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매년 5월을 아시아계 및 태평양제도계 미국인 유산의 달(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Heritage Month, AAPI Heritage Month)로 기념하며, 이들의 역사와 문화적 기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행사는 1978년 일주일간의 기념 주간으로 시작되어, 1990년에는 한 달로 확대되었고, 1992년에는 아시아계 및 태평양제도계 미국인 유산의 달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아시안 유산의 달을 기념하는 이유는 아시아계 및 태평양제도계 미국인 공동체의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를 함께 나누고, 이들이 미국 사회 발전에 이바지해온 역사와 공로를 인정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오랜 시간 직면해 온 도전과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입니다. 특히 최근 반아시아 혐오 범죄가 늘어나면서, 아시안 유산의 달은 단순한 문화 축제를 넘어 사회 정의와 인종 평등을 위한 교육과 행동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5월이 아시안 유산의 달로 지정된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1843년 5월 7일, 최초의 일본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착한 날로, 이는 아시아계 이민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순간이며, 둘째는 1869년 5월 10일, 중국계 노동자들의 기여로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철도가 완공된 날로, 아시아계 미국인의 공로를 조명하기 위함입니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인종정의태스크포스는 5월 아시안 유산의 달을 맞아,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나누고,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인종 정의와 사회적 연대를 위한 실천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두 차례 웨비나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5월 1일에 열린 첫 번째 웨비나는 뉴욕 연회의 김영동 목사가 "아시아계 미국인의 자화상"을 주제로, 한국어로 인도했으며, 이어지는 두 번째 웨비나는 5월 19일에 뉴잉글랜드 연회의 김자경(Sandra Bonnette-Kim) 목사가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를 주제로, 영어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김영동(Steve YD Kim) 목사는 “신학은 곧 자서전이다”라는 말로 대화의 장을 열며, 신앙은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정체성, 그리고 공동체의 이야기를 반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웨비나에서는 현재 미국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미국인 전체의 약 7%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24%는 중국계, 9%는 한국계라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2040년 중반에는 백인 인구가 전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2055년에는 아시아계가 미국 내 최대 이민자 집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전했습니다.
김 목사의 발표에 이어 참가자들은 네 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평신도와 목회자들이 각자의 삶과 신앙 속에서 형성된 자화상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 한인여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 임성혜 권사와 권오연 사모, 최진하 목사, 최동현 목사가 인도한 소그룹에서는 각기 다른 배경들이 우리의 마음과 생각에 어떻게 스며들고, 자화상을 형성해 왔는지 함께 들여다보는 나눔이 이루어졌습니다.
참석자들은 이민을 오게 된 동기, 이민 당시의 나이, 성격과 가정환경, 교육 수준과 문화적 배경 등 서로 다른 요인들이 각자의 이민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나누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정착한 지역의 인종 분포, 경제적 여건, 문화적 환경이 직장생활과 목회자의 역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자화상을 형성해 왔음도 성찰했습니다.

부인과 남편으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는 서로 달랐고, 미혼자로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설고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다양한 외부 요인과 그것에 대한 개인의 반응,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형성되어온 이민자의 복잡하고 미묘한 내면의 자화상은 그 자체로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이번 나눔은 그런 내면을 함께 들여다보고 공감했던 넓고 깊고 진솔한 시간이었습니다.
김 목사는 탈식민지화(Postcolonial)와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개념적 틀을 바탕으로, 우리의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있으며, 지배 계층에 의해 구조적으로 재정의되고 재분류되는 과정에서 수동적으로 무력화되어 왔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화상을 진실하고 정의롭게 그려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신앙 공동체로서 온전한 정체성을 세워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그의 메시지에 참석자들은 깊은 공감과 동의를 표했습니다.
우리의 자화상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한 자기 인식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한인 디아스포라로서 이 사회에 온전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하는 소명감을 실현하는 일이라고 김 목사는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연합감리교회 한인총회가 “선교언약”을 통해 세계선교부 소속 140명 해외 선교사를 지원한 일을 예로 들었습니다.
김 목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구체화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우리 태스크포스의 “인정 프로젝트”를 비유로 제시했습니다.
“’인정(人情)’이라 읽을 수 있고, ‘정(情) 안에서(in)’ 함께 한다는 뜻으로 고안된 ‘인정(情)’처럼, 정감 있는 언어로 정다운 관계를 형성한 공동체가 연대함으로써, 공감의 윤리를 가능케 하는 확고한 자화상을 그려나가야 한다.”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정의의 실천과 공동체 회복은 바로 이러한 관계성과 연대를 바탕으로 시작되며, 지금처럼 개인화가 가속되고 심화되는 사회에서 인(in)정(情)은 개인과 타자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하나님의 자녀로 끈끈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가치와 방법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인종정의태스크포스는 ‘인정’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오는 11월 10일부터 14일까지 “인정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안내될 예정이며,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한인 이민자들이 온몸으로 겪는 인종차별 앞에, 우리는 놀랍도록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때로는 방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언어적, 문화적 기반이 부족하거나 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웨비나는 그런 불편한 현실 속에서 변형되고 왜곡되어 온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자신이 지나온 시절을 되짚어보며 변화된 정체성을 성찰해 보는 귀한 쉼과 숨 고르기의 시간이었습니다.
5월 19일에 열리는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 웨비나에도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김성실 권사는 한인목회강화협의회 인종정의태스크포스 공동위원장으로 섬기고 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