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중에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헌신적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앞세워 목표도 세워보고 매번 새롭게 다짐도 해 보지만 너무도 허무하게 제자리로 돌아와 버릴 때 우리의 영적 무기력은 더욱 가중됩니다.
그런데 성령 안에서의 삶의 변화란 나쁜 습관 몇 가지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신앙생활 하면서 그런 식의 삶의 변화 정도를 기대했다면 차라리 전문 분야의 트레이너나 상담가를 찾아가는 것이 빠를지도 모릅니다. 믿는 사람들의 변화는 속(inside)이 변하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모든 상황을 대하는 마음자세가 바뀌는 일입니다. 이 일은 애써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대해지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손을 놓고 기다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대학교 2학년 신학생 시절, 군입대를 6개월 정도 앞두고 책 읽는 일에 심취한 적이 있습니다. 군대 때문에 휴학을 한 상태였지만 시골 집에는 내려가지 않고 학교 기숙사에 얹혀 살면서 무려 6개월 동안 놀고 먹으면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책만 읽을 수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의 책 읽기는 보통 이런 식이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깊이 감동되는 책을 만나면, 그 책을 저술한 분의 다른 저서들을 모조리 사서 읽는 식이었습니다. 같은 사람이 저술한 책들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 중에는 중복되는 것들도 있었고, 같은 생각과 시각으로 수많은 다른 주제들을 다루는 전개방식 등도 엿보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저술한 책 다섯 권 정도만 정독해서 보면, 보통 그 사람의 정신세계 그리고 하나님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이 어느새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한참 동안 누군가의 책에 심취해 있을 때에 어떤 상황이나 문제들을 대하면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의 마음자세와 시각으로 그것들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저서들을 읽어 나가면서 제 속에도 여러 번 시각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말씀으로 변화된다’는 말의 의미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일 주일에 설교 한번 듣고 위로를 얻어 한 주간을 사는 방식으로는 속으로부터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주님의 마음과 시각이 말씀을 통해 우리의 삶에 고스란히 스며들 정도가 되려면 진정으로 말씀을 사랑하고 종일 붙어 있어야 합니다. 말씀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온 종일 그 말씀을 조심조심 마음에 담아 두는 것이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끊임없이 끼얹는 것처럼 삶의 변화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계속해서 말씀 앞에 우리 자신을 노출시켜야 합니다.
어떤 분은 배우자로부터 20년간 잔소리를 들은 끝에 이제야 비로소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말씀을 매일같이 사랑하지 않고, 일 주일 한번 만나 잠깐 데이트를 하는 식으로는 속으로부터의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말씀을 사랑한다는 것은 말씀을 눈과 귀와 마음에 온 종일 끼고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사랑해야 삶이 변합니다. 주님의 마음과 우리 마음이 어느새 이심전심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 일이 먼저이고 차차 삶이 변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성령께서는 오늘도 이 일을 위해 우리를 도우시고 독려하십니다.
글쓴이: 조선형 목사, 시카고예수사랑교회, IL
올린날: 2015년 11월 10일, 연합감리교회 공보부, 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