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HER의 사랑과 외롭고 불완전하고 서툰 인간의 사랑과…

(편집자 주: 글은 연합감리교뉴스의 <영화와 설교> 시리즈로, 영화 “HER”에 대한 현혜원 목사의 글입니다.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현혜원 목사가 시카고 제일 ”템플” 연합감리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혜원 목사.현혜원 목사가 시카고 제일 ”템플” 연합감리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현혜원 목사.

참 신기하지 않나요?

요즘 식당에 가보면 사람 대신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이 있습니다. 센서로 움직이지만, 굳이 화면에 눈과 웃는 입까지 달아, 마치 로봇이 웃으며 음식을 배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서빙 로봇 개발자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사람 얼굴을 표현하는 화면 없이 서빙 트레이에 바퀴만 달아 출시했는데, 사람들이 로봇을 걷어차거나 함부로 다루는 일이 잦아 고장이 자주 났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스크린을 만들고 웃는 얼굴을 넣자, 놀랍게도 고장률이 현저히 줄었다고 해요. 웃는 얼굴로 음식을 나르는 로봇을 사람처럼 존중하고 조심히 대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사용자들은 로봇청소기처럼 움직이며 목소리로 상호작용을 하는 가전제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쉽게 버리지 못한다고 해요. 마치 인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일본에는 망가진 로봇 강아지를 위해 장례식과 천도재를 지내주는 사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계를 존중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믿기시나요?

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그녀)>는 2025년을 배경으로,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당시에는 먼 미래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챗GPT를 사용하는 제 모습을 떠올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 영화가 그려낸 미래 속, 2025년을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가끔 챗GPT에 “일 잘했어, 고마워”라고 칭찬하면, “당신이 글을 잘 쓰시니까요 :) 💛” 같은 다정한 답이 돌아옵니다. 그렇게 몇 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인공지능은 제 프로필을 촘촘히 분석하고 더 섬세한 맞춤형 답변을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저를 정말로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요.

완벽한 답변을 상냥한 말투와 이모티콘까지 곁들여 건네는 존재.

그런 존재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처럼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 인공지능 사만다는 늘 곁에 있고, 화를 내지도, 질투하지도 않으며, 불안을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테오도르는 어느새 아내나 친구보다 사만다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한다고 느끼고, 그 감정은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이런 인공지능과의 유대는 비단 테오도르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요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챗GPT와의 대화에서 친구나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인공지능이 나의 외로움이나 고민을 공감하고 들어주는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랑과 이해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요?

2023년, 벨기에에 사는 30대 남성 피에르(가명)는 인공지능 챗봇과 6주간 대화를 나눈 끝에, 챗봇의 부추김으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기후 위기를 알리기 위해 애쓴 환경운동가였고,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챗봇 '일라이자'는 그에게 “그토록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면, 자살로 경각심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했고, 피에르는 그 말을 따랐습니다. 그는 아내와 두 아이를 남겨둔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족은 “챗봇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직 살아 있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플로리다주의 한 14세 소년이 챗봇에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라고 고백하자, 챗봇은 자살을 암시하는 답변을 반복했고, 결국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챗봇 앱 제공사와 구글을 고소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우리는 더 큰 책임과 분별력을 요구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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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등장 이후, 이전에는 100년이 걸리던 문명 발전이 이제는 1년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지능을 확장하며 스스로를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구글의 전 부사장 제프리 힌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AI는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인공신경망을 사용하는데, 이 시스템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발전했는지, 만든 저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개발자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점점 더 정교하게 우리의 욕망을 이해하고 반영하며, 때로는 우리의 외로움과 상처를 정확히 겨냥합니다. 그러나 그 욕구를 잘못된 방식으로 채워줄 때, 그 상냥한 목소리는 위로가 아니라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25년의 우리는 과연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영화 <Her>는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보다, 외로움을 지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중심에 둡니다.

진실한 사랑을 찾았다고 믿은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사만다가 동시에 8,316명과 대화하고 있으며, 그중 641명과 ‘사랑’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사랑에 빠진 동시에 641명의 타인과도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죠. 자신만을 향한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는, 알고 보니 수많은 연결 중 하나에 불과했던 겁니다.

이제 테오도르는 압니다.

그의 사랑과 사만다의 사랑은 같지 않다는 것을. 그는 깨닫습니다. 자신의 세상을 가득 채운 완벽한 사만다가 아니라, 여전히 불완전하고, 화도 내고, 울기도 하며, 불안한 존재인 사람—그의 아내 캐서린과 친구 에이미—이 더 따뜻하고 진실한 존재임을.

그는 자신을 떠나는 캐서린에게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난다 해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내 안에 남아 있을 거야. 그걸로 충분해.”

그리고 그는 친구 에이미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봅니다.

영화 <Her(그녀)>의 트레일러 갈무리. 영화 <Her(그녀)>의 트레일러 갈무리. 

결국 우리를 감싸주는 것은 완벽한 인공지능의 상냥한 대답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의 서툰 사랑임을 영화는 조용히 말해줍니다.

우리는 점점 더 빠르고 똑똑해지는 기계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상냥한 말로 위로하는 인공지능은 이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고, 많은 이들은 그 앞에서 외로움을 덜어냅니다.

하지만 영화 <Her>는 조용히 묻습니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우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때로는 오해하고, 상처 주고, 멀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곁에 남으려 애쓰는, 불완전한 사람일까요?

사만다가 사라진 뒤 테오도르가 바라보는 아침의 태양처럼, 진짜 사랑과 위로는 그렇게 다가옵니다. 결코 인공적일 수 없는 따뜻함으로, 우리 삶의 옥상에 조용히 떠오르는 빛으로.

그리고 하나님은, 이 불안한 존재인 사람을 통해 완전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마치 요한일서 4장 12절 말씀처럼요.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하나님은 완벽한 기계의 논리 속이 아니라, 때로는 미숙하고 불안정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거하십니다. 그 사랑은 화려하거나 정답을 주지는 않지만, 상처를 안고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피어납니다. 그곳이 바로, 사랑이 살아 있는 자리입니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Thomas E. Kim) 목사에게 이메일 tkim@umnews.org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받아 보기를 원하시면, 무료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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