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한국 사회의 아픔을 품는 감리교적 실천과 선교 1

(편집자 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영혼 구원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교회들을 소개하는 <이 교회를 소개합니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연합감리교뉴스는 한국의 독특한 선교 기관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이하 <고난함께>)의 사무총장 전남병 목사와 나눈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글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로, 인터뷰는 2025년 7월 8일, 서울에 있는 <고난함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연합감리교뉴스(이하 연): 먼저 목사님 본인과 현재 섬기시는교단, 기관, 그리고 교회를 소개해 주세요.

2025년 7월 8일 서울에 있는 <고난함께> 사무실에서 전남병 목사가 연합감리교뉴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2025년 7월 8일 서울에 있는 <고난함께> 사무실에서 전남병 목사가 연합감리교뉴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전남병 목사(이하 전): 안녕하세요, 전남병 목사입니다. 저는 기독교대한감리 사회 선교 단체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사무총장으로 섬기고 있으며, 주말에는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선한이웃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 <고난함께>의 사명과 사역, 그리고 역사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줄여서 <고난함께>는 1989년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던 시기에 시작된 단체입니다. 당시 군대 내 정치 개입에 문제를 제기하며 양심선언을 한 신학생이 수배되는 사건이 있었고, 그 신학생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고난함께>입니다.

성경 마태복음 25장을 보면, 굶주린 사람, 목마른 사람, 헐벗은 사람 등 고난받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특별히 주목했던 대상은 '옥에 갇힌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에는 1천 명이 넘는 분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분들, 즉 양심수들을 기억하고 돕는 일이 <고난함께>의 초기 사역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비전향 장기수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은 한국전쟁 전후로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었거나, 북에서 남파된 간첩 혐의로 잡혀 30~40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낸 분들이었습니다. 민주화 시대가 되면서 한국 정부가 이들을 석방했지만, 사회적 낙인과 가족 단절로 오갈 데가 없었기에, 1990년대에는 이분들을 돌보는 사역을 많이 감당했습니다. 그 후로도 <고난함께>는 이름 그대로 고난받는 이들을 찾아가 돌보는 사역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주어진 사명에 따라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일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마주하게 되었고, 선배들이 만든 모토 '평화로운 세상, 올바른 믿음의 교회'가 큰 방향이 되어 주었습니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독교인의 신앙적인 응답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으로 저희는 지금까지 활동해 왔습니다.

그 이후 활동 영역이 확장되어, 현재는 인권, 평화, 통일이라는 세 가지 주요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권 분야에서는 초기의 비전향 장기수 문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노동 인권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세월호, 이태원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등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재난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고,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연대하는 등 노동 인권 옹호와 사회적 재난 참사 가족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인권 영역에서 저희가 중심으로 하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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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사역과 관련해 안타까운 점은 한국 교회 일부가 평화라는 단어만 들어도 이를 불온시하거나 이념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분명히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라고 나와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조차 평화라는 말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모습들이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고난함께>는 평화에 대한 인식 개선과 평화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의 평화가 세상의 평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강조하면서, 청소년 평화 캠프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캠프는 인권, 평화, 통일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3년 주기로, 반복적으로 진행되며, 현재까지 21회에 걸쳐 약 2천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캠프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이 세 가지 가치가 단순한 사회적 의제가 아니라, 기독교인의 핵심 신앙과 매우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고난함께> 사무총장 전남병 목사가 평화교회연구소를 연합감리교뉴스에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고난함께> 사무총장 전남병 목사가 평화교회연구소를 연합감리교뉴스에 소개하고 있다. 사진, 김응선 목사, 연합감리교뉴스.

