑의 행위라고 예수님은 가르치고 보여주었다. 한 번은 율법학자가 율법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자 예수님은 신명기(6:5)와 레위기(19:18)를 인용하여 이렇게 대답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 하고, 네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하였으니,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으뜸 가는 계명이다. 둘째 계명도 이것과 같은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한 것이다. 이 두 계명에 온 율법과 예언서의 본 뜻이 달려 있다” (마 22:37-40). 예수님은 당신의 오신 목적이 이 율법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하셨으니(마 5:17), 기독교 신앙이 여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예수님도 당신의 제자됨을 ‘사랑’으로 확인한다 하셨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 (요 13:35)

우리가 ‘믿음’을 ‘사랑의 행위’라고 말할 때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그 사랑의 대상은 둘이다. 첫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행위이고, 둘 째는 이웃을 사랑하는 행위다. 이 둘이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율법의 완성으로서 ‘믿음’이다. 이 점에서 믿음이란 대상을 향한 사랑의 행위인 것이 틀림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의 법에 관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어떻게’ 사랑하여야 하는 지를 이미 정해두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향해서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 하고, 뜻을 다하는 일’이고 이웃을 향해서는 ‘자기 몸처럼’ 여기는 행위이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믿음의 행위’로서 이 사랑의 행위는 ‘눈맞춤’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눈마춤에서 사랑의 행위는 시작된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빨개지며 부끄러워지든, 자기 가진 것을 내려놓고 사랑의 대상을 위해 자기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뜨거운 사랑이건 이 눈마춤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믿음은 이 눈맞춤의 상태를 지켜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종종 행사 때문에 학교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자기 아이에게만 눈이 고정된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자기 아이를 찾고, 찾고 나면 눈길을 자기 아이에게 고정하고 지켜본다. 부모의 본능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나님 역시 당신이 만드신 사람에게 눈을 떼지 않으신다. 그러니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여 눈길을 주기만 해도 눈은 서로 마주치게 마련이다. 이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눈을 하나님을 향해 돌리고 하나님의 눈과 마주치는 행위가 ‘믿음’의 시작이다. 그 분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분께로 고개를 돌리고 그 분을 응시하는 순간 마주친 눈길은 구창모의 노래 가사처럼 ‘마음의 사로잡힘’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믿음’의 시작이다.

우리가 주님의 시선을 향해 몸을 돌려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은 ‘회개’의 결과다. 눈길을 마주치려면 내가 지금껏 하나님과 반대편으로 달려가던 몸을 멈추어야 하고, 돌이켜 몸을 주님께로 향해야 한다. 몸을 돌이키지 않고 고개만 돌려 힐끗 보는 것으로 눈길이 마주쳐 마음 전체를 빼앗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멈추고 몸을 돌리고 주님을 향해 응시하여 눈길이 마주쳐야 한다. 예수님은 회개를 요구하셨다. 걸음 멈추고 돌아보라 하신 것이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고 그 분이 걸어오는 말을 들어보라는 뜻이다. 지금껏 사랑해왔던 것을 떠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 것이 복음이다. 그래서 사역을 시작하자마자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선포하셨던 것이다;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막 1:15).

눈을 마주치는 것은 눈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는 그 속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이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듣기 좋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눈동자 안을 들여다 보면서 그 사람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눈으로 본다는 말을 이해한다는 말로 동일하게 이해한다. 사랑하는 사람, 오랜 친구는 흔히 눈빛만 봐도 서로의 필요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수 송창식은 ‘우리는’ 에서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수 있는” 우리는 연인이라고 노래한다. 이런 점에서 눈빚의 마주침은 서로를 잘 이해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행위’로서 ‘믿음’은 하나님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눈빛만 보아도 다 알 수 있는 연인처럼 사랑하는 일이다. 예수님도 마음, 영혼,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라 하셨는데, 마음을 속속 이해하고, 눈빚만 마주쳐도 다 이해하는 그런 관계를 말하신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주님을 믿는다 함은 단순히 눈빛만 마주치는 것만이 아니라 속 마음을 이해하도록 들여다 보는 것을 뜻한다.

주님의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상태가 믿음의 상태일텐데 문제는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연애하듯 눈을 마주하고 많이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러자면 자주 만나고 상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하며, 듣되 집중하고 들어야 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느끼고 공감하며 이해해야 한다. 눈이 마주치고 사랑의 감정이 싹텄다면 이런 일은 배우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다. 주님과 눈이 마주치는 경험을 하였다면, 자연스레 성경을 펼 것이고, 특히 복음서를 읽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눈빛 하나,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될 것이다. 시선이 한시라도 예수님에게서 떠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을 것이고, 그 목소리의 높낮이 억양까지 내 안에 스며들어 나도 모르게 그 분을 흉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바울의 고백처럼 내 안에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그 분이 사는 것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것이 ‘사랑’ 하는 상태이고 ‘믿음’을 갖는 상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다. 그래서 믿음은 사랑인 것이다.

이처럼 사랑인 믿음은 대상을 향한 궁극적으로 집중하는 행위다. 독일서 공부하고 가르치다 나치의 박해를 받아 미국으로 건너와 콜럼비아와 시카고, 그리고 하버드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쳤던 폴 틸리히(Paul Tilich)는 믿음을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상태’라고 설명했다(Faith is the State of being ultimately concerned). 심리적으로 설명한 것이지만, 믿음이 사랑의 상태임을 잘 설명한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라면, 혹은 예수를 믿는 믿음이라면 예수님을 사랑하는 행위일 것이고, 틸리히의 표현처럼 그 대상을 향해 집중하여 관심하는 상태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믿음을 테스트 받는다. 지금 당신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가? 당신은 주님의 눈 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가? 그 분의 느낌과 생각과 그 분의 몸짓과 음성까지 당신의 눈길이 따라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분과 함께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랑하는가? 눈 빛 만으로도 알 수 있는 그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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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원 목사는 냄새 나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 나와 다른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이 주신 계명이라고 말하고, 누추하고 고릿한 냄새를 풍기는, 나와 달라 보이는 사람이 예수님일 수 있다며, 그 예수님(?)을 넉넉한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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