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제 나이 64년의 생애를 돌아봅니다. 저의 이민 생활 44년 중 42년을 군 복무(US Army)로 보내고, 지난 2016년 말, 은퇴했습니다. 되돌아 보니 남자들의 세계에서, 소수민족으로서 그 힘든 기간을 명예롭게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주님이 함께하셨기에 가능했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잠언 19장 21절 “사람이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이 말씀은 ‘내가 무엇으로 그간 받은 많은 은혜를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어떻게 주님의 제자 된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나 자신이 씨름하며 마음에 도전을 주셨습니다. 그러던 중 에모리 대학의 캔들러 신학교 목회학 과정에 입학되어서, 주님이 함께 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2017년 가을 학기를 시작해서, 지금은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1학년 때 특수목회로 교도소 사역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담당한 곳은 메트로 트랜지션 센터의 수용된 수감자들을 상담하는 수련목회자였습니다. 이곳은 제가 다니는 신학교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여성 교도소이며, 이곳에서는 출소하기까지 1-2년 남짓 남은 모범수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 프로그램으로,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과 일자리를 알선하며 교화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첫 학기인 가을학기를 봉사하고, 다음 해인 2018년 봄 학기 때, 주교도소에서 이감되어 온 여성 죄수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자마자,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녀가 있던 교도소에, 종신형을 받은 한국인 여성이 있는데, 그녀는 그 안에서, 친구도 없고, 누구하고도 대화도 없이, 유일하게 그녀하고만 소통을 했다고 알려줬습니다. 한데 자신이 그곳을 떠난 후 그녀가 걱정된다며, 저에게 편지를 써서 도움을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녀를 통해서 한국 여성이 교도소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고,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 교도소에서 총괄 책임 목사로 시무하는 목사님이 우리 특수목회의 지도 목사님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상의했더니, 편지는 쓸 수 없지만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였습니다.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심정과 한편으로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어 그 사역을 위해 기도하면서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월 19일에 그녀와의 첫 만남 있었습니다. 그녀가 수용되어 있는 교도소는 조지아주에서 제일 크고 많은 여성 죄수들이 (1800여 명) 수용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 여성이 수감되어 있는 곳은 그 교도소에서도 격리된 곳으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죄수들이 있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그마하고 왜소한 60대 후반으로, 저를 보자마자 매우 반가워했습니다. 그녀는 처음에 영어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점점 한국말로 대화를 하며 그녀의 지나간 40여 년의 이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녀는 간호사로 미국에 와, 남편을 만났고, 공부하는 남편 뒷바라지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이민 생활을 숨도 쉬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러기도 할 것이 이 대화가 유일하게 한국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또 바로 2층에 또 다른 한국 분이 또 있다고 총괄 책임 목사님은 그녀도 방문하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녀는 30대 중반의 교포 2세인데 한국말을 못 해서 영어로 소통 해야 했습니다. 맨 처음 본 그녀는 눈도 흐릿했고 표정이 멍해 보였습니다. 그녀는 책도 읽기 싫고, 모든 것이 귀찮아서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만 싶다는 말만 했습니다.
저도 처음 방문이었고, 제한된 시간 안에서의 그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한국인인 저를 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그들을 방문하는 사람이 유일하게 저였다고 총괄 책임 목사의 말에 너무 가슴이 아팠고, 계속해서 방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 이것이 주님이 주시는 저의 사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만남 후, 그들에게 어떻게 주님의 말씀과 함께 평강을 그들의 마음에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하고 기도하는 중에 <기쁨의 언덕>(한인연합감리교연합회에서 발행하는 매일 묵상집, 편집자 주)이 생각났고, 총괄 책임 목사님의 허가로 그분들께 드릴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기쁨의 언덕>은 한인연합감리교회의 월간 묵상집이다. 한영으로 출판 공급되고 있다. 2월 26일, 두 번째 만남에서, <기쁨의 언덕>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녀들은 정신적인 질환이 있어서 격리된 곳에 수용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중 한 사람인 교포 2세는 성경 말씀도 싫어했고, 책을 본다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방학 전까지는 매주 그녀들을 방문 했는데, 우리 대화의 대부분은 제가 그녀들의 말을 경청해 주는 것이었고, 성경이나 <기쁨의 언덕>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었습니다.
신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한 달에 한 번 그들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과 7월의 방문 때는 그들의 스케줄과 여러 가지 교도소의 사정으로 인해 그들과 면담을 할 수 없어서, 책만 교도소 정문에 놓고 그들에게 전해달라고 교도소의 목사님께 부탁했습니다. 교도소까지 집에서 46마일의 거리를 1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갔지만, 그들을 두 달 동안이나 못 봤을 때, 저로선 절망스러웠고 이 사역이 주님이 허락한 사역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8월에 방문에서, 주님이 <기쁨의 언덕>을 통해서 그녀들의 마음을 열어 역사하심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교포 2세 여성이 <기쁨의 언덕>을 읽기 시작했고, 성경도 읽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기쁨의 언덕>을 통해서 굳게 닫혔던 그녀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주님이 역사하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용서받기를 원하는데 가능하냐고 기도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때 저는 예수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사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고 부활하셨음을 말씀드리면서, 죄를 고백하면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서 죄 사함을 받는 것처럼, 어머니도 자식을 사랑하시기에 용서하실 것이라고 말하며 함께 끌어안고 울며 기도하였습니다. 이처럼 서로의 마음을 소통할 기회를 가지게 된 너무나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마음 문을 열게 하신 주님께 영광을 돌리며, 크신 주님의 은혜입니다.
그들의 변화된 모습을 봤을 때, ‘모든 일은 주님께서 역사해서 하시는데, 왜 내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나’하는 마음으로, ‘주님이 미련한 나에게 이렇게 보여 주시는구나!’라고 회개하며, 다시 한번 주님의 크고 놀라운 사랑과 은혜를 체험했습니다. 이 사역을 통해서 제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통해서 제가 영적인 성장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여성은 성경과 <기쁨의 언덕>을 읽으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하기 시작했고, 주님의 은혜를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교도소에서는 수용자들에게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가 너무나도 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접착테이프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쁨의 언덕으로>는 말씀을 전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할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에 있는 스티커를 너무나도 귀하고 요긴하게 쓴다고 합니다. <기쁨의 언덕> 마지막 장에 있는 예쁜 스티커들을 옆에 있는 죄수들의 컵이나 책에 붙여주고, 서로의 기쁨과 사랑의 표현하며 즐거워한다는 말을 듣고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그들에게 <기쁨의 언덕>의 마지막 장에 있는 스티커가 유일한 그들의 마음의 표현이며 희망인 듯 보였습니다. 누가복음 15장 말씀에서 목자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서 나선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기쁨의 언덕>을 통해서 그녀들이 함께 그곳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고, 주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복음이 아닌가요? 또한, 이 책을 통해서 고립되고 최악의 상황에 처한 분들께 기쁨, 소망, 사랑을 느끼게 하는 도구요, 생명의 말씀을 전하는 통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도소 사역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은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똑같이 주님의 사랑과 은혜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보편적으로 불의한 환경 속에 생활했고, 한순간의 실수나 잘못된 과거의 모습으로 그곳에 수용되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곳에도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말씀과 함께 살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의 삶의 간증을 통해 주님을 찬양하며 많은 이웃과 은혜를 나누며 사역을 하는 희망의 목소리 찬양단(Voice of Hope Choir)이 있습니다. 10월 7일, 그들이 우리 교회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그들이 찬양을 통해서 자신들의 신앙을 증거하리라 기대합니다.
우리 한인 이민 사회에서도 이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내 이웃으로 품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