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전 세계 그리스도인과 시민단체가 평화협정 체결을 호소하고 나섰다.
민간인 포함 300만여 명의 남북한 사망자와 약 50만 명의 중국군 그리고 약 5만 명의 미군과 유엔군의 전사자를 낳은 1950년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또는 정전협정)1을 체결하면서 중지된 상태다. 이 정전협정에는 중국군과 북한군 그리고 유엔군 사령관만 서명했을 뿐, 한국군과 미국군은 서명하지 않았다. 국제법상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국 의회 등의 비준을 요구하지만, 그 당시 조약은 전시 상태인 것을 고려해 군사령관의 서명만으로 비준이 완료된 것이다.
정전협정에는 3개월 이내에 휴전협정 당사국인 북한국, 중국군, 유엔군 간에 평화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의무 조항으로 포함되어 있었다.2
하지만 1954년 제네바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음에도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평화협정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370개 이상의 한국 시민사회 단체 및 종교 단체가, 국제적으로는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이하 WCC)를 포함한 70개 이상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020년부터 한국전쟁 종식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국제적인 ‘한반도 종전 평화(Korea Peace Appeal)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그간 한국의 민주화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신학적/신앙적 지렛대 역할을 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988년 2월 29일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통해, 통일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같은 해 7월 노태우 대통령의 7·7 특별선언 발표를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선언에는 “남북한 긴장 완화와 평화 증진을 위한 평화협정과 불가침조약의 체결 및 주한 미군의 궁극적인 철수와 군축 그리고 비핵화”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최초로 남북, 북미 간 평화협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020년 6월 2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WCC 가맹 교단과 교회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한반도 전쟁 70주년 세계교회 공동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한(조선)반도의 즉각적인 종전 선언을 촉구하며, 영구적인 평화 체제의 실현을 향한 출발점으로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조속히 전환되기를 촉구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라는 주제로 2022년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WCC 11차 총회는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에 관한 의정서(Minute on ending the war and building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를 채택하고, 회원 교단과 동역자들에게 한국 교회가 추진하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연대와 지지를 요청했다.
그동안 한반도 평화운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해온 WCC의 사무총장 제리 필레이(Jerry Pillay) 박사는 202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협정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WCC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을 후원하기 위해, 2020년 전자책으로 발간된 한반도 평화 운동과 관련된 교회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평화의 빛: 한반도와 연대하는 교회들(The Light of Peace: Churches in Solidarity with the Korean Peninsula )>을 한영으로 출간하고 홍보할 예정이다.
또한 WCC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7월 27일에 열리는 ‘한반도 종전 평화 컨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며, 올해 7월 30일에 열리는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기도 주일에 회원 교회들의 참여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 연합감리교회에 속한 여러 연회의 한인 교회와 목회자들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연합감리교회는 1988년 이후 총회 때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결의안을 꾸준히 채택해왔다.
후러싱제일 연합감리교회의 담임인 김정호 목사는 연합감리교회가 한반도 문제에 참여하는 근거로 2016년 연합감리교회 총회의 결의안이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연합감리교회가 2016년 총회에서 채택한 ‘평화, 정의, 화해의 한국(Korea: Peace, Justice, and Reunification)’ 결의안처럼,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총회에서 통과된 한국 관련 결의안에는 연합감리교인들에게 1953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치하기 위한 전 세계적 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 소속 목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WCC를 섬기고 있는 선교사 김진양 목사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진행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NCCK와 WCC는 ‘정전 70주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연대하기로 결의했고, …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020년에 개최된 한반도 평화기도 캠페인 때처럼, 전 세계의 많은 분들이 기도와 마음을 모으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 WCC 홈페이지에 별도의 페이지도 마련 중인데, 이는 WCC가 11차 카를스루에 총회에서 채택된 의정서를 실천하고 이행하는 차원이다. 6월에 열릴 WCC 중앙위원회에서는 정전 70주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관련 성명서도 준비하고 있다.”
뉴잉글랜드 연회의 고요한 목사는 한인코커스(Korean Caucus)의 이름으로,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7월 30일 주일에 해당 연회 교회들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요청과 한반도 종전 평화(Korea Peace Appeal) 캠페인 100만 명 서명운동에 참여하자.”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해당 연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북일리노이 연회의 한인코커스는 이미 지난 2022년 연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Praying for Korea’s Peace)’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열리는 연회 기간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예배하고 기도할 예정이며, 위스콘신 연회와 뉴욕 연회에 속한 한인코거스들도 그와 비슷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 북일리노이 연회에서 통과시킨 결의안에는 “2023년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아, 휴전협정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이산가족과 그 후손들의 치유와 화해 및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과 후손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피해당한 모든 사람을 위해, 전 세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예배와 기도의 시간을 갖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연합감리교회의 유일한 현역 한인 감독인 위스컨신 연회의 정희수 감독은 전쟁은 지역에 상관없이 파괴와 살상을 초래한다고 말하며, 정의의 씨앗을 뿌리고 평화를 추수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부름을 받았다고 말하고, 평화협정이 한반도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관계 정상화를 통한 북미 수교가 이루어진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지형도가 바뀌면서 냉전 체제와 대결 구조가 해체되어, 분단의 시대가 할퀴고 간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주) 1. 한국은 정전협정(Ceasefire)이라고 표현하고, 영어로는 armistice(휴전협정)라고 하여, 개념상의 혼동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어로는 정전협정, 영어로는 armistice로 표기하고 있다.
2. 영문으로는 Agreement between the Commander-in-Chief, United Nations Command, on the one hand, and the Supreme Commander of the Korean People’s Army and the Commander of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 on the other hand, concerning a military armistice in Korea이며, 중국어로는 "朝鮮人民軍最高司令官及中國人民志願軍司令員一方與聯合國軍總司令另一方關於朝鮮軍事停戰的協定"이다.
연합감리교뉴스에 연락 또는 문의를 원하시면 김응선 목사에게 tkim@umnews.org로 이메일 또는 전화 615-742-5109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연합감리교뉴스를 더 읽기 원하시면, 주간 전자신문 두루알리미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