<고난함께>는 국내 사역뿐 아니라 해외까지 평화 사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라오스 평화 선교회를 설립하여, 이관택, 정유은 선교사를 라오스에 파송했습니다. 평화의 가치를 선교지에서 실천하기로 뜻을 모아 현지로 파송된 이 두 선교사는 지금 라오스 중부 지역에서 베트남-미국 전쟁 당시 살포된 불발탄 관련 활동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불발탄의 위험성과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하며, 전쟁을 경험한 라오스 청년들이 평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한국의 여러 교회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2025년 6월에는 ‘사바나켓 문화센터’의 건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앞으로 더욱 본격적인 평화 교육과 지역 공동체 연계 사역을 펼쳐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고난함께>는 인권과 평화 이야기를 한국 교회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를 교회의 언어로 해석하고 소개하여 한국 교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체질을 변화시키자는 생각으로 평화교회연구소라는 부설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이 연구소는 평화 묵상집을 발간해 배포하고, 평화 목회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며, 한국 교회가 지향해야 할 본질적 방향이 평화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바나바 평화 선교회를 통해, 청소년들이 평화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청소년들을 평화 감수성을 지닌 활동가로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금까지 쌓인 노력이 곧 가시적인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통일 사역과 관련해서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통일과 분단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통일하기는 어렵고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고난함께>는 통일이 반드시, 그리고 언제든 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통일 이후의 관계를 염두에 둘 때, 기존 교회의 방식처럼 먼저 가서 깃발 꽂고 교회 세우고 포교하는 방식으로는 남북 간의 간극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통일은 남북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언어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희는 평화의 가치와 상호 존중, 그리고 대화에 초점을 맞춘 통일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한반도 통일 역사문화연구소를 설립한 것입니다.

이 연구소를 통해 <고난함께>는 한반도에서 기독교가 저질렀던 국가 범죄의 부역자 역할에 대해 먼저 죄책 고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활동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리교인으로서 한반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을 기리는 추모 사업을 함께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연합감리교회에서도 잘 아시는 조지 오글 선교사님에 대한 추모 활동입니다. 2021년 조지 오글 목사님 1주기 때에는 3천만 원 정도 예산을 들여 추모 사업을 준비했고, 코로나 팬데믹에도 이를 중단하지 않고 온라인 전시관을 제작해 한국 사회에 조지 오글 목사님을 널리 소개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저희는 오글 목사님과 관련된 희귀 자료도 추가로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고난함께>는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 속에서도 신앙의 양심에 따라 정의를 외치다 고난을 겪은 감리교인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추모 활동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세상에 알렸다가 고문 끝에 목숨을 잃으셨던 김영수 목사님과 임기윤 목사님을 매년 추모하고, 1978년 민주화운동 당시 분신으로 항거한 감리교 청년 김의기 열사를 추모하는 행사도 올해, 2025년부터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 이처럼 방대한 활동들을 어떻게 현재의 조직과 예산으로 감당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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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은 예수의 정신을 품고 이 땅의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평화로운 세상. 올바른 믿음의 교회'를 세우고자 1989년에 출발한 감리교 사회선교기관입니다.
<고난함께>는 부당해고 노동자를 위한 기도회, 양심수 편지 결연, 만남의집 후원 및 방문 등 평화, 통일, 인권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연대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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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함께>의 원래 실무자는 4명이었는데, 한 분이 나가셔서 현재 3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감당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노동 인권과 사무 행정을, 또 다른 한 명은 사회적 참사 및 청소년 평화 캠프와 평화 관련 이슈를 담당하고 있으며, 저는 한반도 분단과 통일 문제 및 모금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사무실에서 활동하고, 주말에는 전도사님들은 교회 사역을, 저는 목회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고난함께>에서 받는 사례비는 박봉이라 예전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모금을 많이 해야 하는데, 한국 교회의 평화, 통일, 인권에 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 모금 부족으로 결국 저희가 몸으로 직접 때워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연 예산은 약 1억 7천만~1억 8천만 원 정도로, 사회 선교 단체 중에서는 비교적 큰 편에 속합니다.

제가 속한 교단 안에도 천편일률적으로 성장과 부흥만을 좇거나 보수화되지 않고 사회에 대해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감리교인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개인과 단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한국 감리교를 훨씬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고난함께>는 우크라이나에 구급차를 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 긴급구호연대'를 만들어 모금 운동을 벌였습니다. 전체 비용 중 약 2천만 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리회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감사하게도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 독일에서 구급차를 사서 2025년 7월 말에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때도 감리교회로부터 꽤 많은 지원이 있었습니다. 한국 감리교회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복부 차원에서 통상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할로윈 축제’와 관련되었다는 이유로 일부에서 색안경을 끼고 해석하면서 지원이 보류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리스도인 개신교 연합 대책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를 주관할 만한 단체도 저희밖에 없어서 간사 단체를 자처했고, 저희 실무자 한 명을 직접 파견해, 이태원 참사 그리스도인 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그 결과 감리회 본부로부터 3천만 원 넘는 지원을 받아 농성하던 유가족들에게 몇 년간 점심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2부에서 계속)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한국/아시아 뉴스 디렉터인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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