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들은 종종 수동적으로 설교를 들을 수밖에 없는 교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합니다. 우리가 설교하는 동안 교인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과 질문들은 어느 곳에도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교인들에게 질문하고,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무엇이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목사에게 질문하라고 한 후, 저는 그것을 수집하여 매 주일 설교 주제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부활절이 끝난 후부터 매 주일 교인들에게 질문을 작성할 수 있는 신청서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보내도 좋다고 했습니다. 신학적인 내용이든, 성경에서 말하는 내용이든,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위스컨신주 그린베이 미식축구팀인 팩커스가 왜 시카고 베어스보다 훌륭한 팀인지 성경을 토대로 한 달 동안 설교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교인들이 제출한 질문이 제 책상에 수북이 쌓이게 되었고, 6월부터는 하나씩 임의로 선택하여 매 주일 설교를 하고 있는데, 그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Where did Cain get his wife? (가인은 어디에서 아내를 만났을까?)
- Tattoos, Alcohol, and (문신, 술 그리고…)
- What happens after we die? (우리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번 주에 설교할 주제는 자살과 안락사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쉬운 주제들은 아닙니다. 성경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다소 난해한 질문들에 직면할 때, 연합감리교인인 우리에겐 도움을 주는 소중한 신학적 유산이 있습니다. 소위 감리교 신학의 네 기둥으로 불리는 웨슬리의 사변형(Wesleyan Quadrilateral)입니다.
그래서 첫 주 설교 시간에는 감리교인으로서 올바른 신학적, 신앙적 사고를 하는데 기준이 되는 웨슬리의 사변형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주어진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성경, 이성, 전통, 경험이라는 네 가지 기준에 따라 설교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경은 기독교 신앙과 우리의 삶의 문제를 성찰하는 데 가장 권위 있는 근거입니다. 하지만 성경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해답을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교회가 오랜 세월 동안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전통)와 현대인의 지성과 논리에 얼마나 적합한지(이성),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개인적, 공동체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 것인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이 네 가지 기준은 우리가 건강한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비타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이 가장 중요한 권위이기 때문에,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이 맹신에 빠지고,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데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직접 기록하여 인간에게 주신 책이 아닙니다. 성경은 과학 서적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닙니다. 성경은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개인과 공동체가 경험한 하나님 신앙에 대한 고백이고 증언입니다. 저는 이따금 바울이 자신이 교회에 보낸 서신들이 나중에 정경이 될 것을 알았더라면, 까무러치게 놀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아마도 절대로 안 된다고 손사래 쳤을 것입니다.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기록된 역사적, 사회적, 개인적 혹은 공동체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저는 본문과 상황의 관계를 어항 속의 물고기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본문이 물고기라면, 상황은 물입니다. 물고기를 어항에서 건져내면 죽듯이, 성경에 기록된 난해한 구절이나 서로 상충되는 구절 및 현대인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본문들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문을 그 상황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교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설교를 준비하는 일은 성경에 대한 깊은 묵상과 기독교 전통, 그리고 이성과 경험의 도움을 받는 특별한 여정입니다. 평소에 하던 설교보다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교인들이 매 주일 예배 후에 감사를 전해올 때마다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어떤 연구 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교회가 더 이상 현 시대와 연관을 갖지(relevant) 못하고, 시대에 맞지도 않다는 점을 든다고 합니다. 목회자의 설교나 교회의 가르침이 현대인들의 삶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교인들이 삶 속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목회자가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노력은 교회의 진정성과 적합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물론 교인들의 질문에 목사가 대답하는 시도를 성경공부 시간에 하면 더욱 넉넉한 시간을 갖고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습니다만, 참여하는 인원이 제한되기 때문에, 설교를 통해 나누는 것이 더 많은 교인에게 나눌 수 있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중과 소통하는 설교는 전도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사역하는 교회는 지난해 큰 비용을 들여 디지털 교회 간판을 새로 설치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매 주일 설교할 내용을 간편하게 올릴 수 있고, 주변 이웃들로부터 좋은 반응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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