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목회의 실타래, 마당에서 답을 찾다

김형희 목사, 사진 제공 김형희 목사. 김형희 목사, 사진 제공 김형희 목사. 

어린 시절, 혼자서 수학 문제를 풀려고 애쓰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아 선생님께 도움을 구했는데, 선생님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시는 순간, 마치 머릿속에서 얽혔던 실타래가 풀리듯 자연스럽게 문제의 해결책이 떠올랐다. 해결책이 명확해진 나는 선생님께 곧바로 말했다. “풀렸어요! 아니에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미소 지으시며 “싱거운 녀석!”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24년 마당 수양회는 마치 그 순간의 깨달음처럼 나에게 새로운 여정과 통찰을 제공해 준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품고 이 수양회에 참석한 나에게 누구도 명확한 답이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진 않았지만, 놀랍게도 수양회가 진행되면서, 나는 내 안에 얽혀 있던 문제들의 실타래들이 하나하나 풀려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복잡하게 뒤엉켰던 실타래가 풀리면서, 이 거대한 실타래를 어떻게 정리하여 집으로 돌아갈지에 대한 고민마저 생겼지만, 그러한 고민조차 마당 수양회의 다양한 세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고, 나만의 사역 환경을 떠올리며, 창의적으로 실타래를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말하는 '실타래'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종 목회라는 복잡하고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과 도전, 그리고 희망을 상징한다. 타인종 목회지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들은 때로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쉽사리 풀리지 않는 엉킨 실타래와 마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의지하며, 희망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나는 담임 목회 경험이 짧아서, 타인종 목회에서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과 희망을 충분히 나누기에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과거 파트타임 목회를 하며 마주했던 도전들은 나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고,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게 했다. 하지만 백인 담임 목사님과 함께했던 파트타임 목회와는 달리, 담임 목회자로서 타인종 목회를 감당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을 가져왔고, 다른 한국 목사님들이 백인 회중과 어떻게 소통하며, 어떤 질문들과 씨름하고, 그들의 목회를 은혜롭게 이끌어 가는지 늘 궁금했다.

그러나 서부 지역에서 생활해 온 나에게는 타인종 한인 목회자들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흔치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제약도 있었고, 내가 살던 오레곤주와 워싱턴주에는 타인종 한인 목회자들과의 만남의 기회 자체가 드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함께 일했던 백인 담임 목사님을 통해 우연히 마당 수양회 기사 링크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아직 파송을 받지 않은 상태였던 나는 “담임 목회 경험이 없으니 참가할 수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그 기회를 넘겨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알래스카로 파송을 받게 되었고, 알래스카 감리사님과 상의한 끝에, 마당에서의 배움을 교회와 나누는 것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라는 격려를 받으며, 2024년 마당에 뒤늦게나마 지원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이번 수양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첫날 저녁, 오랜만에 맛본 따뜻한 한국 음식은 밤 비행기로 지친 내 몸과 마음을 단번에 풀어주었다. 다양한 나물 반찬이 곁들여진 한식은 그리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렸다. 이어진 여는 예배에서 가한나 목사님은 교회 공간을 마당으로 비유하며, 그곳에서 편안하게 자신이 원하는 언어(영어 또는 한국어)를 사용해 서로 소통하고, 배우며 함께 어울려 노는 시간을 보내자고 초대하셨다. 항상 영어로만 대화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 살아온 나는, 오랜만에 한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편안함 속에서 마음이 완전히 놓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예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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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당 수양회에서 여는 예배는 마당을 수료한 목사님들과 예배 디자인팀이 준비했고, 닫는 예배는 참가한 목사님들이 직접 디자인했는데, 준비 과정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참가자들이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다.

2024년 우리 기수는 각 목사님이 맡은 역할에 따라 팀별로 예배 순서를 기획하고, 이를 함께 공유하며 준비했다. 예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경청하는 시간은 하나님께서 주신 동역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서로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특히 저녁에 진행된 경청 그룹(Listening Circle) 시간은 나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감사한 순간이었다. 진솔한 나눔 시간(Mutual Invitation)을 통해, 각자의 신앙과 삶을 솔직하게 나누는 그 시간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은혜를 새롭게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목사님들이 나눈 이야기들은 내가 때로는 당연하게 여겼던 나의 신앙 여정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들이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중요한 시간임을 깨닫게 해준 경청 그룹은 나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마당 수양회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다양한 강의가 진행되었다. 대부분은 유수한 한인 목사님들이 강의했으며, 한 강의만 롬바드메노나이트센터(Lombard Mennonite Peace Center)에서 오신 미국 목사님이 맡았다. 이 강의들은 타인종 목회에서 겪었던 질문들과 도전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박신애(Grace Pak) 목사님은 타인종/타문화 사역(Cross-Racial/Cultural Ministry, 이하 CRCC)의 신학적 토대를 주제로 강의하며, CRCC 사역을 드러내거나 암시하는 성경 본문들을 함께 나누도록 인도해 주셨다. 또한 문화적 이해도(Cultural Fluency)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자와 신앙 공동체의 문화적 지향성(Cultural Orientation)을 돌아보게 하셨고, 우리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시해 보며,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박 목사님이 사도행전 2장을 CRCC 사역의 성경적·신학적 기초로 삼아, 성령강림주일(Pentecost Sunday)을 어떻게 기념하고 예배할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어 주셨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교회의 신앙 공동체에서 그러한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예배와 설교” 강의 시간에는 목사님들이 각자 공동체에서 말씀을 어떻게 선포하고, 교인들이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지 나누었다. 각자가 준비한 예배와 설교 방식을 공유하며, 다양한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예전과 예식(Rituals & Ceremonies)" 강의에서는 가한나 목사님이 결혼 예배와 장례 예배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독특한 질문들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김수미 목사님의 "목회적 돌봄과 내적 자아 인식(Pastoral Care &Intra-Personal Awareness)" 강의는 이미지를 활용해 목회적 돌봄과 심리 상담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론과 개념을 배우는 동시에 실제 사례를 함께 공부하며 간접적 체험할 수 있었고, 목회 상담을 직접 시연하면서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강의를 들은 후, 김수미 목사님의 임상목회교육(Clinical Pastoral Education, CPE)에 등록해 더 깊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 도전과 답답함을 안고 이번 수양회에 참석했지만, 각 강의와 수업을 통해 얽히고설킨 질문과 고민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 시절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해 좌절했던 순간, 선생님의 질문에 갑자기 해법이 떠올랐던 기억처럼 말이다.

타인종 목회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여정은 나에게는 도전과 희망이다. 따라서 이번 마당 수양회는 이러한 도전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의하는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기도와 순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다른 목사님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교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공유하며, 간접적이지만 각자의 상황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과 깊은 통찰을 얻었다. 그 과정은 경험의 지평을 넓혀주는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귀중한 배움과 깨달음의 시간이 되었다.

이 수양회에서 얻은 깨달음과 영감은 단순히 나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앞으로 나아갈 목회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교회로 돌아가,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담금질하고, 그 비전을 통해 공동체와 함께 더 크고 넓은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